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9호] [특집] “ To be or not to be”: 한국 대학 영문과의 현황과 교육과정 돌아보기 / 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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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영문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아는 이 유명한 햄릿의 대사는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번역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어떠어떠한 상태로 계속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상태로 있을 것인가’ 등 다양한 번역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이 문장이야말로 오늘날 대다수 한국 대학 영문과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여 씁쓸한 느낌을 참기 어렵다. ‘스프레드시트로서의 대학’(university as spreadsheet)이라는 행정 모델이 출현하면서 인문학의 위기는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확산되고 구조화되었다.1) 대학의 미래에 대한 지배적 담론은 수월성·혁신·디지털화·세계화·고용 가능성·경제 효과에 초점을 두고 있고, 대학은 정부가 요구하는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던 구조조정의 위기 속에서 다른 외국어 학과들이 하나씩 사라져갈 때에도 전국 각 대학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던 영문과가 어느덧 정원 축소, 지원자 감소, 타 학과와의 통합, 학과 명칭 변경, 학과 폐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충격파를 맞고 있다. 이러한 매서운 현실의 칼바람 속에서 영문과 교육과정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인구 변화, 지역 소멸 등 영문과의 밖이 요동치며 학과에 압력을 가할 때, 영문과가 그 압력에 맞서거나 대응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한 고민의 흔적이 교육과정에 녹아 들어간다. 학생의 요구/욕망과 교수의 요구/욕망은 교육과정을 통해 서로 교차하고 타협하며 조율점을 찾는다. 이 글에서는 먼저 영문과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교육과정의 변화를 분석한 후, 향후 영문학 교육과정의 지향점은 어떠해야 할지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2. 인구 위기와 전국 대학 영어관련학과 상황2)

인구절벽 상황에서 한국 대학의 위기, 지역 소멸에 따른 지역 대학의 위기 등은 귀에서 진물이 날 정도로 너무 많이 들어온 지겨운 토픽이지만 그래도 거론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려우니 아주 잠깐 통계를 확인해보려고 한다. 인구 위기는 한국 전체의 문제이지만, 모두 알고 있듯이 인구 감소가 더 심각하게 진행되는 곳은 비수도권 지역이다. 가령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는 5182만 명 수준이며,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져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었다.3) 그런데 인구학적 측면에서 지역의 소멸 위험 수준을 설명하는 지표인 지방 소멸 위험지수(지방 소멸 위험지수 = 20~39세 여성 인구/65세 이상 고령인구)를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소멸 위험지역과 고위험지역이 특정 지역에 쏠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0~2020년 내국인 인구 기준 소멸 위험지수를 권역별로 살펴보면 위험지역과 고위험지역 수는 주로 호남권과 영남권이 다른 권역보다 대체로 많다. 2020년 기준 전체 인구 소멸 위험지역 중 32.8퍼센트가 영남권에 속한 시·군·구였고, 호남권과 충청권의 시·군·구가 각각 17.1퍼센트를 차지했다. 2020년 현재 인구 소멸 고위험지역 중 호남권과 영남권 시·군·구는 각각 44.7퍼센트와 39.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이들 권역의 인구 소멸 위험이 다른 권역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4) 기초자치단체의 인구 소멸 위험은 광역자치단체에 소재한 대학의 입시자원 고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광역자치단체에 소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는 것은 광역자치단체를 에워싸고 있는 인근에 위치한 기초자치단체의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림1] 전국 지역 소멸 위험 지도

비수도권 대학/지방대학의 위기는 단순한 인구 감소/지역 소멸의 위험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인구 소멸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은 최근 10년 동안 비수도권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 비율도 감소세를 보인다는 사실과 함께 관찰할 필요가 있다. 2014년에는 전체 대학생 중 61.2퍼센트가 비수도권 대학에 재학했으나 2024년에는 그 비율이 57.1퍼센트까지 하락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5) 이처럼 대학생 인구가 비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한국 전체의 인구 감소라는 문제와는 조금 결이 다른 여러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다. 즉 수도권에 산업체가 집중되면서 취업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자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청년 유출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결합하면서 지방대학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증가하고 대학이 폐교하는 등 지방대학의 위기가 심화되었다.6) 2023년도 기준 지방대학은 216개교로 재학생은 136만 4000명이다. 20대 인구의 지역별 순이동 현황을 보면, 2010년 이후 수도권 순유입, 비수도권 순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2023년 대학의 신입생 정원 44만 8000명 중 2만 4000명이 미충원되었으며, 이 중 67.3퍼센트가량이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되었다. 즉 재학생 충원율, 지방대 재학생 수 모두 감소했고, 학업 중단율은 증가했으며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7)

그렇다면 현재 영문과의 상황은 어떠한가? 영문과를 개설하는 대학의 수, 영문과 정원 수를 시기별로 정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기가 어려워 시기별 변화상을 추적하기는 힘들다. 다만 2018년 김양순 교수가 영어관련학과 현황을 조사했을 때 이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영어관련학과의 모집정원과 개설 학교 수가 매우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다. 영어관련학과를 개설한 학교 수가 2014년에는 184개교였으나 2018년에는 147개교로, 영어관련학과 모집정원은 2014년 8826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6548명으로 감소했다.8) 대학교육협의회가 제공하는 학과 정보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6년도에는 사범대학의 영어교육학과를 포함할 때 111개 대학만이 영어관련학과를 개설한다.9)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12년 만에 40.2퍼센트가 감소한 것이다. 영어교육학과를 제외하고 영문과, 영어과 등 영어가 학과명에 포함된 대학 수를 조사하면 2025년 현재 영어관련학과 개설 대학 수는 97개이며 2026년에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과는 66개 대학이니 불과 1년 사이에 31개 학과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10) 2026학년도 입시요강 기준으로 볼 때 영어관련학과 모집정원은 사범대 영어교육학과를 포함할 때 3763명이어서 2018년의 57퍼센트에 불과하다.11) 이러한 통계를 확인할 때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일반적인 정원 축소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영문과 또는 영어관련학과의 수와 입학정원이 특히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것은 대학의 구조조정, 전공자율선택제가 특히 영문과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어교육학과를 제외한 영어관련학과를 개설하는 대학의 분포도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은 전국을 각 권역별로 나누고 권역별 소재 대학과 영어관련학과 개설 대학 수를 비교하는 표다.12)

