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9호] [특집] 나비 이야기: 인류세 시학 시론 / 이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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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환경인문학(environmental humanities)은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생태·환경 재앙의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학제간 연구 분야다.1)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과학적 현상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과 정치·안보, 보건·의료, 경제·사회, 문화 등 인간 문명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환경인문학은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분과학문 체제를 극복하고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창의적으로 통합하고 횡단한다. 이때 환경인문학은 특히 가치, 서사, 재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환경·생태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과학기술을 보완한다. 1960년대 이후 부상한 환경학과 최근 주류 환경담론은 환경문제를 과학의 문제와 동일시하고 기술적 해결책을 개발함으로써 극복하려는 경향이 있다. 환경인문학은 과학의 성과를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지만, 과학기술이 그 자체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원한다. 여러 학자의 지적대로 인류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원리 및 위험성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왔고,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인류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학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대문명의 심리·문화적 요소, 그리고 이와 연계된 정치·경제적 요인 때문이다. 즉 고시(Amitav Ghosh)의 표현대로 “기후위기는 곧 문화의 위기이고 상상력의 위기다”.2)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인문학은 기존 학문의 경계를 횡단하면서 현재의 비상사태에 이르게 된 인간 문명과 자연의 역사를 성찰하고, 지구환경의 변화에 대한 과학적 논의에 기반해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논리·상징·서사를 고민하고 고안한다.

그렇다면 환경인문학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문학비평은 어떠한 형태이고 기존의 생태비평과 어떻게 다를까? 물론 새로운 생태비평은 포스트휴머니즘, 유물론적 페미니즘, 퀴어/마르크스주의적/탈식민주의적 생태주의 등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double scale)에 초점을 맞추어 문학·문화 텍스트를 분석하는 접근인 ‘인류세 비평’의 의의를 설명하고 그 사례를 제시한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문자 그대로 ‘인간의 시대’라는 뜻으로 오늘날 인간 종이 지구 역사상 유례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지구환경을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며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를 촉발시켰다는 통찰을 표현한다.3) 그런데 차크라바르티(Dipesh Chakrabarty)와 모턴(Timothy Morton) 등의 이론가가 지적하듯이 인류세의 도래는 인간 활동이 야기한 사건이면서 인간의 존재 및 경험 범위를 초월하는 사건으로 스케일(scale)의 문제를 제기한다.4)

다시 말해 인류세는 인간적 규모와 행성적 또는 비인간적 규모의 급격한 변화에서 기인한다. 먼저 차크라바르티의 설명대로 인류세는 인간의 역사와 지질학적 시간에 모두 관여한다.5) 한편으로 인류는 약 1만 2000년 전에 문명을 시작했고, 지난 250여 년간 산업화를 이룩하고 화석자본주의를 발전시켰으며, 특히 지난 70여 년간 기술·경제·인구를 폭발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런데 인간 종은 이렇게 “지질학적 힘”으로 기능함으로써 인간적 규모의 시간대만이 아니라 지질학적 차원과 생물 종의 시간에 영향을 끼친다.6)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는 빙하 해빙, 지구온난화 등 몇만 년 또는 몇백만 년을 주기로 진행되어온 지구환경 사이클을 교란한다. 또한 인간 문명의 확대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와 큰 규모로 생태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지구 생명체의 진화에도 파괴적 영향을 끼친다. 이 점에서 “[인류세를 대표하는 사건인] 기후위기는 지구 시스템의 역사, 종의 역사, 인류의 기록된 역사와 심층적인 역사라는 보통 분리된 통사적 질서가 갑자기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드러내며, 그 과정에서 행성적 과정과 생물학적 삶의 역사가 상호작용하는 깊은 연결을 드러낸다”.7) 나아가 인류세는 공간적 차원에서 인간의 생활세계와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라는 서로 다른 두 규모의 영역에 관여한다. 모턴은 인간이 감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규모의 대상 또는 현상을 “초객체”(hyperobject)라고 부르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후변화다.8) 우리는 날씨는 인지할 수 있지만 지구 전체의 기후는 직접 감지할 수 없다. 더구나 인간의 행위가 지구 시스템 및 생태계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변화시키는 기제 및 양상을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은 의미와 해석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접근 및 문학비평의 방법론이 생산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9) 실제로 인류세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양한 규모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고, 어쩌면 이러한 다층적 해석을 통해서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모턴은 우리의 일상적 행동이 ‘인류세적’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한다.10) 그에 따르면 매일 개인은 무심코 자가용에 시동을 건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사람은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수십억 명이 자동차의 증기기관을 점화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위에 참여한다. 따라서 시동을 거는 ‘내’ 손은 다른 수십억 개의 손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도 불리는 전 지구적 생명다양성 위기를 가속시키는 데 일조한다.11) 이와 비슷하게 차크라바르티도 근대 역사에 대한 다층적 해석을 제시한다. 그가 보기에 “근대적 자유의 대저택은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의 기반 위에 세워졌다”.12) 한편으로 서양 근대의 역사는 인간적 차원에서 권리와 자유가 확장되는 진보의 역사다. 하지만 행성적 관점에서 이 시기는 지속 불가능한 생활양식을 확장시킴으로써 환경과 문명의 기반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파국의 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인류세의 사건은 다양한 스케일을 횡단하면서 해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때로 상충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스케일이 의미를 창출하고 변화시키는 방식을 중심으로 전 지구적 위기의 문화적 재현을 분석하는 접근을 ‘인류세 비평’(Anthropocene criticism)으로 정의한다. 최근 생태비평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생태비평을 지칭하기 위해 인류세 비평 또는 ‘기후변화 비평’(climate change critic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13) 여기서 필자는 스케일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인류세 비평의 성격을 구체화하려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생태비평의 차별성과 목표와 방법을 명확히 정립할 수 있고, 최근의 비평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생태비평가는 인류세 비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채 스케일적 독해를 실천해왔다. 예컨대 기존의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비인간적’ 스케일을 고려하는 비평의 흐름이 존재하는데, 이는 넓은 의미의 인류세 비평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련의 연구자들은 비인간적 규모의 파국을 재현하기 위한 문학적·미학적 전략을 탐구하거나,14) 비인간적 행위자 및 시간성에 집중하여 인간의 역사를 넘어서는 ‘지구 역사’(geohistory)의 재현 양상을 분석한다.15) 이러한 연구는 인간의 역사만이 아니라 지구 행성과 다양한 생물종의 역사와 관점을 고려하여 텍스트를 해석함으로써 맥락화의 범위를 비인간적 규모로 확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기존 문학비평의 주된 방법론 중 하나인 신역사주의(New Historicism)를 지구역사주의(geohistoricism)로 대체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글에서 좁은 의미의 인류세 비평으로 정의하는 접근은 현대의 복합위기가 관여하는 스케일적 복잡성에 주목한다. 하이제(Ursula K. Heise), 우즈(Derek Woods), 클라크(Timothy Clark), 맥궐(Mark McGurl) 등의 비평가는 생태·환경 위기의 맥락에서 인간적인 스케일과 비인간적 스케일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지점을 분석한다.16) 그들이 보기에 “스케일 비판” 또는 “스케일 문해력”은 비평의 비판성과 정치적 실천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17)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을 분석하는 작업은 한편으로 비인간적 스케일과 행위자를 전면화함으로써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의지, 사회구조 및 정치·경제 체제 등 인간적 영역의 중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윤리와 정치의 문제를 복원하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스케일 비판으로서의 인류세 비평은 인류세의 복합위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탄소발자국 문제로 축소시키는 그린워싱 사례가 보여주듯이, 현대인이 기후위기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데는 스케일적 사고의 부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에 인류세 비평은 다양한 스케일을 횡단하는 상상력을 함양함으로써 위기에 대한 통찰력과 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글은 인류세 비평의 방법론과 의의를 부연하기 위해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 학명: Danaus plexippus)가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검토한다. 제왕나비는 북중미에서 흔히 발견되는 나비 종으로 우리나라의 호랑나비와 비슷하게 주황색 날개에 검은 선이 핏줄 모양으로 나 있고 날개 가장자리에 흰 반점이 있다. 제왕나비는 북미의 초원에서 자라는 밀크위드(Milkweed, 학명: Asclepias)에만 알을 낳고, 애벌레 유충은 이 식물의 독성을 흡수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18) 무엇보다 제왕나비는 장거리 이주 습성을 가진 소수의 곤충에 속한다. 이 나비는 0.5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체구에도 매년 여러 세대에 걸쳐 왕복 800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한다. 북중미 제왕나비 대다수는 로키산맥의 동쪽에서 번식하는데, 이들은 매년 가을(8월 말~9월경) 미국 북동부나 캐나다 남동부에서 남쪽으로 이주를 시작하여 멕시코 중부의 산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해 봄(2월 말~3월 초경)에 북쪽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여 봄·여름 동안 북미 지역에서 번식한 뒤 다시 가을 이주를 반복한다. 이러한 독특한 습성 때문에 제왕나비는 연구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과 예술가들을 매혹시켜왔고, 북중미 지역에서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19) 이 나비는 이민권 운동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이주의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하고,20) 무엇보다 개체수 급감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생태위기와 환경 보존 노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21)

앞으로 이 글은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에서 제왕나비가 인류세의 다층적 복합위기를 매개하는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인류세 비평의 사례를 제시한다. 특히 제왕나비가 등장하는 문학 및 픽션 텍스트를 검토할 뿐만 아니라, 나비에 대한 과학 연구도 문화적 담론의 일부로 간주하고 함께 분석함으로써 인류세 담론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도모한다.22) 구체적으로 2절에서는 제왕나비의 생존 위기에 대한 주요 과학논문을 분석한다. 3절에서는 킹솔버(Barbara Kingsolver)의 고전적 기후소설 『비행 습성』(Flight Behavior, 2012)을, 4절에서는 해러웨이(Donna J. Haraway)의 사변적 우화 「카밀 이야기」(“The Camille Stories: Children of Compost” 2016)를 다룬다. 위 텍스트는 각각 과학, 문학, 이론의 영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글이라는 점에 대표성이 있고, 제왕나비를 통해 스케일의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이 비슷하면서 상이하다는 점에서 함께 검토할 만하다. 이들 텍스트는 모두 제왕나비를 통해 인류세에 내재하는 인간적이고 비인간적인 규모 사이의 긴장과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세 사례에서 제왕나비는 단순히 생태위기를 대표하는 동물 종일 뿐만 아니라 인류세의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이 관여하는 인간적이고 비인간적 규모의 시간성, 일상적 생활세계와 행성적 공간 사이를 상상적으로 횡단하게 유도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하지만 각 텍스트가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을 이해하고 재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2절의 제왕나비 연구는 생태·환경 위기의 다중적 스케일을 암시할 뿐 종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3절과 4절의 두 픽션 텍스트는 제왕나비를 통해 다층적 위기 상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하지만 이 두 나비 이야기도 결국 인간적 또는 비인간적 규모의 관점을 채택한다는 점에서 인류세의 스케일적 복잡성을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재현한다.

