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학연구 46호] 남해에 도착한 탐험가/상인/해적: 『싱글튼 선장』과 『새로운 세계일주』에 드러난 무한한 부라는 신기루 / 전인한

I. 희소성의 현실과 대박의 약속

위험을 무릅쓴 모험은 엄청난 부의 획득으로 보상한다. 디포(Daniel Defoe)의 모험소설, 즉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1719), 『로빈슨 크루소의더 많은 모험』(The Further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1720), 『싱글튼 선장』(Captain Singleton, 1720), 『새로운 세계일주』(A New Voyage Round the World, 1724) 등이 일관되게 하는 이야기이다. 디포의 모험소설들은 주인공들이 전 지구적으로 모험을 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중요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으니, 주인공들이 집에 머물렀다면 상상할 수 없던 부를 모험을 통해 획득해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서 크루소는 절해고도에서 28년 만에탈출했을 때 그의 브라질 플랜테이션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에서 크루소는 중국해와 중국과의 무역에서 쏠쏠한 부를 벌어 귀국한다. 『싱글튼 선장』에서 싱글튼은 아프리카 횡단에서는 금을 넉넉하게 채취하고 이를 탕진한 후에는 다시 바다로 나가 해적 행위와 무역을 통해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부를 획득하여 영국으로 돌아온다. 또한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화자는 남해에서의 항해에서 금과 진주를 채취하며 무역을 하고 이후 도착한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Patagonia) 지역에서 엄청난 금을 채취하여 2년 4개월 만에 세계일주를 하는 데 성공한다. 물리에서 위치 자체가 에너지이듯 모험은 위치를 바꾸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생산된 에너지는 부로 환원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글이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디포의 모험소설 중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는 없는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부를 획득할 가능성이 『싱글튼 선장』과 『새로운 세계일주』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1] 『로빈슨 크루소』와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에서 우리는 로빈슨 크루소가 획득한 부를 가늠할 수 있다. 『로빈슨 크루소』에서 크루소는 자신이 절해고도에 있던 중 브라질 플랜테이션의 가치가 어떻게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상세히 전달하면서 그가 5,000파운드에 해당하는 현금과 연 1,000파운드의 수익을 내는 플랜테이션의 소유주가 되었음을, 그리고 플랜테이션을 33,000에이트(eight)에 팔았음을 이야기한다.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에서 우리는 크루소가 시베리아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오는 육로 여행을 하기 전 중국에서 파트너와 함께 3,500파운드어치의 비단과 차, 칼리코(calico)등을 구입했고 시베리아와 엘베(Elbe)에서의 무역을 통해 이 물품들을 처분했을 때 크루소의 몫이 3,475파운드 17실링 3펜스였고 이에 더해 벵갈에서 구입한 600파운드 가치의 다이아몬드도 있었음을 안다. 크루소는 모험가이자 동시에 상인으로서 상세한 물품명세서를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모험/무역의 금전적이득을 정확히 전달해준다.

