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9호] [동향]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동향 / 한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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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연구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창간호 이래 30년간 이어져온 『안과밖』의 ‘동향’ 꼭지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를 다룬 논문은 지금까지 세 편이 있다. 6호에서는 『대안적 셰익스피어들』(Alternative Shakespeares) 2권(1996)을 중심으로 탈식민주의 담론의 확장, 페미니즘 연구가 젠더 연구로 전환되는 양상 등을 주목했다. 17호에서는 국내 영문학 주요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대상으로 ‘여성론적 논의’를 중심에 둔 셰익스피어 연구동향이 검토되었다. 27호의 동향 논문은 『대안적 셰익스피어들』 3권(2008)과 영미권의 대표적 셰익스피어 저널인 『셰익스피어 연구』(Shakespeare Studies)와 『셰익스피어 쿼털리』(Shakespeare Quarterly)에 수록된 2000년 이후 논문들을 포함하여 셰익스피어의 영화화, 정신분석적 접근, 신체와 동성애 관련 주제, 세계주의 담론과 같은 네 가지 연구 주제를 살폈다.1) 이후에는 셰익스피어에 국한되지 않은 르네상스 문학 전반에 대한 연구가 최근까지 소개되었다. ‘르네상스 산문 로맨스’(32호), 여성과 극장을 중심으로 한 ‘근대초기 영국희곡’(50호), ‘근대초기 영국여성 예언문학’(55호), ‘여성탄식시’ 장르(56호)의 연구동향이 다뤄졌다.2) 거칠게 보자면 셰익스피어가 르네상스/근대 초기를 대변하는 유일한 ‘스타’로서의 독점적 위상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흐름이 보이는 것 같다.

이번 동향에서는 오랜만에 셰익스피어, 그중에서도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동향을 조망한다. ‘아시아 셰익스피어’란 무엇이며 이를 과연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정도로 간단하지 않은 주제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 셰익스피어’를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시도보다는 이 명칭이 학문의 장에서 사용되어온 실제 역사에 기반하여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논점들을 개괄하고자 한다. 『안과밖』의 기존 셰익스피어 연구동향 논문들이 주로 텍스트 중심의 영미권 연구 흐름을 보았다면, 이 글은 공연예술과 같은 문화 텍스트에까지 관심을 넓히고 영미권에서 벗어나 아시아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수용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살피는 셰익스피어 연구에 초점을 둔다. 특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영문학과 공연예술의 교차 지점에서 셰익스피어의 각색 연구가 교류되고, 또 그 성과가 편집논문집의 형태로 출판되면서 하나의 독자적인 연구 분야로 자리를 잡아간 과정을 중심으로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의 흐름을 볼 것이다.

2006년 세계셰익스피어학회(World Shakespeare Congress, 이하 WSC)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셰익스피어 다시 상연하기』(Re-playing Shakespeare in Asia, 이하 『다시 상연하기』)가 2009년에 출판된다. 2013년에는 아시아셰익스피어학회(Asian Shakespeare Association, 이하 ASA)가 설립되는데, 이 학회에서는 이듬해인 2014년부터 아시아 각 도시에서 격년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4년 ASA 창립 학술대회 발표 논문들이 발전되어 『셰익스피어의 아시아 여정』(Shakespeare’s Asian Journeys, 이하 『아시아 여정』)(2017)이라는 제목의 편집논문집이 출판되었고, 2016년 학회 발표 논문들은 2020년 『글로벌 셰익스피어에 대한 아시아적 개입』(Asian Interventions in Global Shakespeare, 이하 『아시아적 개입』)에 모아지면서 셰익스피어 연구서에서 ‘아시아’라는 범주가 하나의 독립된 학술연구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부터 세계화와 지역화의 맥락에서 셰익스피어 수용 및 공연 연구가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1990년대에 활발히 전개된 문화상호주의(interculturalism) 담론은 이후 글로벌 셰익스피어 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하나의 분과로 인식되는 시점은 관련 연구성과를 집약한 편집논문집이 주요 영미권 출판사에서 출간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아시아 셰익스피어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더 넓은 아시아권 셰익스피어 학자들이 상호교류하기 시작한 2010년경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3) 이 글에서는 2010년 전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의 전개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2.

『다시 상연하기』(2010)는 2006년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에서 열린 제8회 WSC에서 진행된 세미나 ‘비서구 연극 양식 속 셰익스피어 재공연’에서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출간된 논문모음집이다.4) WSC는 국제셰익스피어학회(International Shakespeare Association, ISA) 주관으로 5년마다 세계 각 나라에서 돌아가며 열리는데, 2006년의 주제는 “셰익스피어의 세계 / 세계의 셰익스피어들”이었다. 여기서 전 세계적으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각색되고 공연되는지 논의되었고, 그 성과는 아시아 8개국의 13개 셰익스피어 작품, 40여 개 공연을 분석 대상으로 한 논문모음집의 출간으로 이어진다. 『다시 상연하기』의 기획 취지는 분명하다. 기존 유럽 중심 셰익스피어 각색 및 공연 연구에서 소외되었던 아시아 셰익스피어 공연을 본격적으로 학문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문화상호주의”와 같은 논의의 장에 적극 참여하려는 것이다.5) 파비스(Patrice Pavis)의 『문화의 교차로에 선 연극』(Theatre at the Crossroads of Culture, 1991), 『문화상호적 공연 논문 선집』(Intercultural Performance Reader, 1996)을 위시로 1990년대는 문화상호주의 셰익스피어 논쟁이 활발하던 시기였다.6) 문화상호주의는 아시아 셰익스피어가 하나의 범주로 자리잡기 전 이 분야에 초석을 놓았던 핵심 담론으로, 바루차(Rustom Bharucha)의 브룩(Peter Brook) 비판을 시작으로 문화상호주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바루차는 브룩이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The Mahabharata)를 전유하면서 인도의 역사와 종교적 맥락을 삭제하고 이를 서구 관객을 위한 보편적이고 단순한 메시지로 환원했다고 비판했다.7) 나아가 바루차는 문화상호주의가 과연 상호적이고 동등한 문화 교환이 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8) 문화상호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주로 문화의 전유와 상품화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원본과 사본, 세계성(global)과 지역성(local)의 이분법적 구도에 갇혀 있었다. 『다시 상연하기』는 이러한 이분법적 교착 상태를 다양한 아시아 셰익스피어 각색 사례를 통해 다시 생각한다.

