Category: 영미문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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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biguity present in the text of Beowulf gives credence to either the virtuous heroism, or inhuman monstrosity, of its eponymous hero. The heroic or monstrous identities of Beowulf and his adversaries are constituted in and through the cultural environment enveloping them, which not only inform their actions but inscribe meanings onto their corporeal bodies. Whil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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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Mechanical Children and the Ethics of Artificial Emotion Steven Spielberg’s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has acquired renewed urgency as a text through which to understand the ethical implications of creating emotionally capable artificial beings, particularly as developments in physical AI and companion chatbots transform yesterday’s science fiction into tomorrow’s social reality. The film’s exploration of human-ro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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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중에서도 영문학은 글로벌화한 현대사회에서 젠더, 인종, 계급의 복잡다단한 교차점들을 탐사하기에 대단히 적합하고 유용하다. 근대 이후 자본주의 패권을 영미가 주도하였고, 이 질서에 따라 형성된 글로벌세계의 복잡다단함이 영어를 공유 기반으로 깊고 다양하게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영미권 문학뿐만 아니라 영연방 및 영미 제국주의 영향 아래 생산된 영어권 문학 등을 포함하므로 광범위하며 그만큼 근대세계의 모순을 집적하여 표현하고 있으므로 학생들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과 상관관계에 있는 젠더, 인종, 계급 등의 차이에 관한 이슈를 영문학 작품 읽기를 통해 성찰하며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역사적, 사회적 지식과 윤리적 덕목을 훈련할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 필자는 영미 단편소설 수업에서 읽을 작품을 선정할 때 젠더나 섹슈얼리티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이나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아도 이 이슈들이 첨예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 앞에서는 주저하게 된다. 원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교양수업이란 형식적 틀 안에서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거리를 지키며 함께 토론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분야의 고전 단편소설들인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의 「노란 벽지」(“The Yellow Wallpaper”)나 케이트쇼팬(Kate Chopin)의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The Story of an Hour”), D. H. 로런스(D. H. Lawrence)의 유명한 단편들과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의 「지붕 위의 여자」(“A Woman on the Roof”)와 같은 작품들을 수업에서 읽었다.[1]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이 작품들을 수업에서 다루기가 곤혹스러워졌는데, 학생들이 남녀 불문하고 이 문제에 관해서는 토론 자체를 아예 꺼리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 ‘관계’의 일은 우리 삶의 중대한 부분이고 삶 전반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젠더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성장, 예술, 언어, 부모와 자식 관계, 교육, 사회와 문화, 도덕과 정의, 역사와 미래세계 등의 주제를 다루는 모든 작품에서 결국 이 이슈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어느 시점에는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모든 수업은 해당 학기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 다양한 다이내믹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이슈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제공하는 공적 토론에 참여하기를 꺼린다. 많은 경우 고개를 숙이고 침묵으로 질문과 토론의 시간을 버티거나 소극적으로 적당히 안전한 발언을 하며 상황을 모면하고자 한다. 대면 토론이 어렵다면 온라인 수업 게시판에서라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텐데, 학생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 주제에 대한 발화 자체를 꺼리는 듯하다. 남녀 학생 대부분이 서로 불편해하면서 침묵하는데 계속 토론을 시키자니 교수자의 처지에서는 원치 않는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꼴이 되고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 종국에는 이 작품들을 읽기 리스트에서 빼게 된것이다. 수업의 주제면에서 오늘날의 젠더갈등이 문제라면 설상가상으로 수업의 형식면에서도 어려움이 중첩되면서 오늘날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차이’에 대한 ‘배움’을 방해하고 있다. 산업뿐만 아니라 현실재현의 모든 기반이 디지털화되고 이에 기반하여 인공지능이 상용화되는 현실에서 기존의 텍스트 해석과 분석 방식 및 글쓰기를 통해서 이를 정리하고 확인하는 방식이 얼마나 유효한가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비평이론에 기반한 읽기와, 말의 일관된 논리 구성에 기반한 선형적, 단계적 글쓰기 훈련에 전제된 도식적이고 이념적인 경향과 형식주의는 남녀 학생 간 이념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조장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달라진 매체에 적합한 새로운 인식적 지도 그리기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서로의 상이한 입장을 구체적이고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른 방식의 읽기와 토론 실습의개발이 필요하고, 더불어 새로운 방식의 비평적·창조적 산출물을 설계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교수자로서 강의실에서 마주한 곤경을 수업의 내용적, 형식적 두 가지 측면에서 탐구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이 교양과목으로서의 영문학 수업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현상하는지 그 현실을 더 큰 사회적 맥락과 연결하여 살펴볼 것이다.단, 여기서 필자가 제시하는 예들은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인 수업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서 설문을 거친 통계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할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지 필자가 파편적이고 개인적으로 경험한 현상의 사회·문화적 맥락, 즉 이 현상이 접속하고 있는 공유 기반을 탐구함으로써, 이 경험의 의미 지평을 성찰하고자 함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을 서구식 개인화와 한국식 개인화의 차이를 통해 살펴본 사회학자 홍찬숙의 논의를 빌려올 것이다. 