[표1] 전국 권역별 4년제 대학 대비 영어관련학과 개설 대학 분포 비율

권역세부 권역4년제대학 수영어관련학과개설 대학 수비율(%)
서울383078.9
수도권인천3266.7
경기301550
강원8562.5
대전, 세종,충남대전11545.5
세종2150
충남13646.2
충북11436.4
대구, 경북대구3266.7
경북18422.2
부산, 울산, 경남부산13861.5
울산2150
경남7457.1
전북8450
광주, 전남광주10440
전남10110
제주2150
합계1899751.3

서울은 영어관련학과를 개설한 대학의 비율이 78.9퍼센트로 대단히 높은 반면, 대전·충남·충북·경북·광주·전남 등 세부 권역은 50퍼센트 미만으로 매우 적다. 이를 앞서 제시한 [그림1] 과 대응하여 보면 지역 소멸 고위험지역과 영어관련학과 개설 비율 50퍼센트 미만 지역이 매우 유사하게 겹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역 소멸 위험이 큰 지역, 다시 말해서 입학자원의 수가 적어 입시경쟁률이 중요한 지역일수록 영문과 등의 영어관련학과 수가 적다. 영어관련학과의 이름이 영어영미지역학, 산업실무영어과, 관광영어, 통역전공 등 다양한 명칭으로 존재하는 대학은 위의 표에서 50퍼센트 이하로 나타나는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입시경쟁률이 영문과 존폐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한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주로 산업 또는 취업과 관련한 이름을 학과명에 사용하여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위의 표에서는 한 대학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영어 관련 전공을 개설한 대학의 수가 드러나지 않지만, 서울에서는 경희대·서강대·한국외대 등, 지역에서는 부경대·순천향대·신라대·안양대·한남대 등 다수 대학이 영어 관련 전공을 복수로 개설하고 있다. 영문과 분화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이런 현상은 서울 지역과 비서울 지역 모두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영문과의 확장, 또는 영문과 소멸 방지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매우 상반된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여 사례별로 구체적 해석이 필요하다.

3. 영문과 교육과정 현황

본 연구에서는 전국 대학의 영문과 교육과정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권역별로 대학 선정 원칙을 정한 후 조사 대상 대학이 선정되면 그 대학이 개설한 영어관련학과의 교육과정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 방법을 택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문과와 유사한 명칭을 지닌 학과를 개설한 대학의 수가 많고 명칭도 22개로 매우 다양하여 영문학 교육을 살피는 본 연구의 범위에 어디까지 포함할지 매우 고민이 되었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학과의 명칭이 산업 중심으로 바뀐 경우, 학과 명칭을 바꾸며 학과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했으므로 영문과 교육과정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름만 바꾸었을 뿐 영문과에 기원을 두고 있어 교수진 중 다수가 영문학 전공자이고 새로운 학과의 교육과정에 영문학 교육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기에 영문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생각도 들어 선뜻 제외하기도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학과 명칭을 바꾼 영어관련학과도 현재 영문학 교육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보아 연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면 영어학 관련 교육과정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한편으로는 본 연구의 초점이 주로 ‘영문학’ 교육과정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필자의 역량 부족 때문이다.13)

본 연구에서 분석 대학을 선정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지역적으로 균형 있게 조사 대상을 배분하고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모두 조사하기 위해 전국 10개 권역 중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권역의 대학을 포함했다. 그리고 각 권역에서 지역거점 국립대학, 소규모 국립대학, 지역 대형 사립대학, 지역 중간 규모 사립대학을 모두 각 1개 대학 이상 조사했다. 다만 그 권역에서 해당 범주에 속하는 대학에 영문과가 없다면 조사에 포함할 수 없어 위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권역도 있다. 반면 경북, 전북, 전남, 충북 등은 사대 영어교육과를 개설한 대학 수가 상대적으로 많으나 영문과를 개설한 대학 수는 매우 적어 거의 전수조사를 한 형태가 되었다. 2025학년도 기준 영어관련학과가 개설된 97개교 중 총 44개 대학의 교육과정을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 검토했으며 그 대학에서 개설한 영어관련학과 또는 학부/전공이 두 개 이상인 경우 모두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한 학과에서 두 개 이상의 교육과정이 함께 제시된 경우에는 가장 최근 학년을 위해 개설된 교육과정을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한 대학을 권역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2] 전국 권역별 국공립대, 사립대 영문과 교육과정 조사 대학 수

권역(조사 대학 수/영문과 개설 대학 수)국공립대사립대
서울(9/30)27
인천, 경기(5/17)14
강원(3/5)12
대전, 세종, 충남(8/12)26
충북(4/4)22
대구, 경북(3/6)12
부산, 울산, 경남(5/13)32
전북(4/4)22
광주, 전남(3/5)21
제주(0/1)
합계(44/96)1628

[표2]에 제시된 각 대학 영문과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한국 대학의 영어관련학과의 교육과정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첫째, 전통적인 영문학의 학술연구 분야에 따라 교과목을 편성한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이다. 이것은 전국 대학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 영문과 교육과정이다. 과목의 이수 학년에는 차이가 있으나 장르별, 시대별 구분에 따라 교과목을 개설하는 형태다. 다른 두 가지 형태의 교육과정에서도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이 일종의 근간으로 기능한다. 둘째, 문화·콘텐츠·스토리텔링·디지털·미디어·대중문화·영화·영상 등을 교육과정에 도입하는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이다.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의 뼈대를 유지하되 최신의 추세나 학생들의 흥미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는 과목을 3~7개 가량 개설하는 경우로서 학과 교수진의 관심사에 따라 위의 주제 중 한두 개를 선택하여 개설하는 경향이 있다. 즉 시대 중심, 장르 중심의 전통적 교육과정을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나 시대적 변화 등을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셋째,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의 뼈대에서 최소한을 유지하면서 타 학문과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거나 산업체의 동향에 따라 취업 준비를 위한 과목을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은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과 공유하는 부분이 매우 적다. 영문학 연구를 토대로 하는 교과목이 몇 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영문학 교육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학문 분야와 융합 등을 통해 가능한 한 새롭게 변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교육과정은 학과 명칭을 변경한 곳에서 자주 발견되기는 하지만, 영문과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학제융합 과목을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곳들도 발견된다.