그런데 로빈슨 크루소 연작 이후 연이어 쓰여진 『싱글튼 선장』과 『새로운 세계일주』에서는 크루소와 같은 셈에 밝은 상인은 자취를 감추고 ‘정확히 얼마’의 자리는 ‘그냥 엄청 많이’가 대체한다. 『싱글튼 선장』에서 싱글튼 일행이 아프리카 대륙 횡단 말미에 아프리카 서해안 근처에서 구해준 영국인은 인근에 셀 수도 없는 “유럽이 거기에 보내는 모든 상인들을 만족시키고도 남을 양”(Quantity suffices all the Traders which the European World send thither, 126)의 금이 있다면서 2년간 이 금을 캐서 돌아가자고 싱글튼 일행을 설득한다.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화자는 남위 56도에서 60도 사이에서 마젤란 해협(Straights of Magellan)을향해 동진하면 “지금까지 유럽 상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세계, 새로운 국가들, 그리고 부와 교역의 새로운 소진되지 않는 원천”(new Worlds, new Nations, and new inexhaustible Funds of Wealth and Commerce, such as never were yet known to the Merchants of Europe, 131)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2] 또한 이 화자는 반복적으로 ‘무한한’(infinite)이라는 단어를 쓰며 남아메리카의 잠재적인 부를 묘사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서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다루는 물품의 종류와 양 그리고 무역에서 발생한 부를 꼼꼼히 기록하던 크루소는왜 “당신은 제가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을 확신해도 좋습니다”(you may be sure I kept no Journal, 3)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싱글튼으로 그리고 남해지역의 부에 대해서 ‘소진될 수 없는’ ‘무한한’ 같은 애매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는 화자로 바뀌었을까? 현실 세계에서 소망 세계로 소설의 작동 영역이 바뀐다는 것이, 희소성의 원칙(the scarcity principle)이 지배하는 그래서 부를 향한 치열한 경쟁이 엄존하는 현실 세계에서 그런 경쟁을 피하여 무한한 부를 획득하고 싶은 소망이 만든 상상의 세계로 디포의 주인공들이 넘어가서라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이 글은 로빈슨 크루소 연작과 『싱글튼 선장』, 『새로운 세계일주』는 주인공이 모험과 무역을 하면서 당대 세계무역에서 영국이 처한 현실과 영국의 소망을 연이어 제시하는 메타 서사를 구성한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 글은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서는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즉 중국해에서는 네덜란드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18세기 세계무역의 패자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살 것은 많은데 팔것이 없어 중상주의 경제학에서는 피와 같은 은을 울며겨자먹기로 중국에 지불하고 있는 영국의 현실이 부각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싱글튼 선장』과 『새로운 세계일주』에서는 영국이 치열한 경쟁을 넘어 무한한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소망이 약속으로 전환되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3]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에서 난징의 부를 목도한 크루소는 ‘중국의 도시는 유럽의 도시에 비하면 형편없고, 중국의 교역도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의 방대한 교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며, 영국이나 프랑스의 전함 한 척이면 중국의 모든 배들을 다 침몰시킬 수 있다’고 허세를 떨지만, 영국으로 귀환하기전 3,500파운드어치의 유럽에서 인기 있는 중국 물품을 구입하는 그의 모습에서 크루소의 허세는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 앞에서 초라한 영국의 배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크루소에 이어서 등장한 싱글튼과 『새로운 세계일주』의 화자는 크루소의 후예인 셈이며,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반복되는 ‘소진될 수 없는’, ‘무한한’ 같은 단어들은 크루소가 경험한 네덜란드와의 치열한 무역 경쟁과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을 뒤로 하고 이 후예들이 성취할 수 있다고 꿈꾸었던 영국의 가까운 미래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II. 18세기 중상주의 경제관과 남해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 후였다. 『새로운 세계일주』의 화자가 남해가 약속하는 무한한 부에 대해 열변을 토한 때는 부에 대한 욕망과 투기의 광기가 수천 명의 투자(기)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남해거품사건(The South Sea Bubble, 1720)이 일어난 지 한참 후라는 이야기다. 남해라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만한데 왜 디포의 화자는 남해의 식민과 무역이 가늠할 수 없는 부를 가져올 것이라 강변하고 있을까?[4] 이 화자는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일까?