홍찬숙은 “압축적 개인화” 및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서구페미니즘이 끼친 영향과 한국 남성성의 모델 부재 및 남성이 기댈 수 있는 이론의 부재를 지적하고 최종적으로 서구식 개인화 모델이 우리 현실에 들어맞지 않다는 암시를 준다. 바야흐로 우리 현실에 적합한 새로운 모델 또는 그를 넘어서는 새로운 존재론의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는데, 본 글에서는 이러한 모색의 하나로 새로운 존재론을 시사하는 교육실험의 한 예를 살펴봄으로써향후 가능한 새로운 형식의 교양 영문학 수업의 단초를 그려보고자 한다. 이 글의 두 번째 목표는 읽기와 토론, 그리고 이 활동의 성과를 검증하는 학술/비평적 에세이 쓰기를 축으로 돌아가는 기존의 영문학 수업방식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변모하면 좋을지, 이러한 변형은 읽기와 쓰기의 개념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전 세계적으로 대학생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진단이 무성하다. 많은 전문가는 이를 디지털 미디어가 현대사회와 생활 전반을 잠식한데서 오는 문제점으로 지적하지만, 반대로 이런 진단 자체가 디지털 환경에서 형성된 새로운 인식론적, 감성적 성향에 대해 기성세대가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 비롯된 결과라 볼 수도 있다. 현재 대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공지능 기술의 놀라운 도약과 대중화로 인해 기존의 교육방식과 실천을 고수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있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오늘날 청년세대가 세계를 인식하고 관계맺는 방식에 기반하여 기존과는 다른 독서경험, 토론방식 및 기존의 비평적 에세이 형식과 다른—창조적이지만 여전히 비평적 관점의 형성을도와주는—새로운 독서 산출물 형식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남녀 학생간의 ‘이념적’ 대립을무력화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교육모델의 설계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1. 젠더갈등과 영문학 수업: ‘개인화’에서 ‘관계의 존재론’으로 오늘날 강의실에서 체험되는 젠더갈등 현상의 원인은 단순히 청년세대의 특수성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문제라 포괄적 시각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을 서구 사회학의 ‘개인화 이론’에 기반하여 샅샅이 추려본 홍찬숙의 논의는 강의실 젠더갈등의 현상을이해하는데 유용한 맥락을 제공한다. 홍찬숙은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문화변동과 성별 문화변동 과정에서 유난히 갈등과 충돌이 두드러지는이유가 “한국적 근대화 경로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홍찬숙 개인화 56). 그가 이론적 근거로 사용하는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사회화 이론에 따르면, 서구의 개인화는 근대 시민혁명과 현대 신사회 운동을 거쳐 두 단계로 진행된다. 즉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시민계급 남성이 전근대적 가부장제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1단계 개인화이고, 1단계 개인화의 주축이었던 시민 남성 계급의 안정성이 깨지면서 불안정성이확대됨과 동시에 해방의 주체가 여성과 다른 사회적 타자로까지 확대되며 2단계 개인화가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영리하게도 탈산업화와 신자유주의 등의 “자기 혁신”을 이뤄내며 여성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동시장의 가부장성을 완화하고 성역할로부터의 여성해방을 장려하면서 2단계 개인화를 지원한다(56-60). 그러나 한국의 군사정권 주도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1단계 개인화, 즉 “전근대적 공동체로부터 개인이 풀려나면서 개인주의 규범이 사회적 관계의 새로운 기초가 되는” 사회관계의 재배치가 일어나지 않았고(86), 87년 정치 민주화이후 민주화와 성평등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근대적 발명인 핵가족, 사회계급, 국민국가로부터 개인들이 풀려나는 2단계 개인화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즉 한국에서는 1, 2단계의 개인화가 압축적으로 진행되면서, 비동시성의 동시성에 기인한 혼란이 ‘성 대결’로 환원되고 왜곡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62). 청년 남성의 측면에서 보면 “노동시장의 가부장성 약화”가 “남성 가장의 권력 약화(비정규직화 및 취업기회 상실)”로 진행된 반면에 여전히 개인이 되지 못하고 집단주의적 규범에 매여있다 보니 기득권 상실이 더 크게 인지될 수밖에 없다(61). 즉 이들에게 기존 가부장제로부터의단절은 개인적 해방이라기보다 오히려 공동체적 보호를 박탈당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129). 이런 맥락에서 한국 청년 남성에게 개인화는 “패배”로 인식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반면에 애초부터 계급조직으로부터 주변화한 여성에게 개인화는 새로운 “성취 명령”으로 인식될가능성이 크다(73). 개인주의로의 규범 변동에 있어 한국에서 여성 주도의 2단계 개인화가 페미니즘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이유다(90). 과거의수직적 가부장제를 넘어 수평적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는 청년 여성은 장구한 역사를 가진 서구페미니즘 담론을 수용하여 새로운자유의 주체로 등장하였으나, 청년 남성은 한국적 특수성이 더해져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황을 맞아 자신들의 문제를 표현할 언어와 담론이부재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21). 이와 같이 한국적 개인화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인한 혼란과 “성별화 정치의 변증법”(홍찬숙 개인화 130)은 강의실에서 현상하는 젠더갈등을 이해하는데 좋은 참조가 된다. 가령, 강의실에서 가부장제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모순과 대립 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서두에서 언급한 쇼팬과 길먼의 단편소설은 흔히 가부장제하에 억압된 여성의 욕망과 해방 이야기의 고전이라 여겨진다. 특히 비교적단순하고 명백한 쇼팬의 단편과 달리,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양한 분석적 함의를 내포한 길먼의 소설은 집과 가부장 담론의 폭압에 미쳐가는여성을 그린 비판적 여성주의 소설내지는 젠더화된 가정 공간이 고딕적 주체를 생산하는 추이를 기록한 여성주의적 소설의 전형으로 읽힌다.[2] 실상 가정이라는 사적공간에서 행사되는 가부장제의 부당함에 관한 한 남녀 학생 모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홍찬숙이 청년 남녀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봐도 가부장제 의식에 있어 청년 남성들은 기성세대 남성들보다 훨씬 “선진화”되어 있고(홍찬숙 갈라치기 197) 사적가부장제—가족 내 폭력이나 불평등한 성역할—에서 성평등한 규범을 선호한다. 이들이 반발하는 지점은 공적 가부장제—국가정책이나 일자리—에서 제도적 성평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성과 ‘이익’을 두고 사회에서 경쟁하는 상황에 관련된 불만이 제도적 성평등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가부장제 비판에 있어 여성은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반면에 남성은 개인적, 사적 문제로 접근하려는 차이가 나타난다(홍찬숙 개인화 171). 