2. 나비 이야기1: 인류세 없는 인류세 서사

몇 세대에 걸쳐 장거리 이주를 하는 제왕나비는 다른 나비 종 및 이주 종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23) 그런데 연구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제왕나비의 개체수 감소의 원인과 양상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24) 먼저 1990년대 이후 플레전츠(John Pleasants)와 오버하우저(Karen Oberhauser) 등은 ‘밀크위드 제한 가설’(milkweed limitation hypothesis)을 제시함으로써 제왕나비의 개체수 감소를 설명했다.25) 이 가설에 따르면 대다수의 제왕나비가 여름에 거주하는 미국 중서부에서 농업의 산업화로 제초제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나비가 알을 낳고 그 유충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식물 종인 야생 밀크위드가 대량으로 파괴되었고 이에 따라 나비 수도 급감했다. 그런데 데이비스(Andrew K. Davis), 이나미네(Hidetoshi Inamine), 아그라왈(Anurag A. Agrawal) 등 일부 연구자는 제왕나비의 개체수 감소 논의의 근본적인 전제를 의심하면서 2010년대 초반부터 ‘이주 사망률 가설’(migration mortality hypothesis)을 제시했다.26) 이들 연구자는 기존 데이터를 재검토하면서 지난 20여 년간 미국에서 발견되는 제왕나비의 수는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었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동안 멕시코 겨울 서식지의 개체수는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여름 개체수와 겨울 개체수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을 이주 중에 사망하는 나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이주경로의 먹이 감소, 질병과 기생충의 증가 등 때문에 이주 환경이 악화하면서 가을 이주를 완수하는 개체가 감소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집킨(Elise F. Zipkin), 질스트라(Erin R. Zylstra) 등의 최근 연구는 ‘기후변화 가설’(climate change hypothesis)을 제시하면서 기후적 요인의 영향력을 강조한다.27) 이들이 보기에 밀크위드의 부족이나 가을 이주 사망률보다 봄·여름 번식기의 강수량 및 기온 변화가 제왕나비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데 더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제왕나비의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학계의 중론이지만, 연구자들은 산업적 농경·서식지 감소·기후변화 중 일부 요인의 파괴적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비의 생존 위기의 원인, 정도 및 양상을 설명해왔다.

이 절에서는 제왕나비의 개체수 감소에 관한 주요 논의를 분석함으로써 최근의 나비 연구가 전 지구적 생태위기의 다층성을 어떻게 고려하는지 검토한다. 먼저 개체수 감소에 관한 최근 논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의 경향성을 탐구함으로써 나비 연구가 스케일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특징을 규명하려 한다. 앞으로 살펴볼 과학 텍스트는 제왕나비의 생존 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비인간적·종적 차원의 위기가 행성적 차원 및 인간적 차원의 파국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설명한다. 다만 제왕나비에 대한 과학담론은 이중적 스케일의 접점과 충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기에 인류세라는 다중적 규모의 파국에 대한 자의식을 결여한 채 인류세적 위기 상황을 시사한다.

먼저 살펴볼 데이비스와 그의 동료들이 공저한 2024년 논문은 최신 데이터를 활용하여 제왕나비의 생존 위기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려 한다.28) 이 논문은 앞에서 설명한 이론 중 ‘이주 사망률 가설’을 재고하고 입증한다. 데이비스 연구진은 2007년에서 2023년 사이 17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해 제왕나비의 동부 이주경로를 따라 보금자리의 크기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나비의 개체수 변화 양상을 파악한다. 그 과정에서 기온, 강수, 풍속, 풍향 등 기후적 요인과 정규식생지수(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NDVI)―식물의 풍성함과 꿀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를 고려함으로써 개체수 변화의 원인도 분석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나비의 이주경로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보금자리의 크기가 80퍼센트까지 감소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기후적 요인보다 NDVI, 즉 꿀의 접근성과 더 큰 상관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 제왕나비의 이주경로에 들꽃이 자라는 녹지 면적이 감소해서 나비가 이주 완수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이 논문은 이주경로의 개체수 변화를 촘촘히 추적하고, 먹이 감소 때문에 가을 이주 사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이 논문은 제왕나비 연구가 스케일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먹이 감소 이외에 제왕나비의 이주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한다.29) (1)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이주경로가 더 길어진다. 지구온난화로 밀크위드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제왕나비도 더 높은 위도에 서식하게 된다면, 나비는 겨울 서식지에 도착하기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2) 밀크위드의 인위적 재배를 통해 제왕나비를 보존하려는 노력 때문에 나비가 더 약해졌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밀크위드와 제왕나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시민이 정원과 공터에 밀크위드를 심자는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때 사람들은 대체로 외국에서 수입된 밀크위드 종을 심었고 외래종을 먹고 자란 나비는 이주를 완주할 만큼 강하게 자라기 어렵다. (3) 사육을 통해 제왕나비의 개체수를 증가시키려는 노력 탓에 나비의 체력이 약화됐다. 다수의 시민이 제왕나비의 감소를 염려하여 손수 나비의 알을 부화시키고 성체를 키워내고 있는데, 이렇게 가둬서 기른 나비는 장거리 이주를 수행할 만큼 강하지 않다. (4) 마지막으로 이주 습성을 버린 제왕나비의 개체수가 증가했다. 특히 미국 남부의 플로리다 지역을 중심으로 제왕나비가 장거리 이주를 하는 대신 한 지역에 정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데이비스와 그의 동료들의 분석은 인류세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인류세의 다층적 위기 상황을 암시한다. 저자는 인간적 규모의 자연 개입과 행성적·비인간적 층위의 파국적 변화 때문에 제왕나비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점을 설명한다. 위에서 언급한 이주 사망률 증가 요인 중 (2) 외국산 밀크위드 수입과 (3) 제왕나비의 개인 사육은 보존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이 생태계에 개입하는 행위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사례다. 물론 이러한 잘못된 보존 노력이 직접적으로 자연자원을 착취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파괴적 행위는 아니지만 인류세를 도래하게 한 인간 활동의 역설적 구조를 공유한다. 인류세 연구자가 보기에 오늘날 인류는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기후·환경 재앙에 직면하여 자연에게 복수를 당하고 있다. 그런데 인류가 자연환경을 파괴한 행위는 근대화·산업화·경제 성장을 통해 번영과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고, 그 영향에 대한 자의식 없이 무지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다.30) 차크라바르티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은 인류세 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넘어져 들어갔다”.31) 데이비스 연구진도 비슷하게 환경보호 운동의 역설을 설명한다. “제왕나비를 ‘구하기’ 위한 좋은 의도로 외래 밀크위드를 심고 사육한 나비를 방사하는 것이 이주의 상실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32) 나아가 데이비스 연구진은 인간의 부적절한 개입 이외에 인간적 규모를 넘어서는 차원의 변화가 제왕나비의 이주를 방해한다고 시사한다. 제왕나비의 이주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나머지 두 요인―(1)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 (4) 비이주 종의 증가―은 각각 행성적 차원의 변화와 비인간 종 차원의 진화에 관여한다. 이처럼 저자는 제왕나비의 이주 실패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인간적이고 비인간적 층위의 위기 상황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나비의 위기를 인류세적 현상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데이비스 연구진의 논문은 제왕나비의 생존 위기에 대한 다층적 규모의 분석을 긴밀하게 연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에 대한 자의식을 결여한다. 저자가 분석하는 다양한 위험요소는 오늘날 지구 생명체가 직면한 다층적 위기를 대변한다. 밀크위드 수입이나 제왕나비 사육과 같이 인간이 자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활동(요인2, 요인3)은 지구 시스템의 불안정화(요인1)를 야기하는 지점이 있고, 인간이 촉발한 기후변화는 제왕나비의 이주 환경을 악화시킴으로써 비이주 종으로의 진화(요인4)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나비의 이주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네 요소 간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인간적 규모의 사건과 행위가 비인간적 규모의 행성적·종적 변화를 야기하는 지점을 간과한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제왕나비가 겪는 곤경을 다소 파편적으로 제시한다. 데이비스 연구진의 나비 연구는 인간의 역사, 행성의 역사, 종의 역사가 서로 얽히면서 진행되는 생태적 파국의 서사를 내포하지만 그 위기의 다층적 복합성은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다.

오늘날 생태·환경 위기의 스케일적 복합성에 대한 자의식이 부재한 인류세 서사는 기후변화가 제왕나비의 개체수 변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도 반복된다. 기후변화는 변온동물인 제왕나비에게 매우 복잡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컨대 기온 상승은 나비의 성장을 촉진시키지만, 폭염은 오히려 성체의 성장을 방해하고 사망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33)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다수의 연구는 기온이나 강수량 같은 기후적 요인이 제왕나비의 개체수에 끼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규명했다. 그런데 아래에 상술하는 대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각 연구가 고려하는 시간적 스케일에 따라 상이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단기적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기후변화가 제왕나비의 개체수 변화에 비교적 중립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하는 반면, 장기적 영향을 다룬 연구는 기후변화가 나비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먼저 비교적 단기간의 데이터를 활용한 제왕나비 연구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꼭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태풍, 폭우, 가뭄 등 극한 기후 현상은 나비 수를 일시적으로 급감시키지만,34) 과연 근래의 기후 재앙이 개체수 감소를 가속화시켰는지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35) 실제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한 일련의 주요 연구는 특정 사례에 집중하기보다 지난 20년 정도의 기온과 강수량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36) 이러한 연구는 기후변화를 근과거에 일어난 비교적 점진적인 기후 조건의 변화로 이해하고, 근래의 지구환경의 변화가 제왕나비의 감소에 기여했을 수 있지만 시기 및 지역에 따라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미국 남부의 봄 번식지에서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은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여름 번식지인 중북부의 기온 상승은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37) 다른 연구에 따르면 여름 번식지 중 북부의 기온 상승은 개체수 감소를 가져오고, 남부의 기온 상승은 개체수 증가로 이어진다.38) 나아가 일부 최근 연구는 기후변화가 제왕나비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예컨대 크로슬리(Michael S. Crossley)와 그의 동료들의 2022년 논문은 지난 26년(1993~2018년) 동안 미국의 제왕나비의 수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었고 특히 기후변화가 개체수 유지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39) 대규모 자본집약적 농업과 살충제 사용 확대로 인해 제왕나비의 수가 줄었다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나비의 성장과 번식을 촉진시킴으로써 이 감소분을 상쇄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연구는 제왕나비 수가 감소하는 양상 및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지만, 기후변화가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점은 유사하다.