먼저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의 대표적인 형태는 다음과 같다. [표3]은 서울대학교의 교육과정인데 격년 개설 과목 등 상세한 사항을 지운 채 과목명을 학년별로 배치한 것이다. 서울대 교육과정을 대표로 제시하기는 했으나 사실 이 교육과정은 대학의 소재 지역, 국립, 사립과 상관없이 대다수 대학에서 발견되는 형태다. 다시 말해 조사한 43개 대학 중 가장 많은 대학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는 지방대학 영문과에서는 매우 다른 종류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리라는 예상과는 매우 다르다. 각 지역거점 국립대학은 예외없이 이 형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거점 국립대학이 아닌 국립대학도 대다수가 이러한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서울과 비서울 지역의 차이라면, 서울 지역 대학들 중에는 거의 대학원 과목으로 보일 정도로 학술적 주제를 상세하게 나열하여 많은 과목을 개설하는 곳이 발견되는 반면, 비서울 지역에서는 서울대학교보다 주제를 상세하게 나열하는 대학은 발견되지 않고 과목 수도 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날 만큼 많은 곳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위에 제시한 서울대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대중문화 관련 과목이 하나 발견되듯이, 다른 대학들 역시 현대 시류나 트렌드에 부합하는 과목을 한두 개 정도씩은 포함하고 있다. 그러한 경향 역시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모든 지역에서 발견된다. 다만 서울 및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을 비교할 때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도 발견되는데, 바로 상당수의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도 영어회화·커뮤니케이션 등 실용적인 영어 의사소통을 위한 과목을 5개 이상 개설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표3]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 예시

학년교과목명
1학기2학기
1학년영어학 입문, 영문학 입문
영미 명작의 세계
2학년영작문19세기 영국시현대 미국소설영국문학 개관1미국문학 개관영어 말소리의 이해영어와 사회영작문영문학과 대중문화셰익스피어현대 영국소설영국문학 개관2영어 담화 분석코퍼스영어학
3학년현대 영미 드라마현대 영시19세기 영국소설고급 영문법영어 의미의 이해르네상스 영시르네상스 영국 드라마미국시18세기 영국소설19세기 미국소설영어 문장구조의 이해영어 습득의 이해중세영문학17·18세기 영국시
4학년영어 발달사비평이론영문학 특강1최근 영어권 소설소설의 이론과 서사 전통영어학 특강여성문학의 전통영문학 특강1영문학 특강2

둘째,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술적 교육과정을 토대로 하되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주제를 수용하는 과목을 개설한다. 이 유형의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전통적 학술지향 교육과정의 틀을 유지하되, 동시대의 새로운 관심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포함한다. 이 교육과정에는 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 미디어, 영화, 영상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학과가 과거에 수행했던 국책사업에 따라 신규 과목을 편성하면서 새로운 과목군이 일정 방향으로 줄지어 개설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상·영화·연극·뮤지컬 등 공연 중심으로, 또는 미디어·디지털 중심으로 또는 아동문학 중심으로 과목이 편성되는 경우가 발견된다. 때로는 학과 구성 교수진에 따라 위의 주제들을 다양하게 섞어서 개설하기도 하여 대학별로 편차가 크고 학과 교수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여러 대학의 사례를 종합하여 가상의 교육과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4]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 예시

학년교과목명
1학기2학기
1학년영미문화의 이해
영미 명작의 세계
2학년영문법음성학과 발음 연습영국문학 개관서양 신화와 문화영어회화스토리텔링과 미디어영작문영어학 개론영화로 만나는 셰익스피어미국문학 개관영미 문학과 영상영어 인문 베스트셀러 읽기
3학년현대 영미 드라마근대 미국소설고급 영문법영어 의미의 이해아동문학과 영어교육영시 산책미국시영어의 역사중급 커뮤니케이션영어 통역 기초영어 문장의 구조영화
4학년영어 발표와 토론번역 실습현대 영어권 문화현대 영미소설 특강고급 영작문디지털 미디어 번역젠더와 문학영시와 대중문화시사 및 토론 영어현대 인문학 리터러시

[표4]는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하여 가상의 교육과정을 제시한 것이다.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과 비교해볼 때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은 시대별, 장르별로 과목을 분류하는 방식을 철저히 따르지는 않는다. 영시·미국시·셰익스피어·현대 드라마·근대 미국소설·현대 영미소설 특강 등 장르별·국가별·시대별로 구분하되 느슨한 방식으로 구분하여 교수자가 수업 때 활용할 텍스트의 허용/선택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크게 보아 미디어·스토리텔링·대중문화 등의 주제어를 사용하지만, 영문학 연구와 연관선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과목명을 채택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영어 발표와 토론·통역 기초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전반적으로 영어 말하기·읽기 등 의사소통 능력 증진 지향형 과목의 수가 적지 않다. 교수진의 구성, 학생 수준 등 각 학과의 사정에 따라 학술적 교육과정을 조금 더 세분화하는 영역이 있다거나, 미디어·영화 등을 다루는 과목 개설 수에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문학 또는 텍스트 분석을 중심으로 하던 영문학 교육과정의 범위를 확장하여 문화 연구나 미디어 연구 등으로 영문학 교육 범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은 서울 지역에서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경기·인천 등 비서울 수도권 지역, 서울과 통학 거리 한 시간 정도에 있는 춘천·원주·천안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러한 경향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즉 비수도권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은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반면, 비서울 수도권 지역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 국립대학 중 거점 국립대학은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주로 운영하지만, 거점 국립대학이 아니거나 각 권역의 중소도시에 위치한 국립대학에서는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이 많이 나타난다.