이런 복잡한 입장의 차이가 서로 뒤엉키다 보니 강의실에서 가부장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분석이 가능한 빅토리아 시대 작품에 대해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반대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가령,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시 「나의 마지막 공작부인」“My Last Duchess”에 나타난 폭력적 가부장인 공작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큰 이의 없이 공유한다 (Norton Introduction, 667). 그러나 똑같은 19세기 작품이라도 사적 가부장제의 폭력이 명백한 브라우닝의 작품은 수용이 가능하지만, 여성 주인공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가부장제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남편이 죽기를 욕망하거나 쓰러뜨리는 결말로 끝나는여성작가의 소설은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홍찬숙에 따르면 가부장제에 저항하면서 청년 여성은 불평등과 차별을 결합하여 보는데 반해(갈라치기 79–81) 청년 남성은 불평등과 차별을 분리하여 받아들인다. 남성은 세습되는 부와 권력의 불평등에 더 민감하며(갈라치기 125) 이들에게 불평등은 경제적 격차, 계층/계급적 차이를 의미하는 한편, 차별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과 같은 성별 차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온갖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자의적으로 부인을 살해한 공작과 달리, 큰 잘못이 없어 보이는 평범하고 성실한 중산층 남편이 몹쓸 인간으로 비판받는 듯한 이런 작품들은 수용하기 어려운 역차별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가부장제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여성주의적 입장 역시 복잡다단한 삶의 모든 문제를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의 문제로 치환하는 ‘환원의 순환 고리’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태도는 복잡다단한 작품세계를 충실히 검토하고 이해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학습한 이론을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검증하고 성찰하는노력 자체가 관념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차단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홍찬숙이 말한 “성별화 정치의 변증법”은 반여성주의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입장을 통해서도 지속된다고 말할 수 있다. 길먼의 작품은 워낙 여성주의적 주제의식이 전경에 있다보니 주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작품 언어의 구조적 패턴과 가부장제 담론의 유사성을 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상 이 작품은 젠더 이슈에만 묶이기엔 내포하고 있는 함의가 무궁무진한 작품이다. 이런 점에서 길먼의 「노란 벽지」를 “경계를 넘나드는”(boundary-crossing text) 텍스트라 정의한 칼라 머피(Karla J. Murphy 339)는 이 작품이 단순히 젠더 관점뿐만아니라 작문, 문학, 언어학, 심리학, 철학, 장르와 문화연구 등 다방면에서 접근과 활용이 가능한 작품이라 주장한다(Murphy 339). 메타 내러티브적인 요소 역시 가지고 있어서 이야기 자체를 교육학적 메타포로 읽는 탐구도 가능하고,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우울증, 고독, 고립과 소통 등에 관한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수도 있고, 상호텍스트성의 관점에서, 또는 독자-수용적 관점에서 작품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340). 화자가 처한 상황의 은유성이 함축적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억압을 경험한 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 젠더갈등이라는 이념적 대립으로 환원되다 못해 대립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남녀를 불문하고 읽기조차 원치 않는 작품이 되어가는 현실이다. 수업에서 읽을 작품 리스트에서 제거한 소설 중에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작품은 도리스 레싱의 「지붕 위의 여자」다. 이 작품의 명시적 주제는 젠더갈등 자체가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은 세대갈등, 계층/계급갈등, 이념/종교갈등, 남녀갈등, 인종갈등 등이 복잡하게얽혀 있는 ‘중첩성’이 근본적 특성이다. 「지붕 위의 여자」는 열사병에 걸릴 듯한 혹서에 지붕에서 배관수리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계급 남성들과 옆집 지붕에서 옷을 벗고 썬텐을 즐기며 책을 읽는 지식인 여자 간의 불쾌한 만남을 통해 어떻게 중첩된 사회적 갈등의 양상이 젠더갈등의 프레임으로 환원되어 남녀간 혐오와 괴롭힘으로 끝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Understanding Literature 655-61). 피해자는 바로 혐오와 괴롭힘의 회로에 들어가 고통받고 있는 남녀 개인 당사자들이다. 레싱은 자기도 모르게 차별 담론의 대리인이 된 가해자/피해자가 처한 사회, 경제, 심리적 맥락을 묘사하는 재능이 탁월한 작가다. 이 작품은 청년 학생들이 겪고 있는 젠더갈등을 간접 체험을 통해 ‘메타적으로’ 톺아볼 다양한양상과 층위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젠더갈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다 보니 소통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남녀간 소통 불능의 원인이 다름 아닌 젠더 프레임 자체에 있다는 주제를 명시적으로 표현한 또 다른 작품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집안의 매장」“Home Burial”은 비록 남녀의 대립을 다루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가정이라는 제한적이고 사적인공간에서의 대립을 다루기 때문에 비교적 토론이 활발하다(No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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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토픽모델링은 단어의 통계를 기반으로 특정 문서 집합에 내재된 추상적인 주제를 발견하는 비지도 기계학습 모델(Unsupervised Learning Model)이다. 이 방법론은 단어 하나의 빈도보다는 함께 나타나는 단어들의 집합을 확률적으로 추적하기 때문에 텍스트에서 반복되는 모티프에 대한 깊은 탐색을 가능하게 함은 물론 문학 분석의 해석 가능성과 세밀함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픽모델링을 활용한 텍스트 분석은 최근 10여년간 문학, 문화 연구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2013년 매튜 조커스(Matthew Jockers)는 19세기 영미소설에 토픽모델링분석을 시도하여 문학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지배적인 문화적 조류를 밝혀내었다. 그의 연구는 주제 분포와 빈도 등의 양적 척도를 사용하여도덕성, 자연, 남성성 등과 같은 주제가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관통하며 변형되어 왔는지를 보여주었다. 