다른 일련의 연구는 21세기 말까지의 기후 모델링 데이터를 활용해 훨씬 더 장기적 차원에서 기후변화가 제왕나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들 연구는 기후변화를 먼 미래의 급격하고 단절적인 기후 환경의 변화로 간주하고, 이러한 지구 시스템의 불안정화가 세 가지 방식으로 제왕나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 앞으로 예상되는 지구온난화는 제왕나비의 서식지를 축소하거나 급격히 변화시킨다. 예컨대 기온 상승 및 극한 기후 현상으로 인해 2090년경에 멕시코의 겨울 서식지는 제왕나비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40) 나아가 북미 지역도 나비의 생존에 부적합하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30년 정도의 근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오하이오 북부 등)의 개체수가 증가할 수 있지만, 2100년에 이르면 급격한 기온 상승이 일어나는 일부 지역(미네소타 북부 등)을 포함하여 미국 전역의 개체수가 감소할 것이다.41)

둘째, 기후변화는 장거리 이주를 더 어렵게 만듦으로써 이주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일단 지구온난화는 이주를 물리적으로 더 힘들게 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제왕나비는 매일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42) 또한 기후변화는 나비의 이동거리를 증가시킬 것이다. 2100년까지 북미 지역의 기온 상승으로 밀크위드의 서식지는 점차 북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에 제왕나비도 여름에 더 북쪽으로 이주하여 결국 가을 이주 시 더 먼 거리를 비행하게 된다.43) 나아가 지구온난화는 이주의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0년 사이 뉴저지 해안도시에서 제왕나비가 이주를 시작하는 시기와 이주의 정점에 이르는 시기가 10년 동안 각각 6일 정도 늦춰졌다. 만약 앞으로 이주가 더 지연된다면 제왕나비는 최적의 이주 시기를 놓칠 것이다.44) 이렇게 나날이 뜨거워지는 지구환경에서 제왕나비는 이주에 부적합한 시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서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주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지구온난화는 제왕나비가 장거리 이주 습성을 포기하게 유도함으로써 종적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미 플로리다 등 미국 남부에는 이주하지 않고 그 지역에 정착하는 제왕나비가 증가하고 있다.45) 앞에서 논한 이유로 기후변화가 장거리 이주를 지극히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더 많은 제왕나비가 비이주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 반 두렌(Thom Van Dooren)과 같은 인류학자는 멸종을 마지막 개체의 소멸이 아니라 그 종의 고유한 생활양식의 상실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46) 더 많은 북미의 제왕나비가 장거리 이주를 포기하는 것은 이 나비 종이 점점 ‘멸종’에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장기적으로 서식지 파괴, 이주 사망률 증가, 이주 습성 변화 등을 야기함으로써 제왕나비의 생존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장기적’ 연구는 앞서 살펴본 ‘중·단기적’ 연구와 상반된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각 연구의 시간적 스케일과 연구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인간적’ 규모의 시간대(지난 20년)에서 보면 기후변화는 제왕나비의 생존에 중립적 영향을 끼친다. 반면 인간의 생애를 넘어서고 비인간 종의 진화에 관여하는 ‘비인간적’ 규모의 시간대(현재~2100년, 또는 그 이후)에서는 기후변화가 나비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제왕나비의 생존 위기에 관한 과학적 논의는 인류세 의식이 부재한 인류세 서사를 내포한다. 나비 연구자는 제왕나비의 개체수 감소의 양상과 원인을 분석하면서 인류가 인간적·비인간적 규모에서 지구 시스템과 생태계를 교란시킴으로써 제왕나비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점을 시사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역사, 행성의 역사, 종의 역사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망하며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을 드러낸다. 그런데 제왕나비 연구는 인류세의 다층적 규모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인류세적 자의식을 결여한다. 데이비스 연구진의 논문과 같은 개체수 감소에 대한 논의는 인류세의 생태위기에 대한 단기적·인간적 층위의 논의와 장기적·비인간적 층위의 분석이 분리되어 있다. 이와 비슷하게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두 상이한 규모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결론이 양분화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제왕나비 연구에서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에 대한 의식이 부재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구체적 데이터세트에 기반한 실증적 연구방법론, 단행본보다 소논문으로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는 연구 관행 등 과학담론의 형식과 관습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럼에도 스케일적 복합성에 대한 의식의 부재는 나비의 생존 위기에 관한 통합적 이해와 대안 제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데이비스 연구진은 잘못된 보존 노력을 중단하고 제왕나비의 비행경로에 꿀을 공급할 수 있는 식물을 심을 것을 제안한다.47) 이러한 인간적 규모의 대처는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체 서식지 모색 및 서식지 이동 방안 등 장기적 대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48) 위와 같은 과학 연구가 인류세적 상상력을 다소 결여한다면, 다음 두 절에서 다룰 두 픽션 텍스트는 제왕나비를 통해 인류세의 다층적 스케일을 형상화하고 횡단한다.

3. 나비 이야기2: 『비행 습성』의 인간중심적 인류세 서사

킹솔버가 2012년에 출간한 『비행 습성』은 대표적 기후소설 중 하나다.49) 공상과학 장르가 대부분인 기존 기후소설과 달리 이 소설은 전통적 사실주의 문법을 차용함으로써 기후변화 재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50) 『비행 습성』은 동시대의 미국 테네시주 아팔래치아 산맥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델라로비아 턴보우라는 20대 후반의 주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델라로비아는 고등학교 재학 중 임신하여 당시 남자친구와 결혼한 뒤 남편과의 소통 부재, 시어머니와의 갈등, 보수적인 마을 문화, 두 아이의 양육 전담 등의 문제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델라로비아는 뒷산을 오르다 마치 불이 난 것처럼 거대한 규모의 제왕나비 떼가 도래한 것을 목격한다. 처음에 델라로비아와 지역 주민은 갑작스러운 나비의 등장을 신의 징표 또는 기적으로 간주하는데, 이때 나비 연구자인 오비드 바이런이 등장해서 그 의미를 설명해준다. 바이런에 따르면 제왕나비가 종의 역사상 최초로 이 지역에 이주하여 겨울을 보내는 일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자 생태계의 붕괴를 알리는 징조다. 델라로비아는 바이런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제왕나비와 지구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결국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모색한다.

이 절에서는 킹솔버의 소설이 제왕나비를 매개로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을 어떻게 재현하는지 검토한다. 『비행 습성』은 앞 절의 과학 연구에 비해 인간적 규모의 위기 서사와 행성적 규모의 파국 서사를 더 명확하게 직조한다는 점에서 좀 더 온전한 형태의 인류세 서사를 제시하지만 동시에 인간중심주의적 한계를 노정한다. 여러 비평가는 이 소설이 위기 서사(risk narrative)이자 멸종 서사(extinction narrative)로서 나비의 생존 위기를 통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스케일의 문제를 제기함을 지적한다.51) 하지만 이 소설이 생태·환경 위기의 다층적 양상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재현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존재했다. 호의적인 비평에 따르면 이 소설은 델라로비아를 중심으로 한 개인적·인간적 서사와 제왕나비를 매개로 한 전 지구적·행성적 서사를 효과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위기 상황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보여준다.52) 즉 “이 소설은 매우 인간적이고 지역적인 애착을 버리지 않고 행성적인 관점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도록 촉구한다”.53) 반대로 비판적인 비평가가 보기에 이 소설은 인간 서사와 비인간 서사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보다 결국 전자로 귀결된다. 킹솔버는 환경위기를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실존적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극화함으로써 결국 비인간적 차원의 서사를 인간적 층위의 서사에 종속시킨다.54) 이 절의 논의는 기존 비평 중 비판적 입장과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지만 동시에 호의적 비평이 인정하는 성취를 충분히 설명한다. 『비행 습성』은 제왕나비를 매개로 인간적·종적·행성적 규모 사이의 접점과 충돌을 재현하며 스케일의 횡단을 극화한다. 다만 소설의 결론은 성장 서사를 완성함으로써 다양한 규모의 서사를 인간적 층위로 수렴함으로써 인간중심적 인류세 서사를 제시한다.

『비행 습성』은 주인공 델라로비아가 제왕나비의 이상 이주 현상을 대면하여 지역적·인간적 스케일과 행성적·비인간적 스케일을 횡단하는 지점을 조망한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델라로비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지역 주민은 나비의 등장을 진귀한 사건 정도로 취급하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그 의미를 해석한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과 감정, 그리고 지역 문화와 관습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나비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를 이해한다. 예컨대 델라로비아는 불륜 상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제왕나비 떼를 처음 발견하고, 신이 자신을 죄로부터 구하기 위해 나비 무리를 보냈다고 생각한다.55) 이처럼 그녀는 자신의 억압된 죄책감을 나비에 투사한다. 나아가 마을 사람들은 제왕나비를 태어나 처음 목격하면서 나비의 등장을 “기적”(54, 70면)이자 신의 “은총”(56면)으로 일컫는다. 이들의 반응은 종교가 지역문화의 핵심을 구성하는 미국 남부 시골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즉 지역 주민은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델라로비아는 지역적·인간적 규모를 넘어서 행성적·비인간적 규모에서 제왕나비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델라로비아는 제왕나비 연구자인 바이런과 교류하면서 나비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종이 처한 위기를 대변하는 사건임을 이해한다. 바이런의 설명대로 제왕나비는 본래 무리를 지어 미국에서 멕시코까지 “대륙의 거리”를 이주하는 습성이 있다(143면). 그런데 제왕나비가 미국 중남부 아팔래치아 산맥에 이주하여 겨울을 보내려는 행위는 이 종을 관찰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나비의 이주 습성이 교란되고 있음을 증거한다(122면). 나아가 제왕나비는 이례적인 이주로 인해 생존을 위협당한다. 이 지역은 겨울 최저 기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제왕나비가 서식하기에 부적합하다. 이미 같은 해 몰살 및 이주 실패 사례가 다수 보고된 상황에서 만약 이 지역의 제왕나비가 겨울을 살아남지 못하면 종 전체가 멸종 위험에 처할 수 있다(228면). 여기서 제왕나비가 아팔래치아 산맥에 도래한 사건은 종적 차원만이 아니라 행성적 차원의 교란 및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바이런에 따르면 제왕나비의 이상 이주 현상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아메리카] 대륙의 생태계 붕괴”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같은 면). 이러한 정보를 접하면서 델라로비아는 나비의 등장이라는 ‘지역적’ 사건이 가지는 행성적·종적 의미를 깨닫는다. 제왕나비의 도래는 지역의 장관(壯觀)이나 기적으로 기리고 선전할 일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붕괴와 종의 소멸을 알리는 사건이다. 델라로비아의 표현에 따르면 나비 무리는 “자연의 질병”이자 “거대한 실수”를 뜻한다(149면). 이렇게 제왕나비가 인간과 무관한 차원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델라로비아의 인식 지평은 인간적 스케일에서 비인간적 스케일로 확장된다.