남해에 대한 디포의 소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상주의 경제관이 지배하던 18세기에 남해를 경략하는 전망의 매력과 남해회사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디포의 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디포는 자유무역에 의해 무역당사자들이 경제적으로 이익을 획득한다고 주장하는 데머무르지 않고 『리뷰』(The Review) 1706년 1월 3일호에서는 자유무역의 당위성을 경제적 측면에서 정신적 측면으로까지 확장하면서 자유무역은 인간세계를발전시키고 교화하기 위한 신의 계시라고까지 주장한다. “세계의 다른 기후와 풍토는, 내가 신이라 부르는 자연의 지혜와 지도에 의해, 동등하게 필요하거나 적어도 유용하고 탐나는 다양한 종류의 것들을 생산해서 세계에서 가장 먼 곳들이라도 부지불식간에 서로 의존하거나 적어도 서로에게 유용하게 만들었다. . . . 그리고이들 나라와 교환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이 되게 하였고 우리는 이것을 무역이라 부른다”(The different Climates and Soil in the World have, by the Wisdom and Direction of Nature Natureing, which I call God, produc’d such differing Species of things, all of them in their kind equally Necessary, or at least Useful and Desirable; as insensibly preserves the Dependance, of the most Remote Parts of the World upon one another; and at least makes them useful to each other, . . . and this occasions Exchanging with those Countries, to the Advantage of both; and that we call Trade.; 3: 5-6).[5] 이런견해는 교역을 이익을 좇는 행위가 아닌 “문명화 행위, 인간사를 섭리가 감독한다는 상징, 그리고 코즈모폴리턴 문화적 로맨스의 형태”로 보게끔 한다(Dharwadker 63-64). 이러한 자유무역의 코즈모폴리턴적인 성격에 대한 디포의 신념은 자유무역이 가능하면 제국주의적 확장이 필요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디포는 『리뷰』 1707년 10월 4일호에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도 현재 우리가 소유하고자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자유무역이다. . . . 우리는 어떤 나라에대해 자유무역을 확보하면 그 나라를 충분히 소유한 셈이다”(the best Possession we can desire of any Country in EuropeAsia, or Africa at this Time, is to have a free Trade thither . . . we sufficiently possess a Nation when we have an open and free Trade to it)라고 주장하면서(4: 401), 타 국가, 타지역에서 영국이 국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지역, 그 국가로의 제국주의적 확장이 아니라 자유무역임을 설파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무역에 대한 디포의 이런 주장에 ‘영국이 무역흑자를 볼 때에 한해’라는 전형적으로 중상주의적인 조건이 붙어있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디포는 자유무역이 모든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와의 무역수지가 영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징후만 보이면 자유무역이라는 복면을 벗고 보호무역주의자로 표변하기 때문이다. 『비판적으로 그리고 냉정하게 고려한 인도와의 무역』(The Trade to India Critically and Calmy Considered, 1720)에서 주장하는 바, 디포는 동인도 회사가 들여오는 인도의 질 좋고 값싼 면직물에 밀려 영국이 인도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면서 중상주의자의 금과옥조인금, 은을 인도에 잃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인도의 모든 물품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그 물품들은 금괴와 은괴로 사는 것이고 돈으로 돈을 사는 것이며 금괴와 은괴는 국가에 손해를 끼치며 인도로 보내지고 있는 것이다”(which purchases all the Goods in India? The Answer is ready, ’tis even bought with Bullion, ’tis Money bought with Money, ’tis sent away at the Nation’s Expence.; 37). 이런 주장에서 “첫째, 무역이 국가의 혈액이고 영국의 위대함의 원천이며, 둘째 모직업이 영국 무역의 영혼”(Downie 77)이라는 디포의 중상주의적인 태도는 분명하다. 중상주의 경제관에서 비롯된 디포의 국수주의적 태도는 인도로부터 동인도회사가 수입한 칼리코에 영국 직물이 경쟁력을 잃자, 즉 영국 산업의 근간이라고 여기던 직물업이 인도 그리고 중국과 같은 이교도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그가 쓴 『제조업자, 혹은 영국 무역의 진실』(The Manufacturer; or, The British Trade Truly Stated, 1719)에서 표면으로 분출한다. “이 모든 것이 스터프 대신 칼리코를, 모직과 비단 대신에 면을 입는, 그래서 기독교인들과 영국인들 대신에 이교도와 인도인들과 이슬람교도들과 중국인들을 고용하는 풍습과 유행 때문이다”(All this is owing to the Custom, or Fashion, of wearing Calicoes instead of Stuffs, Cotton instead of Wool and Silk, and employing Pagans and IndiansMahometans and Chineses instead of Christians and Britains.; Aravamudan 51에서 재인용). 