서문에서 트리베디(Poonam Trivedi)는 아시아에서의 셰익스피어 공연이 영미권 셰익스피어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오리엔탈리즘” 시선 속에서 오랫동안 주변화되었다면서 다양한 셰익스피어 버전이 아시아에서, 또 아시아를 넘어서도 어떻게 적합한지를 보여주겠다고 한다.9) 그는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한국, 필리핀, 타이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셰익스피어 공연은 식민권력의 도구였던 셰익스피어를 재전유하여 저항적이고 혼종적인 의미를 생산하는 대등한 문화적 실천으로 볼 것을 제안하며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아시아적 양식과 상징적 형식 속에 위치시키는 것은 이렇게 오래 이어져온 (동서양) 상호 영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전유(appropriation)와 문화적 수용(acculturation)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으며, 특히 오늘날 세계화된 문화 교류 속에서 그렇다.10)

브레이든(Jim Bradon)의 논의도 결이 비슷하다. 그는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셰익스피어 수용 양상을 정전적(canonical), 토착화(indigenous), 문화상호적(intercultural)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11) 정전적 경향이 셰익스피어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시도라면 토착화 경향은 텍스트를 각 지역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이다. 브레이든에 따르면 문화상호적 경향은 정전적 경향과 토착화의 공존, 즉 지역성과 세계성이 서로 교차하는 미학적 의미의 생산으로 볼 수 있다.12) 그러나 그가 설명하는 문화상호적 셰익스피어는 여전히 셰익스피어 정전의 ‘텍스트적 가치’와 ‘토착 공연기법’을 두 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연 문화상호주의가 직면한 교착상태를 넘어서는 관점인지 의문이 남는다. 지역성과 세계성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텍스트 중심적 셰익스피어의 보편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시 상연하기』는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를 독립된 연구 분과로 정립하려는 초창기 시도로 다양한 아시아의 사례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논의를 아우르는 이론적 체계는 부족하며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범주 역시 모호하다. 서문에서 아시아는 구성된 개념이며 “인접과 차이, 대응과 다원성이 얽힌 복합적이고 정교한 네트워크”라고 설명하지만 이것이 담론적 차원으로 더 발전되지는 않는다.13)

2013년 ASA가 창립되고, 이듬해 타이완 타이페이에서 첫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다.14) 이때 발표 논문들을 토대로 2017년 『아시아 여정』이 출판되는데, 사실상 ASA의 첫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ASA의 초대 회장 레이(Beatrice Lei)를 비롯해 익(Judy Celine Ick), 트리베디가 공동 편집을 맡았는데, 이들 중 트리베디는 2010년 『다시 상연하기』의 편집자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아시아 여정』은 2006년부터 이어져온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 프로젝트를 계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본과 각색의 관계를 중심 없는 관계망의 모델로 개념화하는 래니어(Douglas Lanier)의 ‘셰익스피어 리좀학’(Shakespeare Rhizomatics)에 기반한 셰익스피어 각색 연구 사례들이 두드러진다.

래니어는 「셰익스피어 리좀학」(“Shakespeare Rhizomatics”)에서 셰익스피어 각색 연구가 더 이상 원전 텍스트에 대한 “충실성” 중심으로 전개될 수 없다고 보면서 원본과 각색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 개념을 모색한다.15) 그는 셰익스피어를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확장되는 문화적 네트워크로 재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들뢰즈(Gilles Deleuze)와 가타리(Félix Guattari)의 리좀(rhizome)을 차용한다.16) 리좀은 나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위계적으로 뻗어나가는 구조와는 달리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지하줄기를 의미한다. 리좀에는 중심이나 시작점이 없으며, 지하줄기들은 서로 엮이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진다.17) 래니어는 셰익스피어 텍스트와 각색의 관계를 바로 이런 리좀적 관계, 즉 원작과 각색을 비위계적 문화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적으로 작용하는 생성적 관계로 보자고 제안한다. 래니어에 의해 셰익스피어는 각색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리좀으로 재개념화된다.18)

『아시아 여정』은 레니어의 리좀 모델을 수용하면서도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여전히 주변으로 분류되고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문화와의 연계 없이 다뤄져왔다는 문제의식을 더한다. 서문을 쓴 레이는 아시아의 공연들이 셰익스피어의 “보편성”을 증명하는 데 소비되거나 맥락적 분석 없이 이국적 볼거리로 전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 책은 다양한 언어, 양식, 그리고 연극 전통 속에서 이루어진 아시아 셰익스피어 각색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공연에 생소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입문적 에세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아시아 셰익스피어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갖춘 독자들이 셰익스피어 연구의 다른 영역들과 좀 더 다층적이고 미묘한 해석적 대화를 전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19)

“입문적 에세이” 수준을 넘기 위해 레이는 타이완의 문화연구가 쳔꽝싱(Chen, Kuan-Hsing)의 “방법으로서의 아시아”(Asia as method)에 공감하며 아시아 내부의 참조와 비교를 중요한 연구방법론으로 제안한다. 셰익스피어가 서구의 아이콘이자 아시아의 일종의 “링구아 프랑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장르(가령 인도의 무용, 중국의 경극, 일본의 영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지만 동일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자 다르게 각색한 방식을 같이 놓고 살펴보는 작업은 오히려 매우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아시아 내부의 소통을 심화하고 아시아성을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한다”는 그의 주장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아시아에 접근”하겠다는 이 책의 방향과 일치한다.20)

그러나 쳔꽝싱을 경유하여 제시된 문제의식을 『아시아 여정』의 수록 논문들도 충분히 공유하는지는 의문이다. 서문에서는 아시아 내부의 교류를 표방하면서 단일한 아시아 모델을 문제시하고 있지만, 각 장들의 논의가 그 수준까지 나아간다고 보기는 어렵고 대체로 아시아 각 지역의 개별 공연 분석과 리뷰에 치중하는 사례 연구에 머문다. 아시아 범주의 재구성과 같은 좀 더 큰 담론적 사유로 확장되지 못하는데, 이는 편집논문집이 피할 수 없는 한계로 볼 수도 있겠다. 다만 몇몇 장에서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를 둘러싼 제국주의 서사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하거나 더 큰 틀에서 방법론적 문제의식을 내비치는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익은 기존 유럽중심적 식민주의 서사에 대한 대안으로 바다를 주목하여 대륙중심적 서사에서 벗어나 지리와 역사적 경험에 뿌리를 둔 ‘군도’의 관점에서 아시아 연구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1) 제국주의 역사 속에서 단절되면서도 다시 연결되어온 아시아의 역사에 기반하여 개별 지역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아시아 ‘군도’들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아시아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과 공연 또한 중심-주변 모델로 설명하기보다 섬과 섬이 이어진 군도처럼 느슨하게 연결되고 교차되는 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익의 주장이다. 이 논의는 추상적 이론에 머물지 않고 말레이시아 전통극 방사완극(bangsawan)과 필리핀의 「진실과 사랑」(Sintang Dalisay, 『로미오와 줄리엣』 각색)과 같은 구체적 사례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설득력을 얻는다. 익의 연구는 아시아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역사화하고 방법론적으로 성찰하며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안하는 작업으로 의미가 있다.