나아가 델라로비아는 인간적 규모 사건의 행성적 함의만이 아니라 행성적 재앙의 인간적 의미도 깨달으면서 다층적 스케일의 관점을 획득한다. 로젠탈(Debra J. Rosenthal)은 킹솔버의 소설이 전 지구적 생태 재앙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접점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생태가난”(ecopoverty)의 문제를 탐구한다고 제안한다.56) 로젠탈 등의 지적대로 소설에서 멕시코 이주민은 작품의 생태사회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57) 예컨대 델라로비아는 아들 친구인 호세피나와 그 가족과 대화하면서 다층적 차원의 위기 상황을 이해한다(98~103면). 호세피나 가족은 본래 멕시코 미초아칸 지역의 제왕나비 보호구역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안내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올해 초 불법적 벌목 때문에 극한 폭우 이후 산사태가 일어나고 제왕나비가 사라지면서 호세피나 가족은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을 상실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이주하여 아버지의 고된 육체노동으로 겨우 살림을 꾸리고 있다. 나중에 델라로비아는 제왕나비의 이주 습성을 배우면서 마을에 나타난 제왕나비와 호세피나 가족이 비슷한 상실을 경험했음을 직감한다(143면). 제왕나비와 멕시코 노동자는 인간의 탐욕이 야기한 기후 재앙 때문에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강제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모두 “끔찍한 불행의 난민”이다(같은 면). 이렇게 델라로비아는 위기에 처한 인간과 비인간 종, 지구 시스템 사이의 평행 관계를 감지함으로써 행성적 스케일과 인간적 스케일의 관점을 횡단하면서 인류세의 복합 위기를 직면한다.

그런데 『비행 습성』은 제왕나비를 매개로 다층적 스케일을 횡단하는 사례만이 아니라 그러한 스케일적 사유에 실패하는 지점도 재현한다. 델라로비아와 지역 주민의 기후변화 부정은 상이한 스케일의 관점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예다. 바이런과 같은 외부 관찰자의 관점에서 다수의 지역 주민은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급하고 과격한 기후위기 부정론자”다(321면). 실제로 델라로비아도 소설 초반부에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를 마을 주민과 공유한다. 예컨대 바이런이 제왕나비의 이주 패턴을 교란시킨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하자 델라로비아는 내심 그의 말을 의심한다. “그녀는 이것[바이런의 기후변화에 대한 설명] 중 어느 것이라도 증명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기후변화라는 것에 대해 의심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147면). 물론 델라로비아는 바이런 연구진과 교류하고 제왕나비의 곤경을 목도하면서 점차 기후변화를 현실로 인정하고 이에 무지한 그의 남편 컵을 교육하기도 한다(261면). 그럼에도 델라로비아는 내면의 의심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소설 후반부에 바이런은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방송국 기자를 꾸중하고 반박하는데, 델라로비아는 바이런의 용기와 양심에 감명받으면서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바이런에게 고백한다. “제가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에요”(283면). 여기서 델라로비아와 지역 주민이 보여주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교육받지 못한 계층의 무지하고 반과학적인 태도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바이런과 민속학자인 그의 부인이 논하는 대로 기후변화 부정은 마치 “민속예술”처럼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성한다(395면). 이 지역 주민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받은 집단으로 그 나름의 삶의 경험에 기반해 기후변화 담론에 저항한다. 즉 그들은 전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한 뉴스를 그들의 삶을 붕괴시킨 신자유주의 지구화 담론의 연장으로 이해하고 이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시골 주민의 기후변화 부정은 지역적 스케일의 ‘자생’ 담론과 전 지구적 스케일의 ‘외부’ 담론 사이의 충돌을 극적으로 예시한다.

『비행 습성』의 주요 플롯이 다층적 스케일 사이의 횡단 과정을 극화한다면, 소설의 후반부는 성장 서사를 전면화하면서 다층적 위기 서사를 인간적 규모로 축소시킨다. 여러 비평가의 지적대로 『비행 습성』은 성장소설로 이해할 여지가 다분하다.58) 그런데 이 소설이 스케일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이해하려면, 킹솔버가 제왕나비의 ‘부활’을 주인공의 ‘부활’과 중첩시킴으로써 성장 서사를 구성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델라로비아와 바이런 연구진, 그리고 환경운동 단체가 걱정하는 대로 아팔래치아 산맥의 제왕나비는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추운 겨울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나비 중 60퍼센트 정도가 사망하지만(354면), 결국 일부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델라로비아는 자기 집 뒤뜰에 돌아온 나비를 보고 부활의 사건을 목격한 것으로 생각한다. “[제왕나비가 붙어 있는] 그 작은 나무들은 다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고, 부활했다. 죽은 아이들의 영혼에 둘러싸여서”(420면).

여기서 제왕나비가 부활하는 사건은 델라로비아 본인의 상황에 상응한다. 델라로비아는 자신의 절망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본인의 실존적 위기를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영적인 죽음을 극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부활’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소설의 시작점에서 델라로비아는 수차례 외도를 함으로써 절망스러운 현실을 외면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그녀는 제왕나비를 통해 고향 너머의 세계를 엿보면서 다양한 생물종과 글로벌 남반구 민중 등 타자의 고통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의 절망의 근원과 대면한다. 즉 델라로비아는 너무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재능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델라로비아의 각성은 그녀가 새출발을 결심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제왕나비의 ‘부활’을 목격할 즈음 델라로비아는 남편과 남편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 두 자식과 함께 근처 소도시 클리어리로 이주하여 그곳에 있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다(425~26면). 이처럼 델라로비아는 절망과 무지의 상태에서 자기인식에 도달하고 자기실현을 추구한다. 마치 겨울을 살아남은 제왕나비가 육체적인 생명을 ‘회복’하는 것처럼 델라로비아는 처음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소설의 결말은 델라로비아와 제왕나비의 유비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다층적 스케일의 위기 서사를 인간적 규모의 성장 서사로 치환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극한 호우로 인해 델라로비아가 혼자 있는 집과 주변이 물에 잠기고, 그나마 살아남은 소수의 제왕나비도 익사할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나비 무리는 하늘로 비상하여 이주를 시작한다. “아마 백만 마리” 정도의 거대한 나비 떼가 “마치 떠 있는 기름의 광택처럼”, 그리고 “용암처럼” 물 위를 날아 오른다(433면). 곧 나비 무리는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며 “마치 다른 차원에서 일어나는 홍수”처럼 저 멀리 사라진다(같은 면). 소설은 델라로비아가 나비 떼의 비행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흰 산들로 둘러싸인 [제왕나비는] 세상의 호수 위로, 새로운 땅으로 날아갔다”(같은 면). 기존 비평은 이 결말의 함의를 상반된 방식으로 해석했다. 그중 긍정적인 해석은 제왕나비가 이주를 통해 자연 재앙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델라로비아도 도시로 이사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한다.59) 부정적인 비평은 제왕나비가 과연 이주를 완수하고 종을 유지할지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 델라로비아 또한 마찬가지로 탈출에 성공하여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지도 불분명하다고 제안한다.60) 심지어 일부 비평가는 델라로비아가 급격히 불어난 물을 못 피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61)

필자가 보기에 소설의 결말은 인간 서사와 비인간 서사의 중첩을 강화함으로써 주인공의 성장을 긍정하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더 많이 제시한다. 소설은 홍수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지 않지만, 행복한 엔딩의 부재가 꼭 불행한 미래 또는 성장의 실패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설에서 묘사되지 않은 델라로비아의 운명을 추측하기보다 소설의 결말에서 제시되는 델라로비아와 제왕나비의 관계를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소설의 결말은 일부 비평가의 주장과 달리 델라로비아와 제왕나비 사이의 상응 관계를 해체하기보다 강화한다.62) 예컨대 델라로비아는 제왕나비가 이주 행렬을 이뤄 “탈출”에 성공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과 나비 사이의 유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같은 면). “[나비들은] 다른 들판에서 모여 [기후변화 이전의 안정된 환경과는] 다른 확률에 도전하겠지만, 아마도 그녀의 것보다 나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같은 면). 그녀가 보기에 제왕나비가 이상 기후를 극복하고 다시 장거리 이주를 시도하는 것은 자신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싱글맘’이자 고학생으로 새출발을 시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제왕나비와 그녀는 모두 새로운 ‘삶’을 위해 낯선 곳으로 이주하는데, 이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나아가 델라로비아는 자신과 제왕나비의 공통된 운명을 이해함으로써 구원과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 내적 성숙을 이룩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델라로비아가 사용하는 기독교적 언어와 이미지다. 그녀가 보기에 비행 중인 주황색 나비 떼는 마치 “불꽃”이나 “용암”처럼 흐른다(같은 면). 이러한 불의 이미지는 필멸하는 모든 생명체가 경험하는 고난을 상징한다. 실제로 델라로비아는 나비 떼를 보면서 『욥기』의 한 대목(5:7)을 떠올린다. “사람은 불꽃이 위로 날아오르듯 고난에 태어난다”(432면). 나아가 델라로비아는 나비 무리에서 물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나비와 자신이 고난을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다. 제왕나비 떼는 “불과 홍수가 합쳐진 광경”을 보여주는데(433면), 특히 공중에서 비행하는 모습은 “마치 다른 차원에서 일어나는 홍수”처럼 느껴진다(같은 면). 여기서 물의 이미지는 델라로비아가 경험하는 극한 호우를 노아의 대홍수와 연결시키면서 구원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델라로비아는 제왕나비의 이주를 묘사할 때 “탈출”(exodu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구원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모세의 민족이 탄압에서 벗어나 약속받은 땅을 되찾은 것처럼 자신과 나비 무리는 난관을 돌파하고 번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왕나비는 “새로운 땅”(a new earth)으로 날아간다고 묘사되는데(같은 면), 이 표현도 델라로비아의 믿음과 소망을 암시한다. 한편으로 이 구절은 바이런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교란당한 지구환경을 “완전히 새로운 지구”(a whole new earth)라고 지칭한 것을 연상시킨다(325면). 그런데 델라로비아는 성경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바이런의 과학적 표현을 시적으로 전유한다. 『요한 계시록』(21:1)의 묘사대로 종말 이후 예수의 재림으로 “새 하늘과 새 땅”(a new heaven and a new earth)이 도래한다면, 마찬가지로 델라로비아와 제왕나비는 과거의 삶의 잔해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길을 모색한다. 이러한 델라로비아의 구원과 성장에 대한 믿음은 그 자체로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내적 변화를 증거하며 성장 서사를 완성한다. 실제로 살아남는지, 이후에 학업을 완수하는지에 관계없이 델라로비아는 각성과 믿음을 통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확보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행 습성』은 성장소설의 형식에 위기·멸종 서사를 편입시킴으로써 다층적 스케일의 인류세 서사를 인간적 규모로 축소시킨다. 킹솔버의 소설은 제왕나비를 매개로 지구 생명체와 지구환경이 직면한 위기를 조명함으로써 인간적 규모와 행성적·종적 규모의 관점을 횡단하며 통합적인 인류세 서사를 구성한다. 그런데 소설의 결말은 제왕나비의 생존과 이주를 주인공의 내적 성숙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승화함으로써, 비인간 서사를 인간 서사에 종속시키고 다층적 인류세 서사를 인간적 규모의 성장 서사로 대체한다. 이러한 『비행 습성』의 인간중심주의적 인류세 서사는 궁극적으로 근대 사실주의 형식의 가능성과 한계를 재검토하도록 이끈다. 고시의 잘 알려진 주장대로 사실주의 소설은 주인공의 내면 묘사에 천착하는 한 기후변화와 인류세를 재현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63) 달리 말해 사실주의 서사는 기후변화와 같은 다층적 스케일의 사태를 인간적 규모로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가라드(Greg Garrard)가 지적하듯이 킹솔버 소설의 결말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 생물다양성에 가하는 위협의 규모를 테네시주의 두 아이를 둔 어머니가 겪는 인생의 큰 변화에 따른 불안과 동등한 수준으로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64) 그런데 킹솔버의 기후소설과 특히 결말의 성장 서사가 사실주의 소설의 형식적 한계를 도정한다면, 이는 대안적 서사의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즉 인간 주인공이 다층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비인간 존재를 전경화하고 그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심화시키는 탈인간주의적 인류세 서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음 절에서 다루는 「카밀 이야기」는 킹솔버 소설의 대척점에 있는 인류세 서사를 제공한다.