세 번째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은 명칭 그대로 학제융합형 과목을 다수 포함하며, 영문학 연구에 기반한 과목을 개설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에서 상당히 벗어난 과목들을 다수 포함한다. 이 교육과정은 영문과에서 명칭을 바꾼 학과에서 주로 발견된다. 한 대학에서 두 개 이상의 영어관련학과를 갖고 있을 경우, 하나는 산업에 밀착된 학과명을 사용하면서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른 하나는 영문과라는 학과명을 유지하면서 학과는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경희대·한국외대·서강대 등 영어관련학과를 대형화된 학부 형태로 운영하는 서울의 대학에서 발견되는데,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영어관련학과를 대형으로 운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몇 가지 다른 이유로 복수의 영어관련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대학이 프라임·CORE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에 선정되면서 학과의 교육과정을 대폭 변경해야 했던 흔적이 남아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을 유지하는 학과도 있고, 대학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과명을 변경하거나 영문과를 두 개 이상의 학과/전공으로 분리시킨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유형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영어관련학과들은 정부의 대학교육 개입, 입시경쟁률이나 충원율 등 대학 구조조정 요인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곳들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학술지향형 교육과정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 영문과에 가해지는 압력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례는 학제융합형으로 영문과가 변신을 지향할 때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순천향대 영미학과의 교육과정이다. 순천향대는 2015년 교육부 국책사업인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면서 영미학과를 신설하며 다음과 같은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표5]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 예시

학년구분교과목명
1학기2학기
1학년전공기초미국학 말하기, 영국역사미국역사, 영국학 말하기
전공선택영국문학사미국문학사
2학년전공기초미국학 읽기영국학 읽기,글로벌 영미문화 입문
전공선택현대 미국사회 문제, 과학과 언어, 영미 아동청소년 드라마, 영미 지역학 입문, 영미 역사와 여성, 멀티미디어 영어미국의 사회정치제도, 영국의 경제와 산업, 영국의 사회정치제도, 과학과 문학, 영어 연극 워크숍, 할리우드 대중영화, 영미 신문의 이해, 비주얼 컬처 영어
3학년전공기초미국학 글쓰기영국학 글쓰기
전공선택영어학습론, 미국의 경제와 산업, 문학으로 이해하는 미국, 영미 매스미디어의 이해, 과학과 비즈니스, 영미 대중문화의 이해, 영미 애니메이션의 이해, 영미 도시 이야기, 영연방 지역학 연구, 영문법의 이해현대 영국사회 문제, 영미지역학 프로젝트, 디지털 세익스피어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통번역 이론과 실제, 문학으로 이해하는 영국, 영미 텔레비전의 이해, 영어 커뮤니케이션 기법, 영어교육의 이해
4학년전공기초졸업 종합지도졸업 종합지도
전공선택영미 경제외교 연구,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앤드, 영미 문화와 언어, 영미 대외관계의 이해, 영미학 현장실습, 비즈니스 영어, 글로벌 시대와 문화, 영미 언어이론영미의 성과 인종, 포스트모더니즘과 영미 문화, 영미 사회와 국제기구, 영미 기업 문화와 제도, 영미학 인턴십, 시사영어, 영미 저널리즘 실습

순천향대 영미학과를 예시로 든 이유는 다른 대학의 영미지역학과, 영어문화학과, 응용영어콘텐츠학과, 영미언어문화전공 등 다양한 명칭으로 개설된 ‘영문과는 아니지만 영문과에 뿌리를 둔’ 학과들이 현재 개설한 교과목을 거의 망라하고 있고, 나아가 대외관계·국제기구·저널리즘·경제외교 등 영미와 관련하여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교과목을 포함하고 있어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의 표를 보면 앞에서 보았던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과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육과정 구성에서 장르별·시대별 과목 구분이라는 원칙은 사라졌고, 영미문학 전공자가 동시대의 이슈에 맞게 연구 범위를 확장하거나 재구성(또는 탈구성?)할 때 개설할 수 있는 교과목을 적극 개발하고, 영미문학 연구자가 타 전공과 결합 또는 연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로 넓혀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타 대학의 경우에도 영어문화 프로젝트, 디지털 인문학, 캡스톤 디자인, 영어권 지역과 언어의 이해, 창의적 영어 스토리텔링,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등 영문학 전공자가 연구 범위를 확장할 때 담당할 수 있기는 하겠으나 전통적 영문학 교육과정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과목들이 개설된다.

영문과의 확장을 위해 복수의 영어관련학과를 개설했거나 국책사업의 결과 새로운 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논외로 하고, 그 외의 대학 중 영문과의 흔적이 많이 지워진 학과를 개설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들은 대부분 영문과 ‘밖’의 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된 곳들이다. 대학에서 연구비 유치 실적도 가장 적고, 취업률도 낮으며, 지역 산업과 연계해서 실적을 낼 수도 없는 영문과는 국가가 보기에 그리고 대학 행정당국이 보기에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14) 대학이 다른 사업 유치 등을 위해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거나,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 정원 감축이나 학과 폐지 대상으로 가장 우선순위에 속하는 학과 중 하나가 영문과다. 대학이 인구 소멸 위험지역에 위치하여 현재 입시경쟁률이나 충원율 유지가 어려운 사정이라면, 영문과는 스스로 원하건 그렇지 않건 가능한 한 영문과의 흔적을 지우며 새로운 교육과정을 제안하게 된다.