2014년 타이베이 학술대회에 이어 2016년에는 인도 델리에서 제2회 ASA 국제학술대회가 열렸고, 여기서 발표된 논의들은 이후 『아시아적 개입』(2020)에 모아진다. 전체적인 연구 기조는 앞선 논문모음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글로벌한 문화 관계망을 상상하기 위한 개념으로 리좀이 소환되면서 공연 사례 분석에 집중하는 연구가 지배적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계 속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었음을 강조하고 이를 셰익스피어 연구와 적극적으로 연결해서 생각하려는 움직임이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트리베디, 차크라바티(Paromita Chakravati) 그리고 모토하시(Ted Motohashi)가 같이 쓴 서문에서는 3년 전 레이의 서문과 달리 아시아가 세계 문화 및 경제의 중심이 된 변화된 현실을 부각하면서 아시아를 경제 및 문화 교차의 장, 나아가 비판적 담론과 이론적 생산의 거점으로 제시한다. 이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아시아적 창의성”(Asian creativity)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하며 아시아의 문화적 부상과 창조적 역동성을 강조하고, 셰익스피어의 세계화를 “아시아적 현상”(Asian phenomenon)을 통해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2) 수록된 논문들 역시 이 “아시아적 현상”이 셰익스피어 연구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중요한지 탐색한다.23)

‘아시아적 세계성’(Asian Global)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볼 수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The Asian ‘Global and Its Discontents”와 3부 “Historicizing the Asian Global: Shakespeare as a World Poet”의 제목에서 모두 Asian Global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부의 제목은 “The Asian Cinematic and Digital Sphere: Democratising the ‘Global’”이다.) 3개의 소제목들에서 아시아 셰익스피어가 글로벌 담론을 재편하는 적극적 주체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데, 실제로 200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부상과 함께 아시아는 미국 중심 세계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아왔다. 다만 이 책에서의 “아시아적 세계성”은 정치경제적 맥락을 분석적으로 사유하기보다는 단순히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졌고 그 영향력이 확대된 현상을 나타내는 표현에 그친다.24)

서문에서 ‘아시아적 세계성’ 개념이 적극적으로 탐색되지는 않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핵심이자 이전 논문집과 달리 새로 포함된 것은 디지털 기술 관련 논의다. 책의 2부 「아시아 영화와 디지털 영역: ‘글로벌’의 민주화」에서는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에서 매체 환경의 변화를 살피면서 아시아적 맥락에서 디지털 문화 공간이 어떻게 글로벌 차원의 민주화와 만나는지 고찰한다. 이 중 아시아 셰익스피어 공연 디지털 아카이브를 다루는 장은 주목할 만하다. “2008년과 2013년 사이 어딘가에 아시아 셰익스피어는 하나의 학문의 장으로 탄생했다”는 짧지만 단호한 선언으로 시작되는 이 논문에서 익은 A|S|I|A (Asian Shakespeare Intercultural Archive, 2008), MIT 글로벌 셰익스피어(MIT Global Shakespeares, 2009), 타이완 셰익스피어 데이터베이스(Taiwan Shakespeare Database)와 같은 아시아 셰익스피어 공연자료의 디지털 아카이브 출현과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하나의 학문적 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 주목한다.25) 이에 이 논문은 디지털 아카이브가 아시아 셰익스피어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피고 나아가 디지털 매체가 학문적 장을 규정하고 재편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익은 먼저 디지털 공연 아카이브가 기술적으로 선진화된 국가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자원과 인프라의 불균형이라는 디지털 인문학 전반의 문제와 연결해서 본다. 또한 아카이브 자체가 역사적으로 제국주의의 강력한 도구였는데 아시아 셰익스피어 공연 아카이브가 과연 제국적 논리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질문한다.26)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익은 A|S|I|A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학술적 창작과 담론 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7) 이 논문은 디지털 인문학과 글로벌 문화 연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제도적 기반과 지식 구조를 생산하는 양상을 탐구하여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성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후 제3회 ASA 학술대회는 2018년 필리핀에서 “셰익스피어, 교류, 트로픽스[tropics/tropes]”(Shakespeare, Traffics, Tropics)라는 주제로 열렸다. 제4회 학술대회는 2020년 서울에서 “교차로에 선 셰익스피어”(Intersections in Shakespeare)의 주제로 계획되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줌(zoom)을 활용한 온오프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관련 논문들은 한국셰익스피어학회가 발간하는 『셰익스피어 리뷰』(Shakespeare Review) 특집호에 실렸다.28) 2021년에는 싱가폴에서 제11회 WSC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역시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아시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Digital Asian Shakespeare Festival)이라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되었다. 여기서 총 아홉 개의 아시아 셰익스피어 각색 작품이 온라인으로 상영되었고 각 작품들에 대한 요약 및 설명은 2025년 『셰익스피어 서베이』(Shakespeare Survey 77호에 실렸다.29) 2022년 제5회 ASA 학술대회는 “셰익스피어 가면 벗기기”(Unmasking Shakespeare)라는 제목으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온라인에서 진행되었고, 그 성과는 2025년 영국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저널 특별호에 실린다.30) 수록된 논문들은 기존 사례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고 아시아 셰익스피어의 학문적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 셰익스피어의 본질과 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셰익스피어 각색에 대한 연구를 이론적으로 정립하려는 시도가 행해진다. 예를 들어 래니어의 리좀 모델을 재검토하면서 레이는 “접목”(grafting) 개념을, 트리베디는 “반얀나무”(banyan tree)와 같은 원예학적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31) 또한 임이연은 문화상호주의의 대안으로 “초문화주의”(transculturalism)를 논의하면서 “아시아적 세계성” 국면에서 문화상호성을 재개념화하고자 한다.32)

이 특집호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라운드테이블에서 이루어진 대화로, 발표자들은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명칭과 범주가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여전히 유효한지를 비판적으로 논의한다.33) 논의의 출발은 아시아 셰익스피어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위치성(positionality)의 주제를 담은 버클리(Thea Buckley)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떻게 학문을 탈중심화(decentre)하면서도 각자의 위치성을 생산적으로 발화에 기여시킬 수 있을까?”34) 명시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뒤이어 치바(Jessica Chiba)는 버클리가 제기한 “위치성”의 의미와 학문적 기여 가능성에 공감하며 논의를 이어간다. 치바는 그동안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공연예술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텍스트 연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본다. 공연예술 연구에서는 리좀적 상호연결망을 상상할 수 있는 반면, 번역은 ‘언어’가 핵심적으로 개입되는 영역이기에 원본과 번역본의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바는 바로 그 언어적 거리 속에서 원작 텍스트를 또 다른 시각에서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비판적 가능성이 생긴다고 주장한다.35) 치바는 이 과정을 통해 아시아적 위치성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이는 버클리가 제시한 위치성의 생산적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한편 이들의 관점은 거리를 통한 상호이해의 가능성을 다소 이상화하는 유토피아적 서사로 읽힐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버클리와 치바는 모두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범주를 해체하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임이연은 아시아적 “위치성”에 대한 이들의 낙관적 전망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아시아 연출가들의 셰익스피어 공연 연구를 토대로 아시아 셰익스피어를 논하기 위해 문화상호주의 담론의 흐름을 검토한다. 특히 신문화상호주의(new interculturalism) 담론이 리좀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표방하지만, 결국 셰익스피어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다.36) 즉 다원성은 존재하지만 이들의 관계가 진정으로 수평적인지, 셰익스피어 각색들 사이에 권력관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익 역시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리좀이란 “공간” 개념에서는 “역사”가 가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37)