같은 해 리사 로디(Lisa Rhody)는 비유적 언어의 비중이 큰 시 장르에 토픽모델링을 적용하여 의미적으로 불명료하게 나타나는 토픽들을 토대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로디는 토픽모델링이 비유적 언어와 같은 시적이고 복잡한 텍스트를 빈도나 통계로 변환시킴에 따라 본래의 깊은 의미를 완전히 포착하지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과 한계는 오히려 기존 연구 방법론을 보완하거나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토픽모델링을 도입한 문학연구가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직접적인 문학텍스트의 주제 분석보다는 문학작품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문학 담론의 생산과 순환 구조를 탐구하는 일련의 연구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로 이재연(2021)과 윤미선(2023)은 1920년대 조선과 18세기 런던에서 발행된 문학 잡지를 각각 분석하여, 문학이라는 제도가 다양한 매체의 형식과 물질성을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들 정기간행물 연구는 정전(定典) 바깥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아 문학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으며, 문학 작품의언어와 그를 둘러싼 비평담론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관계까지도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인문학 연구의 형식주의적 한계를 넘어서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최근 토픽모델링 연구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본 연구는 버지니아 울프의 1915년부터 1941년까지의 일기를 대상으로 LDA 기반 토픽모델링 기법을 적용하였다. 일차적으로 주요 주제의 클러스터링과 핵심 키워드 분석을 통해 울프의 개인적 관심사와 내면세계를 구조적으로 조명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코사인 유사도와 단어 빈도분석을 활용하여 ‘자연’과 ‘전쟁’과 같은 공통주제를 중심으로 일기와 소설 간의 상호텍스트성, 그리고 사적 언어와 공적 언어 간의 관계성을 밝혀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본 논문은 기본적으로 작품의 언어가 문학과 “비문학을 포함한 더 큰 언어의 구체적인 생산과 유통 회로” 속에 위치하며 따라서 문학작품의 바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윤미선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85). 작가의 공책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물질화되고 텍스트화되는 일기의 경우, 공적 영역에서 유통되는매체와 비교해 ‘덜’ 사회적일 수 있지만 문학작품이 생산되는 사회, 문화적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언어 실천의 중요한사례이다. 요컨대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의 일기는 작가의 창작 과정과 여성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텍스트이며, 바로이 고유의 기록성과 사적 성격이 넓은 의미에서는 역설적으로 문학 텍스트 생산의 사회사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1] 정기간행물을 통해 동시대 공적 담론장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일기를 통해서도 작품과 작가의 창작 환경, 당대의 언어 및 문화적 조건, 그리고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교차했으며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탐색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텍스트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일기의 언어를 작품의 언어와 연결지어 분석하면 작가의 사적 언어가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그 언어가 작품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고 재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하였다. 본 연구는 디지털 분석도구를 사용해 문화 텍스트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일기라는 다소 소외되어온 장르 분석을 통해 기존 울프 연구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모더니즘 소설은 1980년대 역사주의 비평가들과 페미니즘 학자들의 대대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진 이후 크게 주목받아왔고 학계에서 활발히 연구되어왔다. 하지만 그의 일기는 자주 인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학술적 연구 대상으로는 그다지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해왔다. 짐작건대 60만 단어에 육박하는 방대한 양과 불규칙적으로 분포된 주제들, 일기라는 장르 특유의 주관성이 그 이유일 것이다. 엘리자베스 퍼드닉스(Elizabeth Podnieks)와 조앤 티드웰(Joanne Tidwell)의 저서는 울프의 일기가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열린 결말과 입체적 내러티브를 허용하는 장르로서 울프의 모더니즘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단순히 비문학적 기록이 아니라 작가의 문학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을 통합하고 작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매체로서 일기의 역할을 강조하는 몇 안 되는 중요한 연구들이다. 이들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 논문에서는 울프의 일기를 관통하는 주제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가의 사적언어와 문학적언어–사적 페르소나와 공적 페르소나–의 연결 지점을 살펴보려한다. 일기란 작가 자신이 스스로의 주체성과 자아를정의내리는 자유롭고 격식없는 글이며, 작가가 그리는 실제 삶 속 자기 모습을 가감없이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이다. 한편 일기는 언제나 공적 맥락속에서 존재하며, 그 속에서 구성된 자아는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어적 맥락을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낸다.페미니스트, 평화주의자, 에세이스트, 우울증 환자, 호가스 출판사 운영자, 소설가, 블룸스버리 멤버 등 울프를 지칭하는 많은 수식어들 가운데, 그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며 선택한 단어들과 주제어들은 무엇이며, 그의 일상에 지배적으로 각인을 남긴 키워드는 무엇인가? 울프의 일상은 그의 문학적 인생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주제라는 측면에서 일기는 문학작품과 “양적으로” 어떤 상호텍스트적 연결성이 있으며, 일기라는 텍스트가 주는 전기적 또는 사회적 문맥을 통해 문학작품을 새로 읽을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일환으로 본 연구는 1910년 이후 ‘자연’과 ‘전쟁’이라는 키워드가 울프의 삶과 작품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휴머니스트이자 평화주의자로서 울프가 만들어낸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언어의 형성 과정을 탐구한다. 특히, 전쟁으로인해 황폐해진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삶의 가치와 의미를 모색하려 했던 그의 노력이 어떻게 이들 두 주제를 중심으로 나타났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자연 관련 주제의 등장은 기존의 울프 연구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동안 학계에서 울프는 주로 도시문화를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며, 대중에게도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한 여작가이자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으로 더 잘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본 연구의 파일럿 테스트(LDA 모델링, 코사인 유사도 및 빈도분석) 결과, 울프의 일기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 중 자연, 시골, 식물 관련 어휘가 부각되었고, 이들은 울프의 문학과 일기 사이의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나타났다. 