영문과 교육과정은 어느 지역에 대학이 위치했는지가 아니라 입시경쟁률이 학과의 존폐 또는 정원 결정에 어느 정도로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지에 따라 더 큰 영향을 준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 중 상당수의 대학에서 입시경쟁률이나 충원율은 대학 자체의 생존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15) 일반적으로는 대학을 수도권과 지방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지만, 적어도 영문학 교육과정만을 따져본다면 그러한 이분법적 분류는 적합하지 않다.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과 비서울을 나누게 되고, 서울 내에서도 입시경쟁률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학과 매우 위협적인 대학 간에 교육과정이 다르게 나타난다. 또 지방대학이더라도 거점 국립대학인가 아닌가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르다. 과거에 비해 위상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각 지역 차원에서 보면 정부 지원이나 학생 선호도에서 여전히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거점 국립대학은 비교적 편안하게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러나 국립대학이더라도 중소도시에 있거나 규모가 작은 대학은 입시경쟁률이 매우 중요한 이슈이므로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지방 사립대학에도 같은 공식을 적용할 수 있다. 입시경쟁률의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거나 대학의 간섭이 적은 대학일수록 전통적 학술지향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은 서로 다른 요인이 작용하여 서울과 지방에서 불규칙하게 발견된다. 지방대학에서 운영하는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은, 앞에 예시한 순천향대처럼 국책사업 유치 결과에 따라 교육과정을 바꾼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과의 입시경쟁률과 충원율 등의 이슈와 연관된 대학 구조조정의 결과로 보인다. 국립대학 중 변신 지향 학제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해양대의 경우는 대학의 특수한 입지 조건과 설립 목적 때문에 다른 대학들과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통적 학술지향형 또는 변화 수용 학술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본 연구는 전국의 모든 대학 영어관련학과 교육과정을 검토한 것은 아니므로 예외가 발견될 수는 있다.

4. 도전과 응전

“‘영문학 해서 뭐 해?’ 나에게는 이 말이 영문학 교육의 어려움을 다른 무엇보다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 이런 어려움이 최근에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은 ‘영문학 해서 뭐 해?’라는 생각이 대학의 제도적 압력과 연구자 자신의 내면적·이론적 동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16)

위 인용문은 신광현 교수가 26년 전인 1999년에 쓴 글임에도 마치 오늘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니 어쩌면 이제 이러한 질문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문과의 생존 여부가 너무나 절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문학의 위기는 사회구조적 문제로서 전 사회적이고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1999년 굿하트(Eugene Goodheart)는 『문학연구는 미래가 있는가?』(Does Literary Studies Have a Future?)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오늘날의 한국 대학의 영문과는 인구문제, 그리고 AI의 등장까지 맞물려 그보다 훨씬 더 다중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17)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영문과 진학 동기는 대부분 ‘영어’ 의사소통 능력에 있었다. 불문과, 독문과, 노문과, 서문과 등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 영문과가 살아남았던 것은 영문학이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영어가 취업시장에서 쓸모 있는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문과를 나오지 않아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전과 같은 권위를 갖지 않게 되면서 학생들이 영문과에 진학할 동기는 많이 사라졌다. 영문과 학생도 가능하면 영문과의 문학 과목은 최소로 수강하고 복수전공 등 타 전공 과목에서 성적을 잘 받으려고 한다. 세상 물정에 밝고 똑똑한 학생들은 다른 과로 전과하거나 편입한다. 올해 대학에 전공자율선택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욕구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학생들은 자신이 ‘진짜’ 가고 싶은 전공에 들어가기 위한 편법으로 영문과에 진학한다. 그리고 2학년이나 3학년이 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전공으로 전과하면서 영문과를 떠난다. 영문과 입학생이 영문과 재학생이 되지 않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는 서울, 지방 막론하고 정말 영문과가 어떤 것을 가르칠지 치열하게 고민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셈이다.

인문학 교육의 모범답안처럼 보이는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학생들도 가장 ‘실용적인’ 전공을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민윤경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리버럴 아츠 칼리지 중 하나인 앰허스트대학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전공은 사회과학, 바이오/생명과학, 수학과 통계학이다. 바이오/생명과학은 의대 진학 준비에 가장 요긴한 전공이고, 수학과 통계학 역시 최근 미국 취업시장에서 가장 고소득 직종으로 연결되는 전공이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가정 출신의 학생들, 그리고 취업보다 공부 자체를 중시하는 경향의 학생들이 진학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도 학생들이 취업과 전문직을 선택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의 영문과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의미 있는 시사점을 보여준다.18) 학생들의 취업 열망과 실제적인 기대 충족에서 상당한 괴리감을 보이는 한국 대학의 영문과는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문학 해서 뭐 해?”라고 물을 때 학생들의 졸업 후 현실과 이어지는 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19)

이 시점에서 영문과 교수진은 ‘우리는 왜 가르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 우선 영문과의 존폐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공 자체를 보존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의 일환인지, 아니면 이 전공 교육이 실제로 학생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확신의 발로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맥도널드(Ronan McDonald)는 인문학 전공 교수들이 대학 또는 전공 자체를 보존하기 위해 제자를 만드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20) 한편 듀링(Simon During)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학 팽창과 더불어 서구 인문학이 확장되다가, 전통적 양식의 ‘핵심 인문학’(core humanities)을 공부하는 학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자 갑자기 인문학을 옹호하는 ‘설교조’ 담론이 폭발했다고까지 말하며 인문학의 위기를 역설하는 인문학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21) 이러한 비판은 우리 역시 결국 스스로를 존속시키기 위해 영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만약 영문학 전공 교육이 영문과의 자기존속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면 그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영문학 전공 교육을 통해 어떠한 학생을 키우고 싶어하며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가?