임이연과 익이 리좀 모델에 잠재한 권력의 은폐 가능성을 지적하는 데 머물렀다면, 탄(Marcus Cheng Chye Tan)은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명칭 자체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탄은 “우익적 사고의 확산, 초국가주의 부활, 반세계화 정서, 신자유주의로 인한 불안정성” 등의 특징을 보이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명칭이 이러한 정치적 지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질문한다.38) 그는 기본적으로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에서 “식민주의의 망령”(spectre of colonialism)이 배제될 수 없다고 보면서 아시아에서의 셰익스피어 연구를 “아시아 셰익스피어”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대영제국”의 식민주의적 상상력을 재생산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 삼는다. 언어 차원에서도 Asian은 지배적 명사 Shakespeare를 수식하는 형용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아시아를 서구 중심 구조의 부속으로 위치시키는 것은 아닌지, 그런 점에서 ‘아시아 셰익스피어’와 같은 명명은 오히려 중심과 주변, 서구와 비서구라는 이항 대립을 강화하고 국가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개념이 아닌지 되묻는다. 탄은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명칭의 정치적 함의를 검토하면서 ‘아시아’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건드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입장은 탈식민 연구의 이상적 유토피아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읽히며 이 분과의 존재이유를 다시 묻는 급진적 성찰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콕(Su Mei Kok)은 탄의 해체적 회의주의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일정 부분 공유하면서 이를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자신의 구체적 현실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다양한 국가적 변형을 가진 ‘아시아 셰익스피어’는 각자의 국적/민족/언어(citizenship/ethnicity/linguistic)를 근거로 셰익스피어의 한 갈래에 대한 저마다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위험은 없는가?”39) 콕은 아시아 셰익스피어가 연구자들에게 이중적으로 기능한다고 본다. 한편으로 아시아 셰익스피어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위치와 발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가 되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아시아’ 연구자로 고정시키는 학문적 페르소나, 콕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문적 가면”(academic mask)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면”은 말할 수 있게 하는 구조가 동시에 억압의 구조가 되기도 하는 탈식민 연구에 내재한 자기모순이면서 자신의 “학문적 영역”(academic turf)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방어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콕은 아시아 셰익스피어를 따로 떼어놓는 과정에서 연구자 자신의 위치성 자체를 전략적으로 전유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아닌지 솔직하게 되돌아본다.

이 라운드테이블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를 구성해온 담론적 구조 그 자체를 재검토하려는 시도로 개별 사례 연구 중심의 기존 논의에서 한 발 나아간다고 볼 수 있다. 탈식민주의의 낙관적 담론과 그 한계를 아시아 셰익스피어라는 화두 속에서 살펴보는 것, 공연예술 연구가 제기해온 이론적 쟁점들을 같이 고민하는 것, 텍스트 연구, 특히 번역 연구가 ‘아시아 셰익스피어’ 담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해야 함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3.

국제학술대회 기반 논문모음집에서 확인되는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지역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장이라면, 또 다른 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아시아 셰익스피어는 글로벌 셰익스피어 논의 속에서 다뤄지며 관련된 아카이브의 역시 A|S|I|A와 차이가 있다. A|S|I|A가 ASA 주요 멤버들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운영된다면, MIT 글로벌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는 ‘MIT 글로벌 셰익스피어 비디오와 공연 아카이브’(MIT Global Shakespeares Video and Performance Archive)를 통해 좀 더 넓은 범위의 공연자료를 포함하는 아카이브를 지향한다. 아시아 셰익스피어 공연자료는 이 아카이브의 하위 카테고리인 SPIA(Shakespeare Performance in Asia)에 모아져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미국에서의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는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의 한 분과로 위치 지어진다.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를 잘 대변하는 인물은 MIT의 글로벌 셰익스피어 프로젝트에서 아시아 파트를 담당하면서 글로벌 셰익스피어 담론을 선도하는 주빈(Alexa Alice Joubin)이다. 주빈은 왕성한 저작 활동으로 유명해서 아시아 셰익스피어 관련 연구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논의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40) 주빈의 연구서 대부분은 다양한 공연 사례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공동 편집 형태의 앤솔로지로, 이 성과는 곧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지닌 집단적이고 사례중심적 성격을 보여준다. ASA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학자 네트워크와 주빈이 주도하는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지향점의 차이를 조심스럽게 짚어보자면 ASA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수용 및 재생산을 구조적 불평등과 연결짓는 문제의식을 좀 더 분명히 드러내는 반면, 주빈은 탈식민주의적 비판과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주빈의 세계화 및 탈국가성 관련 논의는 권력의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문제 삼지 않고 문화 간 상호작용을 다소 낙관적으로 그려낸다.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주빈의 주요 저서를 살펴보자.

먼저 『셰익스피어와 동아시아』(Shakespeare and East Asia, 2021)는 동아시아라는 특정 지역에 초점을 둔 단독 저서로 일본·중국·한국·타이완·홍콩·싱가폴의 셰익스피어 각색, 그중에서도 연극과 영화 작품을 다루며 이들의 “리좀적” 양상을 분석한다. 주빈은 토착(native)과 외래(foreign)라는 이분법이 본질적으로 허구적이라고 보면서 “글로벌 셰익스피어 공연을 매체 간, 문화 간 맥락에서 볼 때 이러한 이분법이 해체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권들의 공연들을 연결하는 문화적 진동 속에서 셰익스피어의 원전뿐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장르의 각색들이 서로를 참조하거나 반향하는 관계를 맺는다”고 주장한다.41) 구체적으로 주빈은 셰익스피어 공연을 “국가 단위의 렌즈”로 환원하지 말고 “그것의 미학적이고 사회적인 기능을 기준으로 탈국가적 공간(postnational space)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탈국가적 관계는 셰익스피어 각색들 사이의 “리좀적이고 수평적인 연결”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42) 다소 낭만적으로 읽히는 탈국가적 리좀 관계에 대한 강조가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고 있는지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빈의 탈국가적 또는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는 국가 프로파일링(national profiling)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다.