이에 본 연구는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울프 텍스트의 주제 및 키워드를 구조화 및 시각화하는 동시에, ‘자세히 읽기’(close reading)를 통해 전쟁, 자연과 같은 특정 주제어들이 어떻게 의미화되는지 그 구체적인 양상 또한 추적하고자 한다. 2. LDA모델과 단어 빈도분석: 방법론에 대하여 1) LDA모델 텍스트의 키워드와 특정 키워드가 나타나는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잠재 디리클레 할당(Latent Dirichlet Allocation, LDA)이라는 확률적 모델과 단어 빈도분석이 주요 방법론으로 사용되었다. LDA는 단어가 특정 토픽과 연결될 확률과 문서에 특정 토픽이 존재할 확률을 결합확률로추정하여 토픽을 추출하는 대표적인 알고리즘이다. 한편 단어 빈도분석은 텍스트 내 단어 출현 빈도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특정 문서에서 자주 출현하는 단어를 파악하여 핵심 단어를 추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된다. 두 방법론의 개념, 효용성과 한계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논의가 진행되었으므로 일반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왜 이 연구에 이들 방법론을 사용하였으며, 디지털 분석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고려해야 했던사항 위주로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려 한다.[2] LDA모델은 초기에는 소셜 미디어 데이터에서 사용자의 반응을 파악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뉴스 및 연구동향을 분석하는 데 주로 쓰였다(Gerrish and Blei 2010; 박자현, 송민 2013). 하지만 최근에는 인문학자들도 문학, 비문학 텍스트에 토픽모델링을 적용해 문학사에서 시대별 주제 변화나 특정 장르의 주제적 특성 등을 고찰하는 연구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Blevins 2014; Schöch 2017; Underwood 2019). LDA의 경우 토픽의수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텍스트나 모델 설정에 따라 너무 일반적이거나 무관한 토픽을 산출하는 등 정확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더욱 정교한 주제 추출이 가능한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의 LLM(Large Language Model)방식도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본연구에서는 해석하는 사람의 역량을 중시하는 인문학 연구에는 접근성이 높으며, 문서-토픽 간 관계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LDA가 충분히 유용하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텍스트의 멀리서 읽기와 자세히 읽기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문서 내 토픽이 얼마만큼의 확률로 분포되어 있는지 제시해주는 LDA의 기능이 문서를 추적, 선별하기 위한 대략의 기준을 마련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LDA모델에 적합한 텍스트는 길수록, 그리고 많을수록 좋으며, 학자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보통 문서의 길이는 최소 200단어이상, 문서의 개수는 최소 100개 이상이 되어야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울프의 일기는 총 1614개의 문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문서의 길이는 평균 300에서 400단어로 LDA모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자료의 기준을 갖추었다.[3] 다만 이후에 소설에 LDA모델을 적용할 때, 소설처럼 길이가 지나치게 긴 문서는 노이즈 발생 확률이 높아 LDA모델이 일관된 패턴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울프의 소설은 대부분 5만에서 10만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문서가 지나치게 짧으면 문맥이 손실되고 개별 조각에서 의미 있는 주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있지만, 반대로 너무 길면 여러 주제가 섞이면서 분석이 흐려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500이나 1000단어 단위로 문서를 나누면 주제 분석의 정밀도를 높이고 모델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조커스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여, 울프의 소설 9권을 미리 500단어 조각으로 분할하는 작업을하였다(Jockers “Secret”).[4] 일기와 마찬가지로 소설 또한 전체적 경향을 보기 위해 9개의 소설을 모두 하나의 코퍼스로 간주하고 토픽모델링을진행하였다. 토픽의 개수를 몇 개로 고정할 것인가는 토픽모델링을 적용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문제 중 하나이다. LDA는 비지도(unsupervised) 학습방법의 일종으로 토픽의 최적 개수가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일관성 점수(coherence score)가 높고 복잡성 점수(perplexity score)가 낮은 구간을 참고하여 주제의 분화도, 의미 해석 가능성, 그리고 연구 목적과의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수를 선정하였다.[5] U_Mass, C_V, Perplexity로 대표되는 세 지표를 Z-점수로 표준화하여 통합 점수를 산출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변동성이 감소하는 엘보우 포인트(elbow point) 및 정체구간(plateau)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통계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것은 5개의 토픽 모델이었으나, 해당 모델은 주요 주제가생략되는 경향이 있어 해석력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통합 점수의 상승 폭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는 엘보우 포인트이자, 주제 해석의 명확성과 분화도가 유지되는 k=10을 최종 토픽 수로 결정하였다. 또한 LDA의 특성상 토픽모델링을 실행할 때마다 토픽의 구성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LDA모델을 실행할 때마다 특정 난수 값(random state)을 지정하였다.[6] 물론 토픽을 추출하고도 어떤 주제어 위주로 토픽 표제를 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실제로 울프의 일기에서 추출한 각각의 토픽을 이름 붙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주제어의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정렬 시 주제어 구성에 있어서 토픽 간의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pyLDAvis모듈을 사용해 시각화를 한 후 가중치 조정 변수인 람다(λ) 값의 조정을 통해 각 주제어의 전체 중요도와 토픽별 특이성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였다.[7] 물론 적정 람다 값에 대한 정답은 없기 때문에 연구자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 하였으며, 이 연구에서 람다값은 0.6으로 고정하였다. 일기와 문학 코퍼스 정제시 품사 선택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 중 하나였다. 보통 주제(theme)는 명사로 결정되므로 (보통)명사만을 추출해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기의 경우 보통명사만 추출하자 각 토픽에 속한 단어들이 서로 너무 유사해서 토픽 간 특수성을 구별하기 힘들었다. 아마도 일기의 특성상 단어 사용이 반복적이고 어휘와 표현의 수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리하여 3절의 주제어분석을 위해 일기 텍스트를 정제할 때는 장소나 인물 등의 고유명사를 포함해서 각 토픽의 문맥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이 연구에서가장 중점을 둔 것은 울프의 삶이므로, 그의 삶에서 주로 언급되는 인물과 장소는 해석에 주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이다.이와 반대로 소설을 토픽모델링할 때 고유명사를 포함하자 등장인물 이름이 토픽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으므로, 이후 4절에서 소설과 일기 코퍼스의 토픽 유사도를 비교할 때는 두 텍스트 모두 보통명사만을 포함하였다. 