인문학, 특히 영문학 등 ‘현대 언어’(modern language)로 쓰인 문학이 대학 내에 학문으로 자리잡은 이래 영문학은 지난 몇십 년간 지속적으로 위기 상황을 맞았으나 새로운 기술적 발전에 발맞추어 문화 연구, 미디어 연구, TV 연구, 디지털 인문학 등 새로운 전공 또는 박사후 과정 전공을 만들어왔다. 또 사회·문화·정치적 운동과 발맞추어 젠더 연구와 탈식민지적 연구를, 새로운 취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박물관 연구를, 그리고 다른 학문 분야와 협업하여 의학적 글쓰기를 비롯해 전문적 글쓰기를 새로운 전공 분야로 창출해왔다. 그 결과 영문학 교육과 연구의 범위는 여성작가·유색인종의 글을 다수 포함하는 거대한 작품군으로 재편성되었고, ‘작품’이 아닌 ‘텍스트’로 연구의 대상이 바뀌면서 영문학 교육/연구의 범위는 거의 무한할 정도로 확장되었다. 영문학 교육과정은 변화하는 현실과의 끝없는 조정과 협상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한편으로는 사회의 기술적·산업적 변화에 발맞추어 취업시장과의 연결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상적·문화적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 영문학의 범위와 정의를 지속적으로 재조정해왔다. 그렇다면 한국의 영문학 교육과정이 가야 할 방향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한편으로는 취업시장과의 연결점을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상적·문화적 변화의 물결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취업 자격 획득, 기존 질서에의 적응 같은 순응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대학 전반의 분위기를 넘어서 인문학 본연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영문학 교육과정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영문과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미래 대학의 모습을 구상하며 학생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대학 교과목의 특징을 연구한 베인(Ken Bain)은 “더 배우고 싶다는 불타는 욕망을 학생들에게 남겨주지 않는다면 실패한 과목”이라고 말한다.22) 이 발언은 영문학 교육과정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다시 말하면 영문과 교육과정의 구성과 내용은 현재 학생들의 현실과 욕망의 접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지향점으로 세 가지 유형의 교육과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의상 고전 체험형, 현실 밀착형, 융합/확산 지향형이라고 이름 붙인 이 세 유형을 한 학과에서 모두 활용하되 각 학과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적절히 비율을 조절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22)

첫 번째, 고전 체험형은 전통적 정전/고전을 학생들이 직접 읽는 ‘경험’에 집중하는 교육과정이다. 기본적으로 미디어에 익숙하고 짧은 발췌문 위주로 문학을 접했던 요즘 학생들이 고전을 ‘실제로’ 읽어보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요즘 학생들은 AI를 통해 작품에 ‘관한’ 많은 지식을 매우 손쉽게 습득할 수 있다. 줄거리 요약은 물론이고 중요한 비평가의 이론, 비평적 견해의 차이, 작품의 주요 장면들에 관한 상세한 설명까지 모두 AI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어 교수가 추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 채집을 통해 얻은 지식 때문에 학생들은 작품을 ‘안다’고 착각한다. 마치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관광지를 사진으로 보았지만, 스스로 땅을 밟고 걸으며 여러 실수와 해프닝 속에 현지인을 만나는 추억을 가져보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이 교육과정의 핵심은 지식과 정보가 ‘읽기’를 대신할 수 없음을 알게 하고 스스로 작품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많이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이 교육과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이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꼭 영미문학 고전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일리아드』 『오디세이』 『오이디푸스 왕』 등 서양 고전의 영어 번역본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기르며 인간 삶의 실존적 의미를 탐색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바라보고 변혁할 자세를 갖추는 인문학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국적이나 장르의 구분 없이 교육과정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대체 불가능한 의미를 스스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숏폼이나 릴스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문학의 고유한 매력을 느끼며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 이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이 교육과정은 교양교육 과정부터 깊이 있는 전공교육 과정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적용될 수 있는데 기존 영문과의 교육과정과는 두 가지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하나는 수업에서 사용하는 텍스트의 확장성이다. 즉 영미문학뿐 아니라 타 문화권 작품도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또 다른 차별점은 수업 운영방식이다. 토론 등 학생 참여 위주의 수업 운영,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 평가 등을 적극 활용하고 교수의 강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많은 교수진이 활용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고전 체험형 교육과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업 운영방식이 수업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두 번째, 현실 밀착형은 영문학을 통해 학생이 경험하는 현실의 문제나 관심사를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현재 한국의 영문과는 시대 및 장르적 구획을 벗어나 교과목을 개설하더라도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미스터리 장르, 미국의 소수민족문학, 아동문학, SF 소설 등 작품의 카테고리 중심으로 과목을 개설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 밀착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하는 주제 중심으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을 제안한다. 가령 요즘 많은 학생이 경험하는 우울감이나 자존감의 문제, (상대적) 빈곤에 대한 두려움, 빈부 격차, 계층 이동, 계층 간 갈등, AI의 등장과 함께 나타날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고민 등 학생이 현실 속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다룬다는 것이 이 교육과정의 중요한 특징이다. 전쟁, 환경문제 등 시사적으로 중요하고 흥미 있는 주제 중심으로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열어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고전, 정전 등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으며 대중문화, 트렌드를 얼마든지 포섭할 수 있다. 영화, 게임, 미디어 콘텐츠 등 영문학 너머와의 경계 역시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령 빈부 격차와 계층 갈등을 논하기 위해 영미문학 작품과 더불어 「기생충」을 교육 내용에 포함할 수 있으며, 주제에 따라 「오징어게임」 「케이팝 데빌 헌터스」 또는 『채식주의자』를 포함할 수도 있다. 미국 대학 영문과에서 인종문제, 탈식민지주의 텍스트가 광범위하게 다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단순히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다인종·다민족 국가인 미국에 사는 학생들의 현실과 맞닿은 실감나는 문제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한국 학생들이 대면한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러한 고민과 맞닿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23) 사실 교수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유산』이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작품 하나만 제대로 읽어도 우울감, 자존감, 빈부 격차, 계층 이동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오직 나만의 문제에 집중하는 MZ 세대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를 콕 짚어줄 수 있는 과목을 원한다. 그들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달리한 과목을 개설함으로써 영문학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에 관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은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융합/확산 지향형은 대학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과 개설이 가능한 교육과정으로서 기술, 인접학문, 산업과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타 전공과의 협동과정 운영, 타 전공 교수와의 팀티칭, 기업 전문가 초청 실습 교육, 프로젝트형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 활용 교육 등 다양한 교육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기술적 변화나 취업시장의 상황에 맞추어 디지털 기술과의 연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도모하면서 디지털 인문학 과정 또는 미디어 콘텐츠 창착자 양성을 위한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K컬처가 확산하면서 다국가 협업형 산업으로 발전하는 등 문화적 국경이 사라지고 문화권 간 혼종이 다층적으로 발전하는 추세에 맞추어 문화산업과 연계한 교육, 한국문학과 영미문학의 비교연구, 문학 번역 실습 및 AI 번역과의 비교 등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취업시장과의 연결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교육과정은 영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타 전공의 중심 분야에는 진입하지 못한 채 다른 전공의 전문 분야에 대한 기초적 안목만 제공하는 교양교육 과정처럼 보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어디까지 확산하고 융합할 수 있을지 회의가 몰려올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영문과 졸업생이 모두 대학원으로 진학해 연구인력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영문학 공부가 취업 현장에서 전문 지식으로서의 효용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영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전공 전체는 교양교육 과정과의 연계성을 칼같이 끊어버리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24)