국가 프로파일링이란, 이를테면 ‘일본의 셰익스피어’를 고립된 범주로 묶어두고 영국·미국·캐나다에서의 공연은 규범적이고 보편적인 미학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반면, 일본의 셰익스피어는 특정 장소에 국한된, 흔히 정치적인 의미만을 지닌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때 일본 셰익스피어의 미학적 의미는 해독 불가능한 것, 또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진다.43)

그는 국가 프로파일링이 기존의 “정치체제 중심의 역사 기술” (polity-driven historiography)을 단편적인 서사로 환원한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셰익스피어 각색이 한반도의 전후 정치적 긴장을 반영한 알레고리로만 해석되는 식이다. 주빈은 이를 “강박적 현실정치”(compulsory realpolitik)라 부르며 비서구 작품의 의의를 단지 정치적 맥락에서 읽어내는 관행이 작품의 의미와 미학을 협소하게 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주장한다.44) 무엇보다 국가 프로파일링이 현재 학문적 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성 전시 경향과도 닿아 있다고 보는데, 즉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에서 정치적 의의가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비영어권 각색은 영미권 규범에서 벗어난 사례로만 강조되는 것이 문제적이라는 지적이다.45) 이러한 접근은 영미권 학계와 교육과정에서 ‘다양성 확보’라는 명목 아래 비영어권 셰익스피어가 도구적으로 활용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주빈이 제기하는 “강박적 현실정치”와 “국가 프로파일링” 비판에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주빈의 논의는 개별 작품의 풍부한 미학적 의미를 충분히 탐색하기 전에 이를 국가주의를 앞세운 분석으로 환원하지 말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강박적 현실정치’와 ‘국가 프로파일링’ 비판을 전개하는 논리에는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저자가 전제하는 구도, 즉 아시아는 정치체제 중심의 분석에 갇혀 있고 서구는 보편적 기준으로 상정된다는 구도 자체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모든 공연은 해당 문화와 역사를 무시하고 분석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국가 프로파일링 대 보편성, 아시아 대 서양 구도는 실제 현실보다는 논의의 편의를 위해 과장된 구도는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국가 프로파일링’이 문제라면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파편적으로 이해한 채 개별 셰익스피어 작품을 단순화된 역사에 끼워 맞추려는 학문적 안이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탈국가나 초국가 담론은 결코 탈역사나 탈정치와 같지 않다. 문화연구에서 지역학 및 역사 연구와의 소통 부재로 정교한 역사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작품의 정치적 함의를 탐구하려는 시도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탈국가적 리좀 관계를 지향하며 아시아와 서구의 위계를 비판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 논의는 서구=보편, 아시아=주변이라는 도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동서 구분을 해체하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그 구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셈이다. 서문에서 서구(West), 유럽(European), 영미권(Anglophone), 백인(White)은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면서 서구 보편주의가 은연중에 재생산된다. 이는 이 책이 내세우는 문제의식과 실제 논리 전개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46) 덧붙여 이 책이 연극과 영화를 함께 다룬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두 매체를 아울러 살펴야 하는 학문적 필요성과 그 근거 제시가 여전히 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일본·한국·홍콩·인도의 영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매체적 차원의 분석은 없으며, 단순히 “영향력이 크다, 유명하다”는 수준에 머물러 연구의 학술적 위치와 의미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는다.47)

최근 저서 『글로벌 셰익스피어 공연의 현대적 해석』(Contemporary Readings in Global Performances of Shakespeare, 2024)에서도 주빈의 탈정치적인 ‘글로벌 셰익스피어’ 연구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주빈은 “모든 셰익스피어 공연은 영어권 안팎을 막론하고 글로벌 셰익스피어의 사례”라고 하면서 공연이 다른 시간과 장소를 상상하고 재현한다는 사실 자체를 글로벌함의 근거로 제시한다.48) 그러나 이는 셰익스피어가 어디에서나 재해석된다는 다소 느슨한 진술에 지나지 않는다. 이 관점은 결국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교류를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섣부른 다문화주의에 기반한 탈국가주의로 기울며, 이론적인 깊이나 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 문화 다양성을 미화하는 수사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셰익스피어 공연의 시간성과 장소성을 설명하기 위해 푸코(Michel Foucault)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개념을 차용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주빈은 헤테로토피아를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하는 병렬적 공간(parallel spaces)”으로 정의하는데,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는 단순히 “다른 장소”라기보다는 사회질서 속에서 배제되거나 분리되지만 동시에 그 질서를 반영하고 전복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를 유토피아와 감금 체제의 규율 메커니즘 속에서 맥락화한다. 그러나 주빈은 자신의 논지를 위해 푸코의 정치적 맥락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고, 심지어 그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한다.49) 사회질서의 균열과 모순을 드러내는 공간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는 주빈에 의해 글로벌 셰익스피어를 낙관적 다문화주의로 포장하는 수사적 장치가 된다. 푸코의 이론은 의도적으로 탈정치화되고 피상적 다양성 담론으로 희석되는 것이다. 주빈은 이론적 틀을 세우려는 듯 보이지만 기존 이론과의 대화는 미흡하다. 그의 글로벌 셰익스피어는 여전히 사례중심적이며 초국가적 문화 교류를 단순한 재현의 보편성으로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이 한계는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아직 기초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자료를 발굴하고 사례 연구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기에 주빈의 작업은 개별 각색 분석을 통해 아시아를 글로벌 담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주빈의 연구는 동아시아 공연 비교 연대표와 같은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사례 전시와 앤솔로지 편집에 치중하여 이론적 깊이나 방법론의 체계화보다는 아시아 셰익스피어의 ‘현상’을 보여주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빈이 “국가 프로파일링”으로 조금은 거칠게 명명하긴 했지만 그의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이미 레이가 2017년에도 지적했듯, 아시아 셰익스피어가 일종의 다양한 알레고리의 전시로 소비되는 식의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 경향은 분명 문제적이다. 그러나 이 한계를 넘어서는 길은 다시금 아시아 대 서구라는 구도를 호출하거나 국가 프로파일링 대 보편성 또는 지역 대 보편이라는 이분법을 세워 서구를 일종의 샌드백처럼 비판하는 데 있지 않다. 좀 더 방법론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지식구조와 학계 자체를 성찰하고 새로운 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셰익스피어 자체에 대한 논의는 아니지만 학문적 ‘방법’으로서 ‘아시아’를 사유하는 쳔꽝싱의 시도는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서구가 우리의 일부라는 역사를 인정하면서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하려는 태도로 볼 수 있겠다.

4.