2) SBERT 방식을 활용한 코사인 유사도 측정 및 단어 빈도분석 토픽모델링을 통해 일기의 전체적 주제를 연계하여 구조화한 후에는 일기와 소설의 토픽간 코사인 유사도를 분석한 후, 이를 의미적 차원에서 보완하기 위해 마지막 섹션에서 소설을 대상으로 한 단어 빈도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코사인 유사도 측정 단계에서는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LDA기반 토픽모델링을 사용해 일기와 소설의 토픽 및 키워드 시퀀스를 추출한 후, 이에 추가로 SBERT (Sentence-BERT) 기반 임베딩을활용하여 각 토픽을 보다 고차원적 의미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LDA 기반 토픽모델링은 문서 내 단어들의 동시 출현 빈도를 바탕으로 주제를 추출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단어 간 의미적 유사성이나 문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문맥과 의미 기반의 비교가 가능한 SBERT 임베딩을 도입하여, 토픽이 단순히 동일한 단어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넘어 주제가 문맥적으로 얼마나유사한지까지도 평가하고자 하였다. 토픽모델링이 ‘함께’ 등장한 단어 집합의 빈도를 보는 것이라면, 단어 빈도분석 및 핵심어 추출은 개별단어의 빈도와 상대적 빈도인 핵심도(keyness)을 보는 데 사용된다. 개별단어의 빈도와 핵심도를 살펴봄으로써 (고유명사를 제외한) 텍스트 내 주제어의 중요도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그리하여 토픽모델링에서 추출된 주제어들이 실제로 얼마만큼 텍스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채택한 AntConc 프로그램의 플롯(plot)기능과 KWIC(keyword in context) 기능은 소설별 빈도분포와 단어가 속한 문맥까지도 한눈에 볼수 있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단어 또는 단어 집합의 빈도가 소설이 출간된 연도별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특정 단어가 어떤 뉘앙스로사용되었는지를 손쉽게 살펴볼 수 있어 빈도분석을 기반으로 자세히 읽기를 할 때 주된 도구로 사용하였다. 3) 키워드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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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찰스 디킨스(1812~70)가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의 연재를 시작한 1837년은 공교롭게도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한 해다. 빅토리아조(1837~1901)의 공식적 개막과 함께 본격적인 소설 집필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소설가, 언론인, 개혁가로서 당대 영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발언을 아끼지 않으며 열정적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했던 인물인 디킨스의 생애에 관한 연구는 그 자체로 19세기 소설장르에 대한 연구라 할수 있다. 즉, 디킨스의 소설이 쓰여지고 읽힌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19세기 영국 문화사에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디킨스의 편지는 그 작업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전화와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 19세기 영국인들에게 핵심적인 비대면 소통수단은 단연 편지였다. 21세기 한국인의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사용량을 고려하면, 몇몇 19세기의 인물들이 현대인이 보기에 경이로울 정도의 편지를 남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그편지가 모두 살아남지는 못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언니 카산드라(Cassandra)는 오스틴과 교환한 서신의 상당 부분을 오스틴 사후불에 태워버렸다. 카산드라처럼 편지를 완전히 없애 버리지는 않더라도, 작가의 가족들은 작가의 이미지를 위해 편지를 세심하게 고르고 때로는 수정하여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디킨스의 처제 조지나 호가스(Georgina Hogarth)와 큰딸 메이미 디킨스(Mamie Dickens)는 그의 사후 서간집(The Letters of Charles Dickens, 1879)을 출판할 때 적극적인 선별 및 수정작업을 거쳤다.[1] 그럼에도 20세기 편집자들은 디킨스의 편지를발굴, 복원, 편집하는 데 진심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그들의 노력의 결실은 1965년부터 2002년에 거쳐 총 12권으로 집대성되어 ‘필그림 에디션’(Pilgrim Edition)이라 불린다. 현재까지 발견되어 출판된 디킨스 편지는 5,000통이 훌쩍 넘으며, 새로운 편지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필그림에디션 출간 후 새롭게 발견된 편지는 리트박(Leon Litvack), 크레이그(Lydia Craig), 제러미 패럿(Jeremy Parrott), 캐디(Scott Caddy)의 찰스 디킨스 편지 프로젝트’(The Charles Dickens Letters Project, 이후 DLP)에 무료 공개되어 있다.[2] 이 방대한 분량의 편지는 연구자료로서 가지는가치에도 불구하고 전기에 활용되거나 논문에 가끔 인용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달리 말해, 그 자체로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된 적은 드물다. 이 논문을 작성하며 편지를 직접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 명의 연구자가 필그림 에디션 12권 전권에 수록된 편지를 전부 읽는 것은그 자체로 거대한 과업에 가깝다. 경이로울 정도로 활동적이었던 디킨스가 영국과 유럽대륙,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며 만나 편지를 교환한 사람들이 어떤 인물인지 간단하게라도 확인하며 편지를 읽으려 한다면, 적어도 반년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편지만 읽어야 할 것이다. 특정 연구주제와 관련된 일부를 선별하여 연구에 활용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지만, 이 서간집이 담아내는 19세기 영국을 좀 더 포괄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문학 텍스트 중심의 논문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 연구는 새로운 접근법을 디지털 인문학에서 찾으려 하며, 디킨스의 편지 연결망 일부를 사회 연결망 분석에 사용되는 툴 게피(Gephi)를 사용하여 분석한다. 연구대상은 디킨스가 『올리버 트위스트』 연재 시작 직전 13개월(1836년 1월~1837년 1월) 동안 남긴 편지다. 숫자 상으로 19세기 중반인 1836~1837년은, 학술적으로 통용되는 시대 구분으로 장기 18세기의 끝자락이자 장기 19세기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시기로 낭만주의와 빅토리아조의 경계에 있는 시기다. 이 논문은 신인 작가의 편지 연결망을 통해 빅토리아조 개막 직전 장기 18세기와 장기 19세기가 중첩되는 시기 영국(주로 잉글랜드, 그 중에서도 런던)의 문화 및 출판계의 지형를 살핌으로써, 작가로서 디킨스의 성숙 과정이 이 시기의 독특한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적 경험에 어떻게 빚졌는지 고찰하고 초기 디킨스의 핵심작 『올리버 트위스트』가 이 시기의 창작물로서 가지는 특징적인 면모를 분석한다. 게피를 사용한 디지털 인문학 논문이지만, 이 논문은 연결망 분석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나 분석 도구의구체적인 사용법보다, 1) 도구를 사용하여 구현한 시각화 결과물이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2) 양적연구가 앞서축적된 질적연구의 결과와 어떻게 맞닿으며 보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지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작성되었다. 