유럽과 인도, 아랍, 중국을 무역과 상관없는 종교로 나누고 이교도 국가의 무역흑자를 죄악시하는 이런 주장에서 디포가 주장했던 무역의 코즈모폴리터니즘적 성격은 증발한다. 디포의 자유무역 옹호도결국 자유무역이 영국의 무역흑자 증가에 확실한 도움이 될 때만 편의적으로 옹호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모)직물업을 근간으로 한 무역흑자가 영국의 국부 증가라고 믿는 디포와 영국인들에게 남해는 매력적인 무역대상지일 수밖에 없다. 이 남해는 기후가 온화해서 영국의 모직물을 소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국에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산업이 없으며 영국 물품에 대한 대가로 금이나 은을 지불할 것이기 때문에 금이나 은의 보유량을 국부로 이해하는 중상주의자들의 이상적인 무역 대상인 셈이다. 유일한 문제는 남해의 파타고니아는 스페인 국왕령이라는 점인데, 영국인들은 스페인이 남아메리카의 항구를 열어 영국과 무역에 나설 것이라는 혹은 스페인은 남아메리카 경영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남아메리카에 영국 무역항을 확보하는 것이가능하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며 이 기대는 남해경략 계획의 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6]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남해거품사건과 영국의 남해 경략에 대한 소망을 완전히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1711년 남해회사는 영국 정부의 산재한 채무를 모아 회사 주식으로 전환하고 영국 정부는 남해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된 정부 채무에 이자를 지급하고 남해회사는 그 이자를 주식에 대한배당금으로 지급함으로써 영국 정부의 채무를 안정되게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때문에 남해회사에 부여된 남해와의 배타적 무역권은 정부의 채무를 회사 주식으로 전환하여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도움을 준 회사에 대한 일종의 지원이었지 회사 설립의 주목적이 아니었다. 또한 1720년에 시작된 남해회사 주식에대한 투기 광풍은 주식 가격을 올리기 위해 남해회사가 남해의 잠재적 무역 전망에 대해 허황한 소문을 퍼뜨리는 와중에 신용으로 주식을 사는 가수요에 기반한 것이었고 같은 해의 주식 가격 폭락은 신용을 갚기 위한 주식의 대량 매도와 공매도 등에 기초했기에, 남해거품의 붕괴는 남해에서의 사업 실패에 직접적으로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7] 즉 1720년대는 영국의 남해 경략이 실패로 판명된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스페인으로부터 받아낸 권리 이상의남해와의 무역에 대한 욕망이 무한한 부에 대한 기대/약속으로 변화되는 시기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남해는 구체적 장소이자 상상의 장소이다. 남해는 지리상으로 존재가 확인되었으며 은이 풍부한 그러나 스페인 정부가 스페인 이외의 국가에는 무역을 걸어 잠그고 있는 희소성의 세계이지만, 은 이외에 금 같은 무한한 부가 있을 듯하고 스페인의 지배가 공고하지 못해 영국이 이 지역 경략에 투자하기만 한다면 무역 전초기지 설립을 통해 무한한 부가 쏟아질 것 같은 상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소망 충족 서사는 상상의 장소를 실재의 장소로 바꿔치기하면서 작동한다. 그리고 디포의 경우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서 『싱글튼 선장』으로 모험소설의 메타 서사가 진행되면서 현실 서사는 소망 충족 서사로 바뀐다.

III. 이동과 부, 약탈과 부

『싱글튼 선장』은 모험소설이면서 18세기 당시에 유행했던 범죄자 참회록의 형식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싱글튼 선장』은 어렸을 때 런던에서 유괴당한 싱글튼이 전반부에서는 선원이 되었다가 선상 반란에 가담하여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섬에 축출되어 동료 선원들과 함께 아프리카를 횡단하면서 금을 획득하여영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영국으로 돌아온 뒤 부를 탕진한 싱글튼이 다시 선원이 되었다 선상 반란에 가담하여 해적 행위를 하다 중국해에서 상인으로 변신해 성공적인 무역을 하고 이후 자신의 죄를 참회한 뒤 영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이 주목하려 하는 바는이 소설에서 표면적인 모험소설과 참회록의 문법 기저에 흐르고 있는 이동의 에너지에서 기원하는 엄청난 부에 대한 소망과 부의 획득에 있어 적법과 무법 사이의매우 희미한 구분이다.[8]