ASA 창립 학술대회 논문집 서문에서 레이가 잠깐, 하지만 상당히 비중 있게 언급한 쳔꽝싱은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에 직접 관여하는 학자는 아니다. 다만 지역학을 기반으로 한 그의 문화연구는 홀(Stuart Hall)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 이를 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탐구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연구를 대표하는 홀이 서구의 제국주의적 유산과 인종문제를 분석하며 서구 내부의 탈식민화를 모색했다면, 쳔꽝싱은 아시아 내부의 식민적이고 제국적인 관계를 재사유하여 탈식민적 아시아 이론을 제시한다.50) 대표 저서 『방법으로서의 아시아』(Asia as Method) 서두에서부터 쳔꽝싱은 자신의 분석 틀을 “지리식민주의적 역사 유물론”(geocolonial historical materialism)으로 명명하고 탈식민주의 연구, 글로벌 연구, 아시아 연구의 대화 속에서 논의를 전개할 것이라 밝힌다.51) 쳔꽝싱은 기존 탈식민주의 담론이 서구 비판에만 집착한다는 점, 글로벌 연구가 세계화와 제국주의 관계를 은폐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보면 문화상호주의 개념을 거쳐 곧장 리좀 서사로 이어지는 ‘낭만적’ 글로벌 문화연구의 경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단어는 제국주의가 이미 역사 속의 폐허에 불과하다거나 이제 세계의 여러 지역이 상호의존적이고 상호연결되며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다는 신자유주의적 주장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내가 말하는 세계화란 자본을 동력으로 삼는 세력들이 지구상의 모든 공간을 아무런 제약 없이 침투하고 식민화하려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 속에서 국가의 경계는 약화되고, 이전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영역들이 통합된다. 이 지속적인 세계화 과정 속에서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더욱 심화되며 제국주의는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드러낸다.52)

쳔꽝싱은 지식 생산이 제국주의 권력 행사의 핵심이라고 보면서 탈제국화(deimperialization)를 향한 비판적인 지식 활동의 필요를 강조한다. 현재의 지식 생산 구조 자체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는 근본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가 제안하는 방법론은 바로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다. 이는 아시아를 “상상의 고정점”(imaginary anchoring point)으로 삼아 아시아 사회들이 서로를 참조하여 자기를 이해하고 주체성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53) 단순 ‘비교’ 연구, 즉 기존 비교문학 이론에 아시아적 콘텐츠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토대와 참조점 자체를 아시아 중심으로 재구축해야 한다는 근본적 방법론의 전환이다. 물론 연구에서 서구를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쳔꽝싱은 탈식민주의의 한계가 서구를 적으로 간주하는 데 있다고 보며 서구를 대립적 타자로 설정하기보다는 지역사회 형성 속에 들어온 하나의 요소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54)

쳔꽝싱은 “서구의 언어”를 아시아의 대화에 전유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입장을 보인다. 즉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의 언어나 이론적 틀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쳔꽝싱은 이 과정을 “대화를 시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며 이를 통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표면 아래―서구의 층위보다 더 깊은 곳(deeper than the layer of the West)―에 자리한 문제와 경험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55) 이 지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것은 바로 그가 말하는 “표면 아래”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를 경유하여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 과정에서 서구의 지식체계를 넘어선 “더 깊은” 아시아적 경험을 실질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서구적 언어와 이론은 그 자체로 강력한 인식의 틀이기에 아시아가 이를 넘어서서 “더 깊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상상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그 안에서만 사유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는 이론적 구호에 머물지 않고 학문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쳔꽝싱은 『인터-아시아 문화연구』(Inter-Asia Cultural Studies) 저널을 통해 아시아 내부의 지적 연대와 대화를 구축하고 서구 중심의 지식체계를 넘어서는 비판적 지역주의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때 ‘아시아’는 고유한 정체성이나 본질을 지시하는 이름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 생산과 주체성의 변화를 위한 전략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 또한 쳔꽝싱의 사유와 실천처럼 지식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스케일과 포부가 필요할 것이다. 그가 제시한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아시아 각국에서 어떻게 서구의 영향이 내재화되고 변형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56) 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근대 형성을 고찰할 때 셰익스피어를 공유된 서구문화의 언어로 읽되 이를 통해 식민 경험과 지역 역사를 재구성하는 시도가 가능하다. 타이완, 일본, 한국 등지에서의 셰익스피어 연구가 식민지 경험이라는 공통된 기반 위에서 동아시아 식민주의에 대한 재해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쳔꽝싱이 제안한 방법론을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에 활용하여 서구의 이론적 틀을 넘어 아시아 내부의 역사와 지식체계에 근거한 주체적인 비평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주빈의 미학 대 정치의 구도는 쳔꽝싱이 비판한 또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 담론 재생산에 기여할 위험이 있다. 역사정치적 맥락을 간과하고 미학적 요소에만 집중할 경우 식민주의적 지식 구조가 은폐된 형태로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역사는 이념으로 지워질 수 없으며 오히려 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각색들이 리좀처럼 다층적인 의미망을 형성하듯 동아시아의 역사 또한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 복합적 맥락 속에서 다뤄져야 하고 학계는 그 경로를 성실히 추적하며 지식 생산 구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의 과제 중 하나는 지역학과의 긴밀한 협력이다. 『인터-아시아 문화연구』와 ASA의 학제적 협력을 통해 공연 분석에 머물기보다 지역학적 문제를 함께 사유하여 셰익스피어를 재위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편적 공연 리뷰로 저널의 내용을 채워넣기보다 이전의 수용사를 검토하여 현재를 사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가 요구된다. 결국 역사를 배제하지 않는 연구, 즉 개별 사례 연구에서도 공연사, 각색사, 번역사, 나아가 셰익스피어 수용사를 포함하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시아의 상호 참조를 기반으로 서구를 타자로 설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분법적 구도를 무화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학문적 실천을 통해 그 구분을 흔들고 그것이 재생산하고 있는 권력관계를 재편하거나 약화시키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는 거창한 이론적 선언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의 현장에서 조금씩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지속적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여전히 영어권 학술 기준에 종속된 학계의 구조 속에서, 또 ‘새로움’이 학문 자본이 되는 현실 속에서 국내 저널에 긴 호흡으로 발표된 연구가 제대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생산 가능한, 가령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거나 용어만 바꾸어 기존 이론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포장하는, ‘최소비용 최대효과’의 논리에 부합하는 단편적인 연구물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성실하게 풀어내는 것이 탈식민적 실천의 구체적이고 윤리적인 형태가 아닐까 싶다. 기존에 잘 쌓여진 논의들을 천천히, 더 면밀하게 검토하여 그다음 단계를 세워가는 작업이 지금 이 시점에 더 귀하게 여겨진다. 이제 30대에 갓 진입한 『안과밖』 역시 이러한 학문적 교류의 장으로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큰 기대를 미흡한 이 글의 결론으로 대신한다.