4. 나비 이야기3: 「카밀 이야기」와 탈인간주의적 인류세 서사

해러웨이는 탈인간주의의 고전적 이론서 『트러블과 함께하기』(Staying with the Trouble)의 마지막 장인 「카밀 이야기: 퇴비의 아이들」에서 “사변적 우화”를 제시한다.65) 여기서 해러웨이는 대량 멸종, 기후변화, 전쟁, 인구 증가, 난민 발생 등으로 자연 생태계와 정치·사회 시스템이 이미 붕괴한 상황에서 어떻게 지구 생명체가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칭(Anna L. Tsing)의 표현에 따르면 해러웨이의 서사는 “손상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기술”(184면), 또는 폐허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런데 이 우화는 제왕나비를 중심으로 전 지구적 위기 상황과 대안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앞에서 검토한 인류세 서사와 비교·대조하기에 효과적이다. 한편으로 해러웨이의 서사는 제왕나비 연구 및 킹솔버의 소설과 유사하게 나비를 매개로 인간적이며 비인간적·행성적인 규모의 파국을 암시하고 재현한다. 그러나 이 우화는 킹솔버의 사례와 대조적으로 인간적 규모의 서사를 비인간적 층위의 서사에 종속시킴으로써 인류세 서사를 탈인간주의적 방향으로 굴절시킨다.

일견 「카밀 이야기」는 인간과 제왕나비의 혼종을 상상함으로써 비인간적 층위의 위기 및 회복 서사만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해러웨이는 21세기 초 인류가 불가역적인 위기 상황을 대면하여 2025년부터 2425년까지 다섯 세대 동안 지구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상한다. 해러웨이의 묘사에 따르면 “퇴비 공동체”라는 대안적 공동체가 전 세계에서 창발하며 창조적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그중 다수는 멸종위기에 처하고 이주 성향이 있는 비인간 공생자와 “함께-되기”를 추구한다(191~92면). 「카밀 이야기」는 특히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퇴비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지역의 정착민은 밀크위드의 감소, 기후변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제왕나비를 공생자로 선정하여 그 유전자를 태아에게 주입한다. 그렇게 태어난 인간-나비 혼종은 제왕나비와 같은 외모, 신체적 특성, 감수성, 반응 능력을 갖게 된다(204~205면). 예컨대 혼종의 첫 번째 세대인 카밀1은 나비의 유전자 및 미생물 등을 가진 덕분에 질 좋은 밀크위드를 선별하고 그 독성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성장 단계에 따라 애벌레의 무늬, 번데기의 색깔, 성체의 날개 색을 띠게 되어 성인이 되면 오렌지색과 검은색이 섞인 피부를 가진다. 그리고 제왕나비와 유사한 신체 리듬과 이주 습성을 소유하기에 계절에 따라 “성적 흥분기와 휴면기를 번갈아 경험”한다(204면).

이러한 인간-비인간 혼종의 창조는 인간과 지구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먼저 이주 종을 공생자로 선택하는 것은 보존과 보살핌의 영역을 확대시킨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퇴비 공동체는 제왕나비와 “함께-되기”를 결정함에 따라 그 지역의 생태계만이 아니라 미국 남부, 멕시코 북부 등 종의 이주경로에 있는 생태계 전반의 안녕을 염려하고 보호하게 된다. 나아가 비인간 종의 유전자를 인간에 삽입하는 작업은 비인간 존재에 대한 공감능력과 이해를 확장한다. 카밀은 제왕나비와 신체, 감각, 습성 등을 공유함으로써 나비 종의 생존의 필요성에 더 본능적인 차원에서 공감하고 더 세심한 보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비인간 혼종은 (자기)파괴적 인류 문명이 전제하는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을 해체함으로써 진정한 공생의 토대를 마련한다. 기존의 환경 보존 담론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어 있고, 인간이 비인간 존재보다 우월하며, 인간만이 행위의 주체일 수 있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유지한다. 하지만 카밀과 같은 인간-비인간 혼종은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자연, 또는 자연과 구분되지 않는 인간을 구현함으로써 생태계 복원의 긴급성을 역설한다. 혼종 인구가 증가한다면 비인간 존재와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은 더 이상 인간의 시혜적 행위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인간’ 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노력이다.

실제로 두 번째 세대 이후의 카밀은 제왕나비와의 공생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 예컨대 카밀2는 열다섯 살 때 제왕나비 더듬이를 아래턱에 심어서 나비와 같은 신체적 즐거움을 느끼는 등 나비의 감각세계를 더 가깝게 공유한다(210면). 세 번째 세대에 이르면 카밀과 같은 공생자가 증가하여 공생자가 퇴비 공동체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고, 이러한 혼종 인구의 증가로 인해 “존재론적 혁명”이 일어난다(224면). 공생자가 더 이상 사회적 소수가 아닌 상황에서 인간다움과 동물다움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공생자와 비공생자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현할 필요가 더 절실해진다. 다섯 번째 세대에서는 전 세계 30억 인구 중 10억이 공생자인 상황이 도래함으로써, 전 인류가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생을 최우선적인 가치 중 하나로 추구한다(229면). 이처럼 「카밀 이야기」는 비인간 복수 종 파트너와의 유대·협력·결합을 통해 인간 문명이 야기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로 비인간적 층위에서 인류세적 위기에 대응한다.

그런데 「카밀 이야기」는 비인간적 층위만이 아니라 인간적 층위에서도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위기-회복 서사를 제시한다. 이 우화는 생태계 회복을 위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만이 아니라 인류의 다양한 계층 사이의 연대와 평등을 강화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해러웨이는 사회·정치적 변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카밀이 탈식민주의 환경정의 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예컨대 두 번째 세대의 카밀은 제왕나비의 이주경로를 따라 멕시코에 방문하여 원주민의 탈식민주의 전통을 학습하고 그들과 함께 투쟁에 참여한다(213~19면). 카밀2는 멕시코의 토착민이 과거에 유럽인에 의해 억압받고 착취당한 것처럼, 지금도 국가·기업·자본과 같은 외부세력에 의해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비폭력 저항 단체인 ‘물을 지키는 사파티스타 여성 조직’과 함께 이 지역 민중의 저항의 역사를 학습하고, 파괴된 물과 땅, 숲을 재건하는 운동에 동참한다. 이처럼 카밀2는 환경정의 운동의 전통 속에서 근대 식민주의-자본주의 시스템이 전 지구적 생태·환경 위기를 촉발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변부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적·지역적·계급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통해 위기에 대응한다.

나아가 카밀의 탈식민주의 환경운동은 비서구 지역의 전통문화에 기반해 서양의 근대적 세계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근대인이 자연과 비인간 존재(그리고 비인간 존재로 취급되는 인간)를 거리낌없이 착취하고 파괴하는 데는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삶과 죽음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깔려 있다. 따라서 세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근대적 이분법을 타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문화는 제왕나비를 매개로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한다. 카밀2가 목격하는 대로 멕시코의 ‘사자(死者)의 날’(Dia de los Muertos) 풍습에서 제왕나비는 매년 겨울마다 귀환하면서 죽은 자의 영혼을 체화한다고 여겨진다(213면). 멕시코 문화에서 제왕나비는 “살아 있는 나비와 죽은 인간의 공생체”로서(같은 면), 서양 근대의 과학적 물질주의가 배제하는 삶과 죽음의 연속성을 긍정한다. 해러웨이의 표현에 따르면 이 곤충은 죽은 자와 함께-되기, 또는 “공영혼발생”(symanimagenesis)의 가능성을 내포한다(같은 면). 이처럼 카밀은 탈식민주의적 생태주의의 영향 아래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만이 아니라 전 인류와 모든 영혼 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임박한 파국을 극복하려 한다.

그러나 「카밀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지구 생태계의 지속 불가능성을 암시함으로써 다층적 스케일의 위기-회복 서사를 비인간적·행성적 규모의 종말 서사로 전환시킨다. 헤러웨이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서사는 폐허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지만, 결국 복원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종말 서사에 근접한다. 실제로 카밀이 네 번째 세대와 다섯 번째 세대에 이르렀을 때 제왕나비를 비롯한 지구 생명체는 대량 멸종의 위험에 직면한다. 네 번째 세대에서는 바이러스 질병이 전파되고 인류세의 모순이 심화하면서 다수의 생물종이 절멸한다(224면). 이때 제왕나비는 이주 환경의 악화로 장거리 이주 습성이라는 “살기와 죽기의 패턴”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종적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한다(같은 면). 나아가 다섯 번째 세대에서는 생태위기가 악화하여 수백만 종의 비인간 생명체가 소멸한다(231면). 이에 네 번째 세대부터 ‘사자(死者)의 대변인’이라는 직업군이 등장하여 죽은 생명체와의 소통을 도모하고 대량 멸종의 애도를 지원하지만, 살아남은 자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226~27, 230~32면). 결국 「카밀 이야기」의 결말에서 카밀5는 멸종위기의 제왕나비 대신 죽은 자와 소통하는 멕시코 토착민과 결합함으로써 실험적 공생을 시도한다(232면). 이러한 결말은 인종적 타자를 통한 구원이라는 근대주의적·인종주의적 클리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과연 회복과 번영에 대한 실체적인 희망을 전달하는지가 다소 모호하다. 이처럼 해러웨이는 지구 생명체가 번성하기보다 겨우 생명을 부지하는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탈인간주의적 공생이 과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결말 이후 멸종과 절멸이 임박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나아가 해러웨이의 위기-회복 서사는 맬서스주의적 인구 조절의 판타지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카밀 이야기」에서 인류세와 자본세의 모순에도 카밀이 다섯 세대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공생자의 증가로 인해 전 세계 인구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즉 해러웨이가 보기에 인간-비인간 혼종이라는 새로운 인간 종의 생성은 인구 조절의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혼종은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을 해체함으로써 젠더, 인종, 민족 개념과 이성애중심주의, 가부장주의 등 기존 가족제도의 기반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비인간 존재와의 결합이 인구 계획 및 조절에 기여하는 지점은 퇴비 공동체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해러웨이가 묘사하는 퇴비 공동체는 인간-비인간 공생자를 증가시킴으로써 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뿐만 아니라,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라는 모토에 따라 가족 공동체를 재구성한다(188~91면). 이 대안적 가족 공동체는 플라톤식의 유토피아를 연상시킬 만큼 공적 성격을 띤다. 먼저 새로운 인간-비인간 혼종의 출산 여부는 공동체 전체의 숙의를 통해 결정된다(산모는 아이의 비인간 공생자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공동체 전체가 육아에 참여한다. 이때 아이에게는 세 명의 부모가 지정되고, 아이의 친척은 언제든지 더해질 수 있다. 이처럼 퇴비 공동체는 가족의 경계를 유연화함으로써 가족을 혈연 기반의 사적·자연적 공동체가 아니라 선택과 계획에 기초한 공적·인위적 공동체로 재정의한다. 이렇게 퇴비 공동체는 가족을 공적 집단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인구 조절을 용이하게 만든다. 이 공동체는 생물학적 부모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공적 이익’을 위해 인구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비인간 공생자의 등장과 퇴비 공동체의 확산은 전 세계 인구를 감소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100년의 전 세계 인구는 110억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100억 명까지 증가했는데, 이 10억 명의 차이가 지구상에서 생명의 지속을 가능하게 했다(198면). 그 이후 인구는 감소세를 보이며 2425년에는 30억 명까지 줄어들고 인구 폭발로 인한 멸종의 위험에서 벗어난다(229면). 주지하는 대로 현대 생태주의는 인구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66) 해러웨이도 인구 감소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맬서스주의를 수용하고 발전시킨다.