『싱글튼 선장』의 전반부는 주로 싱글튼이 반란에 가담한 동료 선원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출발하여 모잠비크(Mozambique)에서 기니(Guinea)로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유럽의 가치 체계와 마다가스카르 원주민의 가치 체계가 만났을 때의 횡재이다. 싱글튼 일행은 식량을 얻기 위해 마다가스카르 원주민들에게 동전을 지불하려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좌절하나 금속장인(cutler)이 동전을 펴서 새나 동물 형상의 장신구로 만들었을 때 놀라운 효과를 경험한다. “새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약간의 은 쪼가리에 우리는 소 두 마리를 받았다. . . .  그래서 동전으로는 6펜스의 가치도 안 되었을 것들이 장난감과 장신구로 바뀐 후에는 실제 가치보다 백배는 더 가치가 있는 것이 되어 우리는 원주민으로부터 필요한 어떤 것이라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For a little Bit of Silver cut out in the Shape of a Bird, we had two Cows; . . . Thus, that which when it was in Coin was not worth Six-pence to us, when thus converted into Toys and Trifles, was worth an Hundred Times its real Value, and purchased for us any thing we had Occasion for.; 28). 표면적으로는 금속 장인의 기지에 의해서 아프리카에서 생존이 보장되는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의 배면에는 “물물교환 경제와 화폐 경제 사이의 차이 그리고 특별히 교환가치를 문명, 인간성과 사용가치를 우둔, 야만과 일치시키는 유럽인의 사고”가 작동한다(Brown 33). 이 횡재 이야기에는 이동에 의해 이질적인 가치 체계들이 조우하고 한 가치 체계의 싸구려가 다른 가치 체계에서는 사치품이 되는 기회가 등장하는데, 이런 기회야말로 싸구려 물품의 대가로 금과 은을 습득하고 싶은 보호무역론자의 소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식 가치 체계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횡재는 싱글튼 일행이 마다가스카르를 떠나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할 때 반복하여 발생한다.[9] 싱글튼이 아프리카 횡단 중에 조우한 아프리카는 동일한 재화에 대해 동일한 욕망이 존재해서 그 재화를 습득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다. 이 아프리카는 유럽식 가치 체계에 편입되지 않은, 금과 상아의 가치가 가치 체계 내에 기입되지 않고 방기되어 유럽인들에게는 무한한 부를 획득하는 것이 가능한 소망 충족의 땅이다. 싱글튼이 아프리카에서 횡재로 습득하는 부는 세계무역의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그저 그런 장신구를 보고 열광하는 우매한 마다가스카르 원주민 등 아프리카인들이 실제로는 18세기 세계무역에서 중국 사치품에 열광하여 은을 지불하고 있던 영국인들의 재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디포는 싱글튼 일행과 아프리카인들과의 조우를 통하여 “영리한 장신구 무역의 영웅으로 중국인들을 영국인으로 대체”함으로써(Jenkins 200) 세계무역에서 아시아의 지배와 세계경제에서 영국의 주변적 지위를 상상 속에서 부정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소망 충족은 무한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질적인 가치 체계들의 조우에서 얻는 횡재는 조우가 거듭되고 가치 체계가 조정이 되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디포가 1711년 5월 5일호 『리뷰』에서 이미 말했다시피 유럽의 국가들이 이미 이런 횡재를 경험하고 있기에 횡재가 벌어지는 공간이 희소성의 원칙에 포섭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며, 싱글튼 일행도 아프리카 횡단 말미쯤에 만나는 아프리카 서해안 쪽의 원주민들은 이미 유럽인들과의 반복된 교역 경험으로 유럽의 가치 체계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전과 같은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다(122).

싱글튼 일행에게 있어 희소성의 원칙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은 백인들이 제대로 탐험하지 않은 그래서 광대한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아프리카 내부(African interior)이며, 디포는 이 공간을 실재하기는 하나 자연의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추상적인 공간으로 구성한다. 싱글튼은 아프리카 내부를 횡단하면서 구체적인 묘사를 하지 않는다. 계속 조우하는 원주민들은 종족 간의 구분이 없는 그저 원주민들이며 만나는 동물들, 식물들도 특별한 개체성을 부여받지 않고 그저 종으로서의 동물, 식물들로만 존재한다. 이런 구체성의 결여는 디포가 아프리카 내부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묘사된아프리카 내부는 다시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는 실제의 세계로 포섭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싱글튼이 아프리카 내부를 묘사하는 데 있어 유의할 점은 그가 이 아프리카 내부를 영국화한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내부의 거리는 영국 마일로 환산되며 조우하는 동물이나 식물들을 묘사할 때는 영국의 비슷한 동물과 식물에 비유된다. 이런 방법을 통하여 디포는 이 아프리카 내부가 실재하는 듯한 “사실 같은 환상”(illusion of verisimilitude)을 만들어내지만(Scrimgeour 29), 이 아프리카내부는 실제라기보다는 싱글튼에 의해서 구성된, 싱글튼이 볼 것만 보고 들을 것만 들은 가상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싱글튼이 횡단 중에 조우한 사막(desert)을 묘사할 때 쓴 “거대한 울부짖는 황무지”(vast howling Wilderness, 79)는 사막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싱글튼이 마주한 아프리카 내부 전체에도적용되는 셈이다.

