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안과밖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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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환경인문학(environmental humanities)은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생태·환경 재앙의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학제간 연구 분야다.1)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과학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과 정치·안보, 보건·의료, 경제·사회, 문화 등 인간 문명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환경인문학은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분과학문 체제를 극복하고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창의적으로 통합하고 횡단한다.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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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이 글은 미국 현대언어학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 MLA)에서 발간하는 「MLA 고용정보 보고서」(“Report on the MLA Job List”) 보고서와 연례 학술대회 프로그램 자료를 분석하여, 미국 영문학계의 최근 동향과 연구 경향을 개괄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한국 영문학계와 비교함으로써 두 학계의 특징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 배경과 구조적 요인을 검토함으로써 한국 영문학계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다만, 이 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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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스키(Rita Felski)는 미국 버니지아대학의 영문과 교수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페미니즘과 비판이론의 다양한 교차를 치열하게 사유해온 학자다. 최근의 포스트비판(postcritique) 논의에서 펠스키의 작업이 특별히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앵커(Elizabeth S. Anker)와 공동 편집한 『비판과 포스트비판』(Critique and Postcritique, 2017)이 비판에서 포스트비판으로의 전환을 이해하는 데 신뢰할 만한 안내서로 자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논의되었지만, 이보다 앞서 출간된 『비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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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미문학연구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창간호 이래 30년간 이어져온 『안과밖』의 ‘동향’ 꼭지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를 다룬 논문은 지금까지 세 편이 있다. 6호에서는 『대안적 셰익스피어들』(Alternative Shakespeares) 2권(1996)을 중심으로 탈식민주의 담론의 확장, 페미니즘 연구가 젠더 연구로 전환되는 양상 등을 주목했다. 17호에서는 국내 영문학 주요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대상으로 ‘여성론적 논의’를 중심에 둔 셰익스피어 연구동향이 검토되었다. 27호의 동향 논문은 『대안적 셰익스피어들』 3권(2008)과 영미권의 대표적 셰익스피어 저널인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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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 2025)은 같은 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3세 영국 소년의 이야기다. 2025년 3월 공개 직후 4주 연속 글로벌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얼마 전 제76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아역 배우 쿠퍼(Owen Cooper)의 남우조연상 수상을 비롯해 작품상·감독상·각본상·여우조연상까지 주요 상을 휩쓸며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압도하는 자본으로 치장한 블록버스터나 잘 알려진 배우들을 기용하지 않은 미니시리즈가 전 지구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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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베트코비치(Ann Cvetkovich)의 『우울: 공적 감정』(Depression: A Public Feeling, 2012)은 우울증을 개인의 병리학적 질환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적 함의를 지닌 사회적 정동의 경험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퀴어 페미니즘의 틀을 통해 우울증을 사회적 불평등, 자본주의적 피로, 젠더·섹슈얼리티의 규범적 억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읽어내면서,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 속에서 공동체적 연대의 핵심 자원을 발견하려 한다. 츠베트코비치는 이 책을 통해 ‘퍼블릭 필링스 프로젝트’(Public Feelings Project)―벌랜트(Lauren Berlant), 무뇨스(Jose Esteban Munoz), 세즈윅(Eve Kosofsky Sedgwick) 등과 함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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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동시대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이 국가와 장르를 막론하고 활발하게 번역·소개되는 문화가 반갑던 차였다. 서로 다른 언어로 쓰였지만 그 언어들을 살피다 보면 “내 시대의 여성이라는 걸 / 알기에 충분하다”(enough to let me know / she’s a woman of my time)던 리치(Adrienne Rich)의 시구처럼 동시대의 여성의제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랭킨(Claudia Rankine)의 『그냥 우리: 미국의 대화』(Just Us: An American Conversation, 이하 『그냥 우리』)가 번역된다고 들었을 때, 그것도 북펀드를 통해 출판 예정이라고 들었을 때 다소 놀랐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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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윌리엄 블레이크와 기쁨 막디시(Saree Makdisi)는 『윌리엄 블레이크와 1790년대의 불가능의 역사』(William Blake and the Impossible History of the 1790s)에서 기쁨이 블레이크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 정서임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기껏해야 “초역사적 욕구”(transhistorical drives) 또는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열정”(abstract ethereal passions) 정도로 폄하되어왔다고 지적한다.1) 이러한 비평적 맹점은 비단 블레이크(William Blake) 비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역사주의적 이데올로기 비평이 주도하던 20세기 중후반 낭만주의 비평 전반이 공유하던 시각이기도 하다. 이데올로기 비평의 관점에서 낭만주의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