달리 말해, 가설을 먼저 세우고그 가설을 증명하는 것보다, 데이터에서 연구주제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둔 탐색적 성격을 가진 글임을 밝힌다. 2. 방법론과 데이터 정리 과정 연결망 분석은 사회과학에서 발전시킨 연구분야이자 방법론이다. 행위자를 노드(node)로, 행위자 사이를 잇는 선을 에지(edge)로 부르며, 아래의 그림들에서 보듯 동그라미(노드)가 선(에지)으로 연결된 형태를 취한다.[3] 한국에서도 1980년대에 이미 연결망 분석이 언론, 사회, 정치 등 여러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에 등장했다. 국내 사회관계망 연구의 대표적 초기 연구자인 김용학은 연결망 개념의 기초 소개(1987)부터대중가요 가사 핵심어 연결망 분석(2015)까지 다양한 층위와 분야에서 연결망 분석 논문을 발표해 왔다. 강명구, 김용호, 김정아는 1993년 신문기사를 데이터로 한국 정치권력을 연결망 분석으로 구조화하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인문학 분야에서도 디지털적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문학연구에 연결망 분석이 도입되었다. 문학에서 연결망분석을 활용한 대표적인 국내 연구로 이재연의 논문(2014)을 들 수 있다. 이재연은 작가집단과 투고 및 발표 지면에 주목하여 1920년대 ‘근대작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연결망 분석으로 추적한다. 1930년대 후반 시인과 그들이 시를 발표한 동인시지를 연구한 이유미, 김바로의 논문(2022)도 이 방법론을 사용한다. 영문학계에서는 비평이론 인용문헌 연결망으로 한국 영문학계 학술장의 지형도를 그린 김용수의 연구(2022)가 주목할 만하며, 문학 텍스트 속 인물 관계의 연결망을 분석한 논문으로 오스틴(Jane Austen)의 『엠마』(Emma)에 관한 원영선의 논문(2023)이 있다. 이 논문이 기초 데이터로 삼는 편지는 역사 문헌을 활용한 연결망 분석의 고전적이며 대표적 재료다. 21세기 디지털 인문학의 발흥이 추동한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의 대표적 성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지식인 간의 편지 연결망을 통해 계몽주의 지성사를 시각화하는 스탠포드 대학의 “문필 공화국 지도 그리기”(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를 들 수 있다. 시기별로 변화하는 연결망을 시각화한 연구로 알브레히트(Kim Albrecht), 애너트(Ruth Ahnert), 애너트(Sebastian E. Ahnert)의 “튜더 연결망”(Tudor Networks)을 들 수 있다. 이 기획은 1509년부터 1603년까지, 헨리 8세부터 엘리자베스 1세의 재위 기간 약 백 년 간 튜더 왕조의 정부가 보낸 편지의 연결망을 분석하기 위해 편지를 시기별로 구획화한 시계열 그래프를 그린다.[4] 이 논문은 편지 연결망에 기반한 문화사 연구인 한편, 편지 내부에 언급된 인물과 문학, 문화 텍스트를 소환하여 수신자-발신자 연결망에추가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편지 연결망 연구방법론을 수정하며, 이 수정은 연결망 분석을 활용한 이전의 문학연구들과 궤를 같이 한다. 앞서 소개한 국내 연구에서 본 바 같이, 문학연구에 연결망 분석이 활용될 때 작가, 텍스트, 매체, 출판사 등이 노드로 설정되는 일이 잦다. 이런방법론적 설계는 해외 빅토리아조 문학연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휴스턴은 빅토리아조의 시 출판망을 추적하면서 작가와 출판사를 노드로 두는데, 이들 사이에 에지가 있으면 특정 작가가 자신과 에지로 연결된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했음을 뜻한다(503). 편지를 직접 읽어, 편지에 언급되는 인물과 텍스트를 찾아내어 데이터셋을 만들었다는 데 이 논문의 방법론적 특징이 있다. 200통 가까이되는 편지를 꼼꼼하게 읽어, 스프레드 시트에 옮겨 적었다.[5] 데이터 정리 방식과 연구 설계 측면에서 버클스(Peter Buckles)의 2023년 논문을참고했다. 버클스는 1800년을 전후로 활동한 서인도제도 상인이자 대농장주인 존 피니(John Pinney)의 네비스-브리스턴 연결망을 그의 회계장부를 근거로 재구성한다. 그는 피니의 사업에서 여성이 수행한,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역할을 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894). 버클스는 회계장부를 2년씩 쪼개어 분석한 시계열 그래프를 그리고, 피니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연결망에서 피니를 ‘걷어내어’ 당대의 상업연결망의 한 단면을 되살린다. 이 논문은 피니 중심의 연결망에서 피니를 걷어내는 버클스의 작업에서 착안하여, 디킨스 중심의 데이터에서 디킨스를 걷어내어 시각화한 결과를 보여준다. 저자는 버클스와 달리 특정한 가설 없이 데이터 정리에 착수했다. 가설은 없으되, 시각화한 편지 연결망을 이 시기 디킨스의 삶과 작품에 대해 누적되어 온 연구 결과와 비교하겠다는 목표는 있었다. 디킨스는 작품에 대해 축적된 연구도 방대하지만, 여러 권의전기가 발간되었으며, 생애사가 꾸준히 연구되는 작가다. 편지 연결망 그리기라는 작업이 시도된 적 없을 뿐, 이 거대한 작업에 착수하여 그리기만 하면, 그 연결망이 보여주는 관계도가 개입할 수 있는 기존 서사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질적연구의 결과물을 양적연구가재확인해주는 것도, 질적연구를 비껴간 관계를 양적연구를 통해 발견하는 것도 모두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입장에서 데이터에 접근했으므로 구체적인 가설을 세우지 않았다. 시각화 결과물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선행연구와의 관계 속에서 점검하면서 논문 주제를 발전시켰다. 한편, 버클스는 회계장부 같은 특정인 중심의 자료가 연결망 작성의 기초가 될 때 ‘자아 중심성’(egocentriticy)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는데(897-98), 편향성을 완화하기 위해 이 논문은 버클스를 따라 중심인물 디킨스를 걷어 낸 그래프를 그려보았다.[6] 모든 편지의 작성자로서 디킨스가 모든 관계를 매개하므로, 디킨스를 걷어 내고 남은 연결망은 여전히 간접적인 연결망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재구성된 연결망을 통해 당대 문화계 연결망의 한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의미가 있다. 이 연구는 세 개의 에지 리스트를 만들어 게피에 업로드, 분석했다. 세 스프레드시트 모두 두 열로 구성된 가장 단순한 형태로 작성했다. 다음은 에지 리스트를 작성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포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스프레드 시트①은 A열의 디킨스를, B열에는 수신인의 이름을 채워 넣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으로 완성할 수 있다. 스프레드 시트②부터는 적극적인 텍스트 해석이 요구된다.[7] 기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스프레드 시트①을 복사한 후, 편지를 읽으면서언급되는 (실존)인물과 문학, 문화 텍스트를 찾아내어 C열에는 인물을, D열에는 텍스트를 채워 넣는다. 텍스트 제목 앞 정관사는 생략하여라벨 길이를 줄인다. 사람이나 텍스트가 언급될 때마다 행을 하나씩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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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roduction This paper argues that women’s success, when pursued within structures of neoliberal capitalism or racialized performance culture, often demands ethical betrayal—of solidarity, of ancestral memory, and of the self. Drawing on cultural memory theory and tragic framework of moral insight, I examine Caryl Churchill’s Top Girls (1982) and Sun Mee Chomet’s Asiamnesia (2008) as dramatic enactments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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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 Studies in Classic American Literature (1923) Lawrence makes something of a prophecy: While the Red Indian existed in fairly large numbers the new colonials were in a great measure immune from the daimon, or demon of America. The moment the last nuclei of Red life break up in America, then the white men will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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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안티유토피아 H. G. 