싱글튼 일행은 바로 이 아프리카 내부에서 금을 발견한다.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무한한 부를 획득하는 이야기가 가능하려면 구체화되지 않은 공간에서 정확히 계량되지 않는 부를 발견하는 이야기여야 하기에 싱글튼 일행은 이 아프리카 내부에서 금을 발견하는 것이다. 모잠비크에서 일꾼으로 쓰기 위해 원주민들과 분쟁을 일으키고 포로로 잡은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횡단을 하는 싱글튼 일행이 아프리카 내부에서 금을 처음 발견하는 일화는 희소성의 원칙과 무한한 부의 획득 가능성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잘 보여준다. 원주민의 우두머리인 검은 왕자(Black Prince)가 금조각을 처음 발견하여 싱글튼에게 가져왔을 때 싱글튼과포수(gunner)의 행동은 금과 무한한 부가 당연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적시한다. 싱글튼과 포수는 검은 왕자에게는 가져온 것이 금이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금조각이 발견된 곳으로 가서 금의 양을 확인한 후 충분하면 일행에게 이야기하고 얼마 안 되면 그들끼리 나누어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93). 금은 처음부터무한한 부를 약속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신물나게 모을 수 있는 양이 확인되기 전까지 금은 희소성의 원칙에 지배되기에 싱글튼과 포수는 금의 존재를 숨기고자 한다. 검은 왕자가 이를 모르고 일행에 발설하고 일행이 같이 금조각이 나온 강가에 가서 많은 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리고 싱글튼이 일행 사이의불화를 우려해 그들이 캐낸 금을 공동으로 보관하고 나중에 똑같이 분배하기를 제안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후에야 금은 희소성 원칙의 지배를 벗어나게 된다. “금은 싱글튼의 고생에 대한 자연의 보상이고 황야에 대한 싱글튼의 승리의 상징”이 될 수 있지만(Scrimgeour 33), 이는 어디까지나 금이 ‘다투지 않을 정도로 많아 즉 희소성의 원칙에서 벗어나 경쟁에서 자유로운’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이 조건은 싱글튼 일행이 아프리카 서해안에 근접해서 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야만 상태로 살아가던 한 영국인(Englishman)을 구해주면서 충족된다. 씨에라 리온(Sierra Leon)의 영국령 기니에서 중개인(factor)으로 일하다 프랑스인들에게 영국 정착지를 빼앗겼을 때 모든 것을 잃고 이후 영국 회사의 대처에 실망해서 독립적으로 중개인으로 일하다 흘러 흘러 유럽 정착지로 돌아갈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한 부족장의 호의로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살아가던 이 영국인은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벌어진 무역을 둘러싼 유럽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과 그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의 비참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무한한금이 무한한 부가 되려면 소망 충족의 세계는 희소성의 세계와 조우해야 한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이 영국인은 싱글튼 일행에게 아프리카 서해안으로 가기 전에 2년 동안 인근에서 금을 캘 것을 제안하면서, 이전에 사는 곳 근처에서 무한한 금을 발견했지만 그 금으로 옷 한 벌, 물 한 방울도 사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에 금을 캐지 않았다고 실토한다(126-27). 유럽의 교환가치 체계와 접목되고 나서야 금은 비로소 부로 전환되는데 이 영국인 주변의 금은 접목의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다.그런데 이 영국인은 싱글튼 일행에게 발견되었을 때 “금 채취의 최선두에 서는 상인으로 변모하며 제국주의적 교역의 세계적 교역로에 다시 들어갈”(Lee 307) 기회를 획득한다. 그는 유럽의 가치 체계에 복귀할 기회가 생겼기에 버려둔 금의 가치를 상기하고 (무한한) 금은 (무한한) 부로 변환될 기회를 맞이한다. 그래서 이영국인은 잊어왔던 소유욕(더 나아가 탐욕)을 폭발시키며 싱글튼 일행에게 2년 동안 금을 캐자고 설득한다. 싱글튼 일행이 2년이 아니라 6개월만 채금을 하는 것은 이 지역의 금이 정말로 무한하다는 것과 금이 부로 변환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내부에 머물 수 없고 아프리카 서해안의 유럽 정착지로 이동해야 하는 필요성을동시에 적시한다.