그런데 해러웨이의 맬서스주의적 비전은 구체성과 정합성을 결여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부족하다. 해러웨이는 인구 조절의 잠재적 폭력성을 온정주의(paternalism)의 이데올로기로 은폐한다. 인구 조절은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인구의 수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인구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권위와 권력을 전제한다. 그러나 해러웨이는 인구 조절의 주체 및 과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함구한다. 예컨대 해러웨이는 제3세대 카밀의 시대에 전 지구적으로 가난한 계층과 취약한 서식지에 거주하는 인간 및 공생자에게 출생의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묘사한다(220면). 그렇다면 과연 국가 단위를 초월한 거시적인 인구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집단 또는 기구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기구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고안한 초국가적 인구 계획이 국가적 차원 또는 퇴비 공동체 차원의 인구 계획과 어떻게 연동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해러웨이는 세부사항을 제공하지 않는다. 나아가 해러웨이는 인구 조절과 관련된 분쟁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인구 조절이 온전히 자발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함으로써 맬서스주의의 잠재적 폭력성을 무시하고 간과한다. 해러웨이에 따르면 카밀3의 시대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많이 소비하는 집단이 퇴비 공동체의 지원을 받아 역사적 책임을 자각하고 스스로 출산율을 낮춘다(같은 면). 하지만 이러한 묘사는 현실적 전망이라기보다 서구 선진국의 도덕적 우월성을 전제하고 재확인하는 온정주의적 환상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해러웨이는 탈인간주의적 비전과 인구 조절 간의 상관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즉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비인간 혼종의 등장이 꼭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명백하지 않다. 인간 종의 다양화가 인구를 감소시키는 대신 증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존 위기에 처한 비인간 존재의 유전자를 이식받아 오히려 번식 본능이 활성화되어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따라서 더 치밀한 설계가 부재하다면 해러웨이의 맬서스주의는 희망적 공상에 그칠 수 있다. 이렇게 해러웨이의 우화는 겉보기와 달리 생태계 회복에 대한 확신과 근거를 결여하기 때문에 지구 생명체가 언제든 소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카밀 이야기」는 표면적인 위기-회복 서사 이면에 종말 서사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다층적 스케일의 인류세 서사를 행성적·비인간적 규모의 서사로 전환시킨다. 한편으로 해러웨이는 인간과 제왕나비의 공생적 결합을 통해 비인간적 규모와 인간적 규모를 횡단하면서 다층적 스케일의 위기-회복 서사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의 인류세 서사는 절멸과 멸종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중적 스케일 간의 긴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행성적 층위의 종말 서사로 수렴한다. 그의 우화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보다, 결국 기후변화와 사회경제적 모순의 심화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와 인간-비인간 혼종, 그리고 나머지 모든 비인간 존재가 사라지고 오직 지구만 존재하는 상황을 시사한다. 만약 해러웨이의 우화가 탈인간주의적 생태주의를 예시한다면, 어쩌면 그 핵심은 모든 인간 및 비인간 존재의 소멸 덕분에 지구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일 수도 있다.67) 적어도 약 50억 년 후 태양이 폭발하기 전까지 이 지구는 인간 및 다른 생명체가 사라진 이후에도 그들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될 것이다. 이렇게 해러웨이의 인류세 서사에서 다양한 인간 종의 역사는 지구라는 행성의 시간 속으로 소멸한다.

5. 결론

이제까지 제왕나비를 매개로 인류세의 다층적 위기 상황을 재현하고 전달하는 세 가지 담론적 사례를 검토했다. 인류가 야기한 생태·환경 재앙과 각종 파국적 변화는 인간의 역사, 생물종의 진화, 지질학적 시간 등 다양한 시간적 스케일만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세계, 비인간 존재의 지각세계, 지구 시스템 등 복수의 공간적 스케일에 걸쳐 일어난다. 이러한 인류세의 다층적 스케일은 제왕나비의 곤경에 관한 과학담론, 제왕나비를 통해 주인공의 성장을 재현하는 기후소설(킹솔버의 『비행 습성』), 인간-나비 공생자를 통해 폐허 속의 삶을 상상하는 사변적 우화(해러웨이의 「카밀 이야기」)에서 각각 비슷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 세 서사는 모두 인간의 역사, 종의 역사, 행성의 역사가 상호작용하는 지점을 포착한다. 다만 세 인류세 서사는 인간적 규모와 비인간적 규모의 서사를 직조하는 방식이 두 가지 지점에서 다르다. 첫째, 제왕나비 연구가 전 지구적 생태위기에 개입하는 다층적 규모의 시간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다른 두 픽션 텍스트는 인간적 스케일과 비인간적 스케일의 접점과 충돌을 명확하게 포착한다는 점에서 인류세적 자의식을 보여준다. 둘째, 킹솔버와 해러웨이의 나비 이야기는 인류세의 이중적 스케일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비대칭적으로 재현한다. 킹솔버의 기후소설이 성장소설의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인류세 서사를 인간중심적 방향으로 굴절시킨다면, 해러웨이의 사변적 우화는 탈인간주의적 종말 서사를 제시함으로써 인류세 서사를 비인간적 방향으로 전환시킨다.

이 연구는 제왕나비가 구성하는 인류세 담론 및 서사를 분석함으로써 나비의 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환경인문학의 한 갈래로서 인류세 비평이 추구하는 목표와 전략을 시연한다. 앞에서 다룬 세 사례는 제왕나비가 문화적 상징으로서 가지는 유연성과 수용력을 증거한다. 제왕나비는 현재의 생명다양성 위기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 행성, 비인간 생명체가 함께 마주한 다면적 위기 상황을 상징하는 동물 종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글은 과학과 문학, 이론 텍스트 등을 통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간학제적 담론 연구를 시도하고, 동시에 인간적 규모와 비인간적 규모의 관점을 횡단함으로써 스케일적 독해를 실천한다. 그 과정에서 이 글은 성장소설, 종말 서사, 회복 서사, 실증적 분석, 과학적 모델링 등 문화적 담론의 다양한 형식과 관습이 스케일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제약하는 양상을 드러낸다. 나비 이야기는 지구의 곤경을 매개하는 프리즘으로 기능한다.