웰즈(Herbert George Wells)는 주로 기술유토피아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1905년 출간된 현대의 유토피아(A Modern Utopia)를 비롯해 해방된 세계(The World Set Free)와 신과 같은 인간들(Men Like Gods) 등 여러 작품에서 그는 기술유토피아적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그 비전의 핵심은 과학기술자 엘리트들이 주축이 되어 사회체제를 합리적으로 개조함으로써 “윤리적 진화”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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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을 대신하여 17세기 영문학에서 가장 혁명적인 순간은 의심할 여지없이 잉글랜드 내전(1641~1651)으로 시작한다. 이 전쟁의 참상으로 약 18만에서 20만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심각한 인구 구성의 변화를 초래하여 계층 간 이동을 촉진하는 구조적 변화를 야기했다(Tuck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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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환 (홍익대)[1] I. 들어가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으로 진주만 폭격(The Attack on Pearl Harbor)을 소설에서 다룬 것으로 유명한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이하 FHE)[2]는 제임스 존스(James Jones)의 이른바 “군대소설 3부작”(the army trilogy)의 첫 소설로 1951년에 출판되었다. 이 소설은 병영과 전쟁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한 묘사와 소설의 대중적 인기, 그리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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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림 (한국방송통신대)[1] I. 들어가며 본 연구는 연극과 영화의 상호성을 토대로 구축된 새로운 매체가 우리 시대의 셰익스피어 번안 및 공연 문법을 다시 쓰는데 활용되는 양상을 탐구한다.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의 가장 큰 무대인 올리비에 극장(Olivier Theatre)에서 2020년 여름 공연 예정이었던 사이먼 고드윈(Simon Godwin) 연출의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번안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창궐로 극장이 봉쇄되는 바람에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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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에이브람스(M. H. Abrams)가 낭만주의 문학론의 핵심적 개념으로 “표현 이론”(expressive theory)을 내세운 이래로, 낭만주의 시인의 이미지는 창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적 사고와 감정을 외부 세계에 투영하면서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는 사람들로 각인되어 왔고, 이는 지금까지도 근대적 예술가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다(Abrams 22). 이 이론에 따르면, 시인의 내면 정신을 시 창작의 근본적 원천으로 여기는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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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gyung Jo (Inha University)[i] In a 2024 New York Times article, the topic of American borders was discussed in relation to the increasing use of biometric technology for screening travelers entering the United States. At the American borders, biometric screening such as fingerprint mapping and facial recognition is currently mandatory for foreign nationals, whil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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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Ree Heor (Seoul National University) Cligés by Chrétien de Troyes (c. 1176) and Bevis of Hampton by an anonymous poet (c. 1300) imbue the power structure in chivalric romance that control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knight and the lady, male and female, with the conscious effort to differentiate the religious and cultural other 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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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희소성의 현실과 대박의 약속 위험을 무릅쓴 모험은 엄청난 부의 획득으로 보상한다. 디포(Daniel Defoe)의 모험소설, 즉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1719), 『로빈슨 크루소의더 많은 모험』(The Further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1720), 『싱글튼 선장』(Captain Singleton, 1720), 『새로운 세계일주』(A New Voyage Round the World, 1724) 등이 일관되게 하는 이야기이다. 디포의 모험소설들은 주인공들이 전 지구적으로 모험을 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중요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으니, 주인공들이 집에 머물렀다면 상상할 수 없던 부를 모험을 통해 획득해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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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Sexton’s poems have long been judged for the author’s seeming obsession with the first-person, self-centered account. For one, this judgment is grounded in scholarly bias against literary lyrics with autobiographical impulse, according to which self-referential moments in literature constitute a sign of unpleasant egocentrism.[1] At the center of this discourse, confessional poetry is subject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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