싱글튼 일행은 아프리카 서해안에 이르렀을 때 그때까지 공동으로 모아놓은 금을 공평히 나누어 1인당 4파운드 무게의 금을 가지게 된다. 4파운드 무게의 금이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서해안에 이르자 엄청난 부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싱글튼은 희소성의 세계로 성공적으로 복귀하지만, 영국인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 영국인은 이후 네덜란드 주재소에 머물렀다가 네덜란드를 경유해 영국으로 보낸 1,000파운드 상당의 재산이 중간에 프랑스 배에 의해 약탈당하자 이로 인한 슬픔으로 죽는다. 이 영국인의 이야기는 싱글튼 일행과 그가 복귀한 희소성의 세계는 부를 향한 엄청난 경쟁으로 인하여 무한한 부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세계라는 사실을 적시한다. 아프리카 내부라는 상상의 공간에서 무한한 부를 획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상상되지만, 그무한한 부는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와 접하자 경쟁과 약탈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싱글튼 선장』에서 무한한 부는 부의 양이 아니라 부의 획득을 향한치열한 경쟁의 유무로 결정된다.

『싱글튼 선장』의 후반부는 런던으로 돌아온 싱글튼이 부를 금방 탕진하고 다시 바다로 나가고 이후 선상 반란에 가담하여 해적으로 그리고 다시 무역 상인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제 싱글튼은 아프리카 내부 같은 추상적인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서인도제도, 동인도제도, 중국해와 같이 무역을 통하여 부를 획득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희소성이 지배하는 공간을 배회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싱글튼이 해적으로 변신하는 것은 부를 향한 치열한 경쟁의 관점에서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부 마지막에서 영국인의 재산이 프랑스 배에 의해 약탈당했다는 전언이 시사하는 것처럼 싱글튼이 돌아다니는 바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획득하려는 경쟁의 공간이며 그런 점에서 해적만큼 이 공간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적절히 형상화하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싱글튼의 해적 행위에서 적법과 불법의 경계가 희미해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글튼의 해적 행위는 여타 비즈니스와 동일한 이윤추구 행위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해적 행위를 파괴보다는 이윤 획득을 위한 비즈니스로 분명히 자리매김하는 인물은 싱글튼 무리가 펜실바니아(Pensilvania)에서 바베이도스(Barbados)로 가는 슬루프(sloop)를 약탈했을 때 거기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충원된 퀘이커 교도 윌리엄(William the Quaker)이다. 윌리엄은 싱글튼 무리에 합류한 후 의사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싱글튼의 조언자가 되면서 해적 행위가 적법한 이윤 획득 행위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브라질 연안에서 그들을 쫓던 포르투갈 전함 두 척 중 한 척을 나포하고 동료 윌모트 선장(Captain Wilmot) 주장대로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로 향하여 나머지 전함 한 척도 나포하려는 싱글튼 일행을 윌리엄이 말리는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윌리엄은 포르투갈 전함과 전투를 하는 것은 잠재적 희생에 비해 잠재적 이익이 적기에 이윤 추구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나는 당신과 당신 동료들의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당신들 관심사는 돈을 버는 것 아닌가요? . . . 그렇다면, 그는 이야기했다, 당신은 싸우지 않고 돈 벌기를 원하나요, 돈 없이 싸우는 것을 원하나요?”(I only ask what is thy Business, and the Business of all the People thou hast with thee? Is it not to get Money