  1. 1)*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결과임.李하람 서울대학교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 조교수. 최근 논문으로 “Sentiment Analysis of the Volta in Shakespeare’s Sonnets”(2025)가 있다.환경인문학 개관을 위해서는 다음을 참고. Hannes Bergthaller et al., “Mapping Common Ground: Ecocriticism, Environmental History, and the Environmental Humanities,” Environmental Humanities 5.1 (2014) 261~76면; Astrida Neimanis et al., “Four Problems, Four Directions for Environmental Humanities: Toward A Critical Posthumanities for the Anthropocene,” Ethics and the Environment 20.2 (2015) 230~71면; Robert S. Emmett and David E. Nye, The Environmental Humanities: A Critical Introduction (Cambridge: MIT P, 2017); Ursula K. Heise, “Introduction: Planet, Species, Justice and the Stories We Tell about Them,” The Routledge Companion to the Environmental Humanities, ed. Ursula K. Heise, Jon Christensen, and Michelle Niemann (London: Routledge, 2017) 1~10면.
  2. 2) Amitav Ghosh, The Great Derangement: Climate Change and the Unthinkable (Chicago: U of Chicago P, 2016) 9면.
  3. 3) Paul J. Crutzen, “Geology of Mankind,” Nature 415.6867 (2002) 23면; Paul J. Crutzen and Eugene F. Stoermer, “Anthropocene,” IGBP Newsletter 41 (2000) 17~18면; Julia Adeney Thomas et al., The Anthropocene: A Multidisciplinary Approach (Cambridge: Polity P, 2020).
  4. 4) 이 글에서 scale은 스케일, 규모, 층위로 번역한다.
  5. 5) Dipesh Chakrabarty, The Climate of History in a Planetary Age (Chicago: U of Chicago P, 2021) 49~51, 65~67면.
  6. 6) 같은 글 30면.
  7. 7) 같은 글 61면.
  8. 8) Timothy Morton, Hyperobjects: Philosophy and Ecology after the End of the World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3) 76면.
  9. 9) 앞으로 ‘이중적 스케일’은 ‘다층적 스케일’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후자는 인간의 스케일, 비인간 종의 스케일, 지구 행성의 스케일을 가리키는 것이고, 전자는 이러한 세 종류의 스케일을 인간적 스케일과 비인간적 스케일(즉 비인간 종과 행성의 층위에 관여하는 것)로 분류한 것이다.
  10. 10) Timothy Morton, Dark Ecology: For a Logic of Future Coexistence (New York: Cambridge UP, 2016) 8~9면.
  11. 11) 생명다양성 위기에 관해서는 Rodolfo Dirzo et al., “Defaunation in the Anthropocene,” Science 345 (2014) 401~406면; Elizabeth Kolbert, The Sixth Extinction: An Unnatural History (New York: Henry Holt and Company, 2014) 참고.
  12. 12) Chakrabarty, 앞의 책 32면.
  13. 13) ‘기후변화 비평’이라는 용어는 Adeline Johns-Putra, “Climate Change in Literature and Literary Studies: From Cli-Fi, Climate Change Theater and Ecopoetry to Ecocriticism and Climate Change Criticism,” WIREs Climate Change 7.2 (2016) 275~76면 참고. ‘인류세 비평’이라는 용어는 Timothy Clark, The Value of Ecocriticism (Cambridge: Cambridge UP, 2019) 2장, 6장 참고. 클라크는 인류세 비평을 스케일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같은 책 43, 47면), 클라크의 비평적 관점에 대해서는 아래에 부연한다.
  14. 14) 최근 영어권 작가들이 비인간적 규모의 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시 형식을 쇄신하는 방식은 Matthew Griffiths, The New Poetics of Climate Change: Modernist Aesthetics for a Warming World (London: Bloomsbury, 2017); David Farrier, Anthropocene Poetics: Deep Time, Sacrifice Zones, and Extinction (Minneapolis: U of Minnesota P, 2019); Min Hyoung Song, Climate Lyricism (Durham: Duke UP, 2022) 참고. 비슷한 맥락의 소설의 진화에 대해서는 Adam Trexler, Anthropocene Fictions: The Novel in a Time of Climate Change (Charlottesville: U of Virginia P, 2015); Astrid Bracke, Climate Crisis and the 21st-Century British Novel (London: Bloomsbury, 2017); Monika Kaup, New Ecological Realisms: Post-Apocalyptic Fiction and Contemporary Theory (Edinburgh: Edinburgh UP, 2021); Marco Caracciolo, Contemporary Fiction and Climate Uncertainty: Narrating Unstable Futures (London: Bloomsbury, 2022); John Thieme, Anthropocene Realism: Fiction in the Age of Climate Change (London: Bloomsbury, 2023) 참고. 현대 문학과 예술이 다층적 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알레고리, 환유 등 문학적·수사적 기법을 활용하는 방식은 Jesse Oak Taylor, The Sky of Our Manufacture: The London Fog in British Fiction from Dickens to Woolf (Charlottesville: U of Virginia P, 2016); Elizabeth M. DeLoughrey, Allegories of the Anthropocene (Durham: Duke UP, 2019); Jennifer Wenzel, The Disposition of Nature: Environmental Crisis and World Literature (New York: Fordham UP, 2019); Mark Bould, The Anthropocene Unconscious: Climate Catastrophe Culture (London: Verso, 2021) 참고.
  15. 생태문학이 비인간 주체의 행위자성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Timothy Morton, Ecology Without Nature: Rethinking Environmental Aesthetics (Cambridge: Harvard UP, 2007); Griffiths, 앞의 책; Sam Solnick, Poetry and the Anthropocene: Ecology, Biology and Technology in Contemporary British and Irish Poetry (London: Routledge, 2017) 참고. 지질학적 차원의 먼 과거 또는 ‘깊은 시간’(deep time)의 재현에 관해서는 Anne-Lise Francois, “Ungiving Time Reading Lyric by the Light of the Anthropocene,” Anthropocene Reading: Literary History in Geologic Times, ed. Tobias Menely and Jesse Oak Taylor (University Park: Penn State UP, 2017) 239~58면; Farrier, 앞의 책 참고. 종말이 예견된 먼 미래의 재현에 관해서는 Srinivas Aravamudan, “The Catachronism of Climate Change,” diacritics 41.3 (2013) 6~30면 참고. ‘지구 역사’의 개념에 대해서는 Bruno Latour, “Agency at the Time of the Anthropocene,” New Literary History 45.1 (2014) 16면; Bruno Latour, Down to Earth: Politics in the New Climatic Regime, trans. Catherine Porter (Cambridge: Polity P, 2018) 42면 참고.
  16. 16) Ursula K. Heise, Sense of Place and Sense of Planet: The Environmental Imagination of the Global (Oxford: Oxford UP, 2008); Timothy Clark, “Scale: Derangements of Scale,” Telemorphosis: Theory in the Era of Climate Change, Vol. 1, ed. Tim Cohen (London: Open Humanities P, 2012) 148~66면; Timothy Clark, Ecocriticism on the Edge (London: Bloomsbury, 2015); Timothy Clark, “Scale as a Force of Deconstruction,” Eco-Deconstruction: Derrida and Environmental Philosophy, ed. Philippe Lynes and David Wood (New York: Fordham UP, 2018) 81~97면; Timothy Clark, The Value of Ecocriticism; Timothy Clark, “John Masefield’s ‘The Passing Strange’: Derangements of Scale,” Close Reading in the Anthropocene, ed. Helena Feder (London: Routledge, 2021) 159~74면; Mark McGurl, “The Posthuman Comedy,” Critical Inquiry 38.3 (2012) 533~53면; Derek Woods, “Scale Critique for the Anthropocene,” The Minnesota Review 83 (2014) 133~42면; Gabriele Durbeck and Philip Hupkes ed., Narratives of Scale in the Anthropocene: Imagining Human Responsibility in an Age of Scalar Complexity (London: Routledge, 2022).
  17. 17) 스케일 비판과 스케일 문해력에 대한 설명은 각각 Woods, 앞의 글; Clark, The Value of Ecocriticism 40면 참고.
  18. 18) 제왕나비와 밀크위드의 공생관계에 대해서는 Anurag Agrawal, Monarchs and Milkweed: A Migrating Butterfly, a Poisonous Plant, and Their Remarkable Story of Coevolution (Princeton: Princeton UP, 2017) 참고.
  19. 19) Karin M. Gustafson et al., “The Monarch Butterfly through Time and Space: The Social Construction of an Icon,” BioScience 65.6 (2015) 612~22면. 제왕나비가 등장하는 문화 텍스트 목록은 같은 글 616면; Kylee Baumle, The Monarch: Saving Our Most-Loved Butterfly (Pittsburgh: St. Lynn’s P, 2017) 152~53면 참고. 제왕나비가 주요 모티브로 활용되는 최근 소설은 Ocean Vuong, On Earth We’re Briefly Gorgeous (New York: Penguin, 2019) 참고.
  20. 20) Gustafson et al., 앞의 글 619면; Greta Gaard, Critical Ecofeminism (London: Bloomsbury, 2017) viii면; Anand Pandian, “Butterfly Crossings: Traversing Boundaries of Space and Species in North America,” Environmental Humanities 14.2 (2022) 438~56면 참고.
  21. 21) Gustafson et al., 앞의 글 613~20면.
  22. 22) 생태·환경 담론의 통합적 이해를 위해 문학과 과학 텍스트를 함께 검토하는 간학제적 연구의 사례로 Ursula K. Heise, Imagining Extinction: The Cultural Meanings of Endangered Species (Chicago: U of Chicago P, 2016) 참고.
  23. 23) 다양한 나비 종의 생존 위기는 Nick Haddad, The Last Butterflies: A Scientist’s Quest to Save a Rare and Vanishing Creature (Princeton: Princeton UP, 2019); Josef H. Reichholf, The Disappearance of Butterflies (London: Polity, 2020); Collin B. Edwards et al., “Rapid Butterfly Declines across the United States during the 21st Century,” Science 387 (2025) 1090~94면 참고. 이주 종의 생존 위기는 David S. Wilcove, and Martin Wikelski, “Going, Going, Gone: Is Animal Migration Disappearing,” PLoS Biology 6.7 (2008) e188면 참고.
  24. 24) Elizabeth Pennisi, “Are Monarchs Endangered? Scientists Debate as United States Mulls Protection,” ScienceAdviser (Jan. 8, 2021) 참고.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are-monarchs-endangered-scientists-debate-united-states-mulls-protection.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과학자는 제왕나비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Lincoln P. Brower and Linda S. Fink, “Conserving North American Monarch Butterflies: An Overview,” Monarchs in a Changing World: Biology and Conservation of an Iconic Butterfly, ed. Karen S. Oberhauser, Kelly R. Nail, and Sonia Altizer (Ithaca: Cornell UP, 2015) 143면; Nick Haddad, 앞의 책 190~92면 참고. 실제로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북미의 제왕나비를 ‘취약한’(vulnerable) 상태로 분류한다. https://www.iucnredlist.org/species/194052138/246096271. 또한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SFWS)은 2024년 12월에 제왕나비를 멸종위기 종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Monarch Butterflies Are Recommended for Protected Status,” The New York Times (Dec. 10, 2024). https://www.nytimes.com/2024/12/10/climate/monarch-butterflies-endangered-species-list.html.
  25. 25) John M. Pleasants and Karen S. Oberhauser, “Milkweed Loss in Agricultural Fields Because of Herbicide Use: Effect on the Monarch Butterfly Population,” Insect Conservation and Diversity 6 (2013) 135~44면; D. T. Tyler Flockhart, “Unraveling the Annual Cycle in a Migratory Animal: Breeding-Season Habitat Loss Drives Declines of Monarch Butterflies,” Journal of Animal Ecology 84 (2015) 155~65면; Brice X. Semmens, et al., “Quasi-Extinction Risk and Population Targets for the Eastern, Migratory Population of Monarch Butterflies (Danaus Plexippus),” Science Reports 6.23265 (2016) 1~7면; John M. Pleasants, “Milkweed Restoration in the Midwest for Monarch Butterfly Recovery,” Insect Conservation and Diversity 10 (2017) 42~53면; John M. Pleasants et al., “Interpreting Surveys to Estimate the Size of the Monarch Butterfly Population: Pitfalls and Prospects,” PLoS ONE 12.7 (2017) 1~16면; Wayne E. Thogmartin, et al., “Monarch Butterfly Population Decline in North America: Identifying the Threatening Processes,” Royal Society Open Science 4.9 (2017) 1~16면.