  1. 1) 언급한 셰익스피어 동향 논문은 다음과 같다. 서경희 「최근의 셰익스피어 국외 연구동향」, 『안과밖』 6 (1999) 288~311면; 이미영 「셰익스피어 국내 연구동향: 여성론적 논의를 중심으로」, 『안과밖』 17 (2004) 106~24면; 장선영 「셰익스피어 최근 국외 연구동향: 2000년 이후를 중심으로」, 『안과밖』 27 (2009) 189~207면.
  2. 2) 이나경 「르네상스 문화 연구의 새로운 장: 르네상스 산문 로맨스 국외 연구동향」, 『안과밖』 32 (2012) 212~27면; 정유미 「근대 초기 영국 희곡의 국외 연구동향: 여성과 극장을 중심으로」, 『안과밖』 50 (2021) 153~75면; 김보식 「페미니스트 형식주의: 근대 초기 영국 여성 예언문학의 미래」, 『안과밖』 55 (2023) 256~77면; 유지연 「여성적 탄식시에서 여성의 탄식시로: 근대 초기 영국 여성 탄식시의 연구동향」, 『안과밖』 56 (2024) 316~41면. 32호 이전의 르네상스 영문학 연구동향 논문은 다음 세 편이 있다. 이미영 「르네쌍스 영문학」. 『안과밖』 2 (1997) 312~24면; 김태원 「신역사주의 이후의 르네쌍스 영문학연구: 1990년대 영미학계를 중심으로」, 『안과밖』 12 (2002) 320~38면; 김윤경 「밀턴과 영국 내전 시기 문학의 국외 연구동향」, 『안과밖』 25 (2008) 233~51면.
  3. 3) 후앙(Alexander C. Y. Huang)은 2011년 『아시아 연극 저널』(Asian Theatre Journal)의 아시아 셰익스피어 특집호 서문에서 아시아 셰익스피어 2.0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고, 익(Judy Celine Ick)은 아시아 셰익스피어 연구가 하나의 학문 분과로 자리잡는 시기를 2008년에서 2013년 사이로 본다. Alexander C. Y. Huang, “Asian Shakespeare 2.0,” Asian Theatre Journal 28.1 (2011) 1면; Judy Celine Ick, “The Performance Archive and the Digital Construction of Asian Shakespeare,” Asian Interventions in Global Shakespeare: ‘All the World’s His Stage,’ ed. Poonam Trivedi, Paromita Chakravarti, and Ted Motohashi (NY: Routledge, 2020) 176면.
  4. 4) Poonam Trivedi and Minami Ryuta ed., Re-playing Shakespeare in Asia (NY: Routledge, 2009)
  5. 5) 1991년 도쿄에서 열린 WSC를 계기로 아시아에서의 셰익스피어 공연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점차 일본, 인도, 중국의 셰익스피어 공연이 학술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다. 트리베디(Poonam Trivedi)에 따르면 1993년 『외국의 셰익스피어』(Foreign Shakespeare)는 영미권 이외의 셰익스피어 공연을 다룬 초기 연구서였지만 여전히 유럽중심적이다. Poonam Trivedi, “Introduction,” Re-playing Shakespeare in Asia, ed. Poonam Trivedi and Minami Ryuta (NY: Routledge, 2022) 17면.
  6. 6) Patrice Pavis, Theatre at the Crossroads of Culture (NY: Routledge, 1992); Patrice Pavis ed., The Intercultural Performance Reader (NY: Routledge, 1996).
  7. 7) Rustom Bharucha, “Peter Brook’s Mahabharata: A View from India,”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23.32 (1988) 1642면.
  8. 8) 문화상호주의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Judy Celine Ick et al., “Roundtable: New Directions in Asian Shakespeare,” Shakespeare 21.3 (2025) 676~95면 참조. 이 라운드테이블에서 임이연은 문화상호주의 논의의 역사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1) “문화상호주의”는 처음 1970년대 서구 아방가르드 연극에서 비서구 공연 전통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연극 실천을 의미했다. 2) 이후 서구와 비서구의 연극 전통을 의식적으로 혼합하는 문화 교류의 시도로 발전했지만 실제로는 서구의 텍스트에 비서구적 무대미학을 결합하는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3) 이 경향은 제1세계의 자본과 지식이 제3세계의 자원과 노동을 이용하는 불평등한 구조의 “헤게모니적 문화상호주의”(Hegemonic Intercultural Theatre)로 이어지면서 오리엔탈리즘과 글로벌 자본주의가 결합한 형태라는 비판을 받았다(682면). 문화상호주의와 문화제국주의의 공모 관계에 대해서는 Yeeyon Im, “The Lure of Intercultural Shakespeare,” Medieval and Early Modern English Studies 15.1 (2007) 233~53 참조.
  9. 9) Trivedi, 앞의 글 19면.
  10. 10) 같은 글 19면.
  11. 11) Jim Bradon, “Other Sheskepares in Asia: An Overview,” Re-playing Shakespeare in Asia, ed. Poonam Trivedi and Minami Ryuta (NY: Routledge, 2009) 21~40면.
  12. 12) 같은 글 31면.
  13. 13) Trivedi, 앞의 글 20면.
  14. 14) 초대 학술대회 집행위원회는 필리핀, 미국, 한국, 타이완, 중국, 일본, 인도의 학자들로 구성되었다. ASA의 창립에 대해서는 ASA 홈페이지 참조. “Chronology,” Asian Shakespeare Association (2025년 10월 4일 접속). https://asianshakespeare.org/chronology/.
  15. 15) Douglas Lanier, “Shakespearean Rhizomatics: Adaptation, Ethics, Value,” Shakespeare and the Ethics of Appropriation, ed. Alexa Huang and Elizabeth Rivlin (NY: Palgrave Macmillan, 2014) 22~40면.
  16. 16) 같은 글 27면.
  17. 17) 같은 글 28면.
  18. 18) 같은 글 29~30면.
  19. 19) Bi-qi Beatrice Lei, “Introduction,” Shakespeare’s Asian Journeys: Critical Encounters, Cultural Geographies, and the Politics of Travel, ed. Bi-qi Beatrice Lei, Judy Celine Ick, and Poonam Trivedi (NY: Routledge, 2016) 3면.
  20. 20) Lei, 같은 책 3~4면.
  21. 21) Judy Celine Ick, “The Augmentation of the Indies: An Archipelagic Approach to Asian and Global Shakespeare,” Shakespeare’s Asian Journeys: Critical Encounters, Cultural Geographies, and the Politics of Travel, ed. Bi-qi Beatrice Lei, Judy Celine Ick, and Poonam Trivedi (NY: Routledge, 2016) 19~21면.
  22. 22) Poonam Trivedi, Paromita Chakravarti and Ted Motohashi, “Introduction,” in Asian Interventions in Global Shakespeare: ‘All the World’s His Stage,’ ed. Poonam Trivedi, Paromita Chakravarti, and Ted Motohashi (NY: Routledge, 2020) 1면.
  23. 23) 같은 책 4면.
  24. 24) Asian global이라는 용어는 이 책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Yeeyon Im, “In Defence of Transcultural Asian Shakespeare: The Case of Yang Jung-Ung’s Theatre,” Shakespeare 21.3 (2025) 551~70면에서도 키워드로 등장하지만 학문적으로 논의된 용어는 아니다. 이 용어가 쓰인 맥락으로 미루어보건대 아시아가 세계화 담론의 중심에 서는 상태, 또는 아시아의 문화 담론이 지역적 특수성으로 한정되지 않고 세계적 흐름을 형성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느슨한 표현인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적 세계성’으로 번역한다.