앞서도 언급했듯 한 대학의 영문과에서 세 가지 유형의 교육과정을 모두 채택할 수 있되, 학과의 성격과 지향점에 맞게 비율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영문학 연구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취업, 입시경쟁률, 충원율, 구조조정이라는 현실의 장벽을 넘어설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시대에 살면서 20세기 초중반에 자리잡은 교육과정을 고수하는 것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이다. 대학 안과 밖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 상황에서 영문과는 기존의 교육과정의 틀을 과감히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 영문과에서 발견되는 전통적 학술 지향, 변화 수용 학술형, 변신 지향 학제 융합형 등의 교육과정은 과감한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통적 순수성을 지향할 것인가, 취업 방향의 변신을 지향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적 시각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방식으로 학생의 삶에 연루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다층적으로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텍스트 중심, 주제 중심, 타 학문과의 협업, 산업 연계라는 네 가지 축을 놓고 학과의 상황과 운영 목적에 따라 교육과정을 다층적으로 구성하여 학생의 삶에 구체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즉 ‘같은 학과 내에서’ 위의 세 가지 교육과정을 조합하여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본 연구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세 가지 경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과의 접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론에서도 잠시 언급한 것처럼 교육과정이야말로 교수와 학생의 욕구가 만나고 충돌하고 교섭하고 협상하는 현장이자 결과물이다. 더 많은 학생이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접점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영문과 교수의 향후 과제다. 교육과정을 아주 거칠게 정의하자면,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칠지를 정하여 체계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교육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역사 속에 영문과가 왜 꼭 존속해야 하는지 분명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1)崔藝靜 호서대학교 영문과 교수. 최근 논문으로 「동물 그리고 믿음: 『파이 이야기』와 『포르투갈의 높은 산』 연구」(2023)가 있다.현재 대학의 중요한 행정적 의사결정이 재정 대차대조표 등 오직 수량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용어. Deborah Pike, “The Humanities: What Future?,” Humanities 12(4).85 (Aug. 17, 2023). https://doi.org/10.3390/h12040085.
  2. 2) 본 연구에서는 제목에서 사용하는 ‘영문과’라는 용어와 더불어 다른 용어를 병행하여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영어영문학과라는 명칭이 많이 사용되어왔으나 본 연구의 주제가 영문과 교육과정 분석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주로 영문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다만 전국 대학의 학과 수, 학생 수 등의 통계자료 분석에서는 영문과 이외의 학과명을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해야 하므로 ‘영어관련학과’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3. 3) 현재 한국은 자연 증가 인원 약 -3만 2000명, 자연 증가율 -0.6명을 기록한다. http://nationalatlas.ngii.go.kr/pages/page_2801.php.
  4. 4) http://nationalatlas.ngii.go.kr/pages/page_2792.php.
  5. 5) 『spotlightu』 「특집: 고등교육재정지원 ③ 2025-2029 고등교육 재정지원 기본계획―지방대 혁신과 RISE체계」(2025년 2월 20일). https://www.spotlightuniv.com/%ed%8a%b9%ec%a7%91%ea%b3%a0%eb%93%b1%ea%b5%90%ec%9c%a1-%ec%9e%ac%ec%a0%95%ec%a7%80%ec%9b%90%e2%91%a2-20252029-%ea%b3%a0%eb%93%b1%ea%b5%90%ec%9c%a1-%ec%9e%ac%ec%a0%95%ec%a7%80%ec%9b%90-%ea%b8%b0/.
  6. 6) 국회예산정책처 「지방대학 육성 정책 추진 현황 및 과제」(예산분석실 사회행정사업평가과 최해인 분석관, 2024년 6월 13일).
  7. 7) 이에 따라 다양한 지방대학 발전 방안 또는 육성 방안이 지속적으로 발표·실시되었으나 긍정적인 결과를 산출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려우며 거의 백약무효라고 볼 수 있다(배경진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와 해소 방안」, 『안과밖』 52 (2022) 244~68면). 특히 지역 산업과의 협조·연계체계 구축을 통해 지방대학과 지역 경제/산업 살리기, 지역 정주인구 확충이라는 3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RISE, 글로컬 대학 등의 교육정책 과제를 최근 연이어 시행했다. 그런데 ‘연이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한 번도 그 정책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RIS가 완전 실패했다는 것은 이미 교육부 제출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의 종합진단 및 발전방안」, 2022)에서 명확히 기술되고 있으나 이름만 바꾸었을 뿐 내용의 차이가 거의 없는 RISE 사업이 또 2025년부터 시행계획에 있고(RIS+산학협력, 직업교육, 평생교육, 지방대 육성사업) 글로컬 대학 사업 역시 시행 중에 있다.
  8. 8) 김양순 「영어·영문학과 교과과정의 현황과 새로운 방향: 인문학의 쇠락에 직면하여」. 『영미문학교육』 22.3 (2018) 29~60면.
  9. 9) https://www.adiga.kr/ucp/cls/uni/classUnivView.do?menuId=PCCLSINF2000#!
  10. 10) 2026년에 영어관련학과 수가 급속하게 감소하는 것은 자율전공제 실시 확대에 따른 입시요강 변화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에서 학과 수 및 학생 정원에 대한 통계는 입시요강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광역화된 학부 내에 영어 관련 학과 또는 전공이 개설된 경우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혀둔다.
  11. 11) 영어교육학과를 제외하면 2026년에는 2699명의 학생을 모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는 영어교육학과를 제외한 학생 수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감소 비율을 확인하기 어렵다.