  26. 26) Andrew K. Davis, “Are Migratory Monarchs Really Declining in Eastern North America? Examining Evidence from Two Fall Census Programs,” Insect Conservation and Diversity 5 (2012) 101~105면; Leslie Ries et al., “The Disconnect Between Summer and Winter Monarch Trends for the Eastern Migratory Population: Possible Links to Differing Drivers,” Annals of the 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 108.5 (2015) 691~99면; Hidetoshi Inamine et al., “Linking the Continental Migratory Cycle of the Monarch Butterfly to Understand Its Population Decline,” Oikos 125.8 (2016) 1081~91면; Anurag A. Agrawal, and Hidetoshi Inamine, “Mechanisms Behind the Monarch’s Decline,” Science 360.6395 (2018) 1294~96면.
  27. 27) Elise F. Zipkin et al., “Tracking Climate Impacts on the Migratory Monarch Butterfly,” Global Change Biology 18.10 (2012) 3039~49면; Erin R. Zylstra et al., “Changes in Climate Drive Recent Monarch Butterfly Dynamics,” Nature Ecology and Evolution 5.10 (2021) 1441~52면.
  28. 28) Andrew K. Davis et al., “Dramatic Recent Declines in the Size of Monarch Butterfly (Danaus Plexippus) Roosts during Fall Migration,” PNAS 121.43 (2024) 1~7면.
  29. 29) 같은 글 4면.
  30. 30) Christophe Bonneuil and Jean-Baptiste Fressoz, The Shock of the Anthropocene: The Earth, History and Us (London: Verso, 2016) 72~73면.
  31. 31) Chakrabarty, 앞의 책 40면.
  32. 32) Davies et al., 앞의 글 5면.
  33. 33) Kelly R. Nail, and Karen S. Oberhauser, “Monarchs in a Changing Climate: Overview,” Monarchs in a Changing World: Biology and Conservation of an Iconic Butterfly, ed. Karen S. Oberhauser, Kelly R. Nail, and Sonia Altizer (Ithaca: Cornell UP, 2015) 95면.
  34. 34) Lincoln P. Brower et al., “Catastrophic Winter Storm Mortality of Monarch Butterflies in Mexico during January 2002,” The Monarch Butterfly: Biology and Conservation, ed. Karen S. Oberhauser and Michell J. Solensky (Ithaca: Cornell UP, 2004) 151~66면; Lincoln P. Brower et al., “Effect of the 2010-2011 Drought on the Lipid Content of Monarchs Migrating through Texas to Overwintering Sites in Mexico,” Monarchs in a Changing World: Biology and Conservation of an Iconic Butterfly, ed. Karen S. Oberhauser, Kelly R. Nail, and Sonia Altizer (Ithaca: Cornell UP, 2015) 117~29면.
  35. 35) Brower and Fink, 앞의 글 145면; Davis et al., 앞의 글 4면.
  36. 36) 이 단락에서 언급되는 제왕나비 연구는 출판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13년에서 26년 사이의 자료를 분석한다.
  37. 37) Zipkin et al., 앞의 글; Thogmartin et al., 앞의 글.
  38. 38) Zylstra et al., 앞의 글. 참고로 기후변화는 제왕나비만이 아니라 북미 지역의 다양한 나비 종에도 비슷하게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후적 요인의 변화는 지역별로 나비의 개체수를 감소시키기도 하고 증가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기후변화는 미국 전역의 나비 ‘핫스폿’의 분포를 변화시킨다. Michael S. Crossley et al., “Recent Climate Change Is Creating Hotspots of Butterfly Increase and Decline across North America,” Global Change Biology 27.12 (2021) 2702~14면; Matthew L. Forister et al., “Fewer Butterflies Seen by Community Scientists across the Warming and Drying Landscapes of the American West,” Science 371.6533 (2021) 1042~45면 참고.
  39. 39) Michael S. Crossley et al., “Opposing Global Change Drivers Counterbalance Trends in Breeding North American Monarch Butterflies,” Global Change Biology 28.19 (2022) 4726~35면.
  40. 40) Cuauhtemoc Saenz-Romero et al., “Abies Religiosa Habitat Prediction in Climatic Change Scenarios and Implications for Monarch Butterfly Sonservation in Mexico,” Forest Ecology and Management 275 (2012) 98~106면.
  41. 41) Erin R. Zylstra et al., “Multi-Season Climate Projections Forecast Declines in Migratory Monarch Butterflies,” Global Change Biology 28.21 (2022) 6135~51 면.
  42. 42) Adam F. Parlin et al., “The Cost of Movement: Assessing Energy Expenditure in a Long-Distant Ectothermic Migrant Under Climate Chang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6.21 (2023) 1~11면.
  43. 43) Nathan P. Lemoine, “Climate Change May Alter Breeding Ground Distributions of Eastern Migratory Monarchs (Danaus plexippus) via Range Expansion of Asclepias Host Plants,” PLoS ONE 10.2 (2015) 1~22면.
  44. 44) Katherine A. Culbertson et al., “Long-Term Monitoring Indicates Shifting Fall Migration Timing in Monarch Butterflies (Danaus Plexippus),” Global Change Biology 28.3 (2022) 727~38면.
  45. 45) Sonia Altizer and Andrew K. Davis, “Populations of Monarch Butterflies with Different Migratory Behaviors Show Divergence in Wing Morphology,” Evolution 64.4 (2010) 1018~28면; Dara A. Satterfield et al., “Loss of Migratory Behaviour Increases Infection Risk for a Butterfly Hos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2.1801 (2015) 1~9면; Christen Steele et al., “Extent and Impacts of Winter Breeding in the North American Monarch Butterfly,” Current Opinion in Insect Science 59 (2023) 1~6면.
  46. 46) Thom Van Dooren, Flight Ways: Life and Loss at the Edge of Extinction (New York: Columbia UP, 2014) 11~12면.
  47. 47) Davis et al., 앞의 글 5면.
  48. 48) 멕시코와 미국의 대체 서식지 연구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Lemoine, 앞의 글; Saenz-Romero et al., 앞의 글 참고.
  49. 49) 이 소설의 제목인 Flight Behavior는 국내 연구논문에서 『비상』 또는 『도피습성』으로 번역된 적이 있다. 전자로 번역한 논문은 강용기 「선험적 추론과 과학적 경험: 바바라 킹솔버의 『비상』」, 『현대영미소설』 20.2 (2013) 5~24면; 이영애 「환경위기에서 생태적 희망찾기: 바바라 킹솔버 작품 비교 연구」, 『동서비교문학저널』 60 (2022) 175~94면. 후자로 번역한 논문은 신두호 「기후변화 담론으로서의 소설의 수사학: 바바라 킹솔버의 『도피습성』」, 『현대영어영문학』 59.1 (2015) 129~57면; 이영현 “Psychological Avoidance, Climate Justice, and Agency in Flight Behavior,” 『문학과환경』 23.4 (2024) 117~53면. 그런데 『비상』의 경우 원제의 일부를 생략하고, 『도피습성』의 경우 ‘비행’(flight)이라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킹솔버 본인이 인터뷰에서 제목에 담긴 ‘비행’을 도피의 의미로 설명한 적이 있다. Linda Wagner-Martin, Barbara Kingsolver’s World: Nature, Art, and the Twenty-First Century, rev. ed. (London: Bloomsbury, 2024) 197면 참고. 하지만 본문에서 설명하는 대로 제왕나비와 주인공의 ‘비행’은 도피와 구원이라는 양면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필자는 중립적인 번역어를 선택하여 소설의 제목을 『비행 습성』이라고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50. 50) Trexler, 앞의 책 226~29면; Thieme, 17~31면. 다수의 견해와 달리 킹솔버의 소설을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로 간주하는 관점은 Derek Woods, “Scales: Climate versus Embodiment,” The Cambridge Companion to Literature and Climate, ed. Adeline Johns-Putra and Kelly Sultzbach (Cambridge: Cambridge UP, 2022) 81면 참고.
  51. 51) 『비행 습성』을 위기 서사로 분석하는 비평은 다음을 참고. Sylvia Mayer, “Explorations of the Controversially Real: Risk, the Climate Change Novel, and the Narrative of Anticipation,” The Anticipation of Catastrophe: Environmental Risk in North American Literature and Culture, ed. Sylvia Mayer and Alexa Weik von Mossner (Heidelberg: Universitatsverlag Winter, 2014) 21~37면; Greg Garrard, “Conciliation and Consilience: Climate Change in Barbara Kingsolver’s Flight Behaviour,” Handbook of Ecocriticism and Cultural Ecology, ed. Zapf Hubert (Berlin: De Gruyter, 2016) 301~11면. 이 소설을 멸종 서사로 독해하는 비평은 다음을 참고. Nathaniel Otjen, “The Climate of Extinction: Resistant Multispecies Communities in Barbara Kingsolver’s Flight Behavior and Richard Powers’s The Overstory,” Literary Animal Studies and the Climate Crisis, ed. Sune Borkfelt and Matthias Stephan (Cham: Palgrave Macmillan, 2022) 179~99면; Nadine Boehm-Schnitker, “Trails of Erasure: Imagining the Reality of Co-Migrations in Contemporary Climate Fiction,” Green Letters 28.3 (2024) 160~75면; Abhra Paul and Vidya Sarveswaran, “Writing Stories of Anthropocene Extinction: Barbara Kingsolver’s Fiction and Nonfiction,” Comparative American Studies (2024) 1~14면.
  52. 52) Christopher Lloyd and Jessica Rapson, “‘Family Territory’ to the ‘Circumference of the Earth’: Local and Planetary Memories of Climate Change in Barbara Kingsolver’s Flight Behaviour,” Textual Practice 31.5 (2017) 911~31면; Adeline Johns-Putra, Climate Change and the Contemporary Novel (Cambridge: Cambridge UP, 2019) 155~64면; Joanna Wilson-Scott, “Accommodating the Anthropocene: The Home as a Site of Ecological Significance in Climate Fiction,” Green Letters 25.1 (2021) 7~16면; Thieme, 앞의 책 17~31면 참고.
  53. 53) Lloyd and Rapson, 앞의 글 913면.
  54. 54) Clark, 앞의 책 176~78면; Greg Garrard, “Conciliation and Consilience: Climate Change in Barbara Kingsolver’s Flight Behaviour,” Handbook of Ecocriticism and Cultural Ecology, ed. Zapf Hubert (Berlin: De Gruyter, 2016) 295~321면; Boehm-Schnitker, 앞의 글 참고.
  55. 55) Barbara Kingsolver, Flight Behavior (New York: Vintage, 2012) 16면. 앞으로 이 책의 인용은 본문에 면수만 표기.
  56. 56) Debra J. Rosenthal, “Climate-Change Fiction and Poverty Studies: Kingsolver’s Flight Behavior, Diaz’s ‘Monstro,’ and Bacigalupi’s ‘The Tamarisk Hunter,’” Interdisciplinary Studies in Literature and Environment 27.2 (2020) 268~86면.
  57. 57) 같은 글 274~75면; Boehm-Schnitker, 앞의 글 166~67면 참고.
  58. 58) Axel Goodbody, “Risk, Denial and Narrative Form in Climate Change Fiction: Barbara Kingsolver’s Flight Behavior and Ilija Trojanow’s Melting Ice,” The Anticipation of Catastrophe: Environmental Risk in North American Literature and Culture, ed. Sylvia Mayer and Alexa Weik von Mossner (Heidelberg: Universitatsverlag Winter, 2014) 50면; Mayer, 앞의 글 30면; Johns-Putra, 앞의 책 158~61면; Boehm-Schnitker, 앞의 글 173면 참고. 이와 반대로 『비행 습성』이 성장의 실패를 재현한다고 보는 비평은 Wagner-Martin, 앞의 책 3~4, 197면 참고.
  59. 59) Clark, 앞의 책178면; Rosenthal, 앞의 글 280면; Boehm-Schnitker, 앞의 글 167~ 68면.
  60. 60) Garrard, 앞의 글 310면; Lloyd and Rapson, 앞의 글 921~25면.
  61. 61) Mayer, 앞의 글 31면; Johns-Putra, 앞의 책 162면; Wagner-Martin, 앞의 책 197면.
  62. 62) Johns-Putra, 앞의 글 162~64면. 존스퍼트라가 보기에 나비는 무사히 탈출하는 반면 델라로비아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에 인간 서사와 비인간 서사 사이의 분열이 일어난다.
  63. 63) Ghosh, 앞의 책 3~84면 참고.
  64. 64) Garrad, 앞의 글 309~10면.
  65. 65) 도나 해러웨이 지음, 최유미 옮김 『트러블과 함께하기: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마농지, 2021); Donna Haraway, Staying with the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cene (Durham: Duke UP, 2016) 183면. 앞으로 이 책의 인용은 본문에 한국어 번역본의 면수만 표기.
  66. 66) Alison Bashford, Global Population: History, Geopolitics, and Life on Earth (New York: Columbia UP, 2014) 157~80면 참고.
  67. 67) 비슷한 관점의 탈인간주의 이론은 Claire Colebrook, Death of the PostHuman: Essays on Extinction 1 (London: Open Humanities P, 201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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