  25. 25) Ick, “The Performance Archive and the Digital Construction of Asian Shakespeare” 175~76면.
  26. 26) 같은 글 183면. 익은 A|S|I|A의 다국어 지원, 문화상호주의의 강조 등 제국 논리의 아카이브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울인 다층적인 시도를 설명하며 A|S|I|A의 성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한다. 관련 논의로 다음을 참조. Yong Li Lan, “Translating Performance: The Asian Shakespeare Intercultural Arichive,” The Oxford Handbook of Shakespeare and Performance, ed. James C. Bulman (Oxford: Oxford UP, 2017) 619~40면; Dong Qingchen and Arbaayah Ali Termizi, “Intercultural Spectacle in Asian Shakespeare Intercultural Archive (A|S|I|A),” ANQ: A Quarterly Journal of Short Articles, Notes and Reviews (2025) 1~8면.
  27. 27) Ick, 앞의 글 189~90면. 익은 현재 A|S|I|A가 연구자와 교육을 위한 자료 제공에 치중하여 전통적 아카이브의 관행을 디지털 공간에 옮겨놓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며 아카이브의 스펙트럼을 매체 연구와 수용자 연구 등으로 확장하고 개별 공연의 기록뿐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 대한 비판적 탐구를 강조한다.
  28. 28) 서문을 포함한 8개의 논문이 『셰익스피어 리뷰』(Shakespeare Review) 특집호 (57호 4권, 2022년)에 실렸다.
  29. 29) Yong Li Lan, Michael Dobson, Mika Eglinton, Hyon-U Lee, Bi-qi Beatrice Lei, Alvin Eng Hui Lim and Eleine Ng-Gagneux, “Asian Shakespeares Online from Singapore,” Shakespeare Survey 77 (2025) 244~60면.
  30. 30) Bi-qi Beatrice Lei and Judy Celine Ick ed., Shakespeare in Asian Currents. Shakespeare 21.3 (2025).
  31. 31) Bi-qi Beatrice Lei, “Shakespeare Grafting,” Shakespeare 21.3 (2025) 518~37면; Poonam Trivedi, “Criticae Ficus Indica, or a Banyan Tree View of the Globalisation of Shakespeare Through Adaptation,” Shakespeare 21.3 (2025) 538~50면.
  32. 32) Yeeyon Im, “In Defence of Transcultural Asian Shakespeare: The Case of Yang Jung-Ung’s Theatre,” Shakespeare 21.3 (2025) 551~70면.
  33. 33) Judy Celine Ick, et al., “Roundtable: New Directions in Asian Shakespeare,” Shakespeare 21.3 (2025) 676~95면.
  34. 34) 같은 글 677면.
  35. 35) 같은 글 681면.
  36. 36) 같은 글 684면.
  37. 37) 같은 글 690면. 하지만 래니어가 리좀적 관계 속 정치적 권력 문제를 완전히 배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래니어의 리좀학에서는 셰익스피어를 ‘과정’ 속에 있는 생성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평 또한 리좀적 생성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가 된다. Lanier, 앞의 글 36면.
  38. 38) Ick, et al., 앞의 글 687면.
  39. 39) 같은 글 692면.
  40. 40) 대표적 연구서는 다음과 같다. Alexa Huang and Elizabeth Rivlin ed., Shakespeare and the Ethics of Appropriation (NY: Palgrave Macmillan, 2014); Aneta Mancewicz and Alexa Alice Joubin ed., Local and Global Myths in Shakespearean Performance (NY: Palgrave Macmillan, 2018); Alexa Alice Joubin, Shakespeare and East Asia (Oxford: Oxford UP, 2021); Alexa Alice Joubin, Contemporary Readings in Global Performances of Shakespeare (London: Bloomsbury Publishing, 2024).
  41. 41) Alexa Alice Joubin, Shakespeare and East Asia (Oxford: Oxford UP, 2021) 6면.
  42. 42) 같은 책 12면.
  43. 43) 같은 책 8면.
  44. 44) 같은 책 7면.
  45. 45) 같은 책 8~9면.
  46. 46) 이는 『셰익스피어와 동아시아』 서문 전반에 걸쳐 확인되지만 특히 ‘강박적 현실정치’를 논하는 7~10면에서 두드러진다.
  47. 47) 같은 책 14면.
  48. 48) 주빈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와본다. “All productions of Shakespeare, in English and beyond, are examples of global Shakespeares. Performances become global when they travel to or depict other places and when they invite external forces into their social spaces, such as cross-historical or cross-cultural references. All performances allude to an elsewhere that is bracketed from audiences’ realities by narrative devices and technologies of representation (sets, props, costumes). By virtue of this bracketing, all performances are in fact global.” Alexa Alice Joubin, Contemporary Readings in Global Performances of Shakespeare (London: Bloomsbury Publishing, 2024) 3면.
  49. 49) “Foucault made a connected argument about utopia and regulatory mechanisms of prison, which I am eliding here in order to focus exclusively on heterotopia as a set of parallel spaces.” 같은 책 4면.
  50. 50) 쳔꽝싱은 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돌이켜보면 홀과 만난 것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비록 그의 수업을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이후 그와 교류하면서 나는 그에게서 일종의 지식인의 모형을 체득했다. 특히 사회현실의 모순에서 출발하고 사회현실과 긴밀히 결합된 문화연구의 전통을 배웠다. 이후 내가 문화연구에 몸을 던진 것도 대부분 그의 영향 때문이었다.” 쳔꽝싱 지음, 백지운 옮김 『제국의 눈』(창비, 2003) 19면.
  51. 51) Kuan-Hsing Chen, Asia as Method: Toward Deimperialization (Durham: Duke UP, 2010) 1면.
  52. 52) 같은 책 4면. 여기서 쳔꽝싱이 비판하는 “세계의 여러 지역이 상호의존적이고 상호연결되며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다는 신자유주의적 주장”은 주빈의 낙관적 “세계화”와 상통하는 것 같다.
  53. 53) 같은 책 212면.
  54. 54) 같은 책 223면.
  55. 55) 같은 책 227면.
  56. 56) 창비에서는 2003년에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 6인의 사상을 시리즈로 출판한 바 있는데, 그중 하나가 쳔꽝싱의 『제국의 눈』이다. 이 책에는 『방법으로서의 아시아』 일부 내용의 한글 번역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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