  12. 12) 권역별 대학 수에 관한 자료는 공공 데이터 포털에 게시된 「한국교육개발원 대학 개황 20240401」을 사용함. https://www.data.go.kr/data/15053812/fileData.do. 2025년도 영문과 개설 현황에 관한 자료는 커리어넷(CareerNet)의 자료를 사용함. https://www.career.go.kr/cloud/w/major/uView?seq=366.
  13. 13) 영어학과 영문학이 영문과 전체 교육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율, 지역적 특성에 따른 영어학 교육과정의 차이 등은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되지만, 그에 관해서는 추후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4. 14) 현재 대학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배분되는 사업들로는 RISE, LINC,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 등이 있는데 이 모든 사업은 이공계 중심의 연구 및 교육을 진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공계가 아닌 전공이 이 사업에 일부 참여하기는 하지만 지역 산업과 연계하여 가시적 성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분야에 한정된다. 따라서 지역 산업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영문과로서는 이러한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처음부터 제한된다.
  15. 15) 영문과의 입시경쟁률과 영문과 구조조정과의 상관관계 분석을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데이터 작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입시경쟁률을 분석하려면 각 대학 영문과의 통계뿐 아니라 영문과 소속 대학 전체 통계와의 비교분석, 최근 3년 또는 5년의 입시경쟁률 추이 분석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 이것은 애석하게도 필자의 능력을 벗어난다. 그럼에도 본 연구에서 입시경쟁률을 언급하는 것은 각 대학에 대한 일반인의 선호도에 관해서는 입시전문 기관의 조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6. 16) 신광현 「영문학 교육과 교과과정 혁신」, 『안과밖』 7 (1999) 184면.
  17. 17) Eugene Goodheart, Does Literary Studies Have a Future? (Madison: The U of Wisconsin P, 1999).
  18. 18) 민윤경 「미국과 한국 대학의 전공 자유선택 제도 비교 분석」, 『비교교육연구』 32.1 (2022) 29~57면. 미국 대학생들의 전공 선택 동기를 조사한 연구들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높은 가정 출신의 학생들은 즉각적인 직업 선택과 연관된 전공보다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 출신의 학생들은 취업 후 수입이 많은 전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 출신의 학생들은 리버럴 아츠 칼리지 등 취업보다 공부 자체를 중시하는 대학을 선택하거나, 취업과 소득에 위험부담이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요컨대 대학 공부에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낄수록 졸업 후 많은 수입이 보장되는 전공을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생의 전공 지원 동기와 학생 재정, 취업 후 소득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로는 다음을 참고할 것. Y. M, “Family Socioeconomic Status, Parental Involvement, and College Major Choices-Gender, Race/Ethnic, and Nativity Patterns,” Sociological Perspectives 52.2 (2009) 211~34면: D. Monaghan & S. H. Jang, “Major Payoffs: Postcollege Income, Graduate School, and the Choice of “Risky,” Undergraduate Majors? Sociological Perspectives 60.4 (2017) 722~46면. https://www.jstor.org/stable/26579831; A. L. Mullen, “Gender, Social Background, and the Choice of College Major in a Liberal Arts Context,” Gender and Society 28.2 (2014) 289~312면. http://www.jstor.org/stable/43669876; J. F. O. Staniec, “The Effects of Race, Sex, and Expected Returns on the Choice of College Major,” Eastern Economic Journal 30.4 (2004) 549~62면. http://www.jstor.org/stable/40326147; M. Stater, “Financial Aid, Student Background, and the Choice of First-year College Major,” Eastern Economic Journal 37.3 (2011) 321~43면. http://www.jstor.org/stable/4123958; M. Wiswall & B. Zafar, “Determinants of College Major Choice: Identification using an Information Experiment,” The Review of Economic Studies 82.2 (2015) 791~824면. http://www.jstor.org/stable/43551547.
  19. 19) 전인한 「시력 약한 박쥐의 아름다운 퇴장: 새로운 인문학의 출현을 고대하며」, 『안과밖』 39 (2015) 133~34면.
  20. 20) Ronan McDonald, “‘Did the Humanities have it coming?’ A Response to Simon During,” Australian Humanities Review 58 (2015) 58~59면.
  21. 21) Simon During, “Stop Defending the Humanities,” Pulic Books (March 1, 2014). https://www.publicbooks.org/stop-defending-the-humanities/.
  22. 22) Ken Bain and Marsha Marshall Bain, Super Courses: The Future of Teaching and Learning (Princeton and Oxford: Princeton UP, 2021) 37면.
  23. 23) 학생들의 필요와 관심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려는 과목들을 미국 대학에서 찾아보면 매우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K-Pop과 그 이상에 나타난 인종과 지역’(예일대학교), ‘운율과 제스추어: 언어의 음악과 춤’(MIT), ‘전 지구적 맥락에서의 셰익스피어와 공연’(스탠퍼드대학교), ‘문학으로 보는 질병과 건강’(하버드대학교), ‘그림 형제 이야기: 과거의 반향, 현재의 투영’(하버드대학교), ‘LGBT 문학, 정치, 정체성’(하버드대학교).
  24. 24) 이 글에서는 지면 문제로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지만 교양교육 과정에서 영문학이 담당해야 할 몫과 개설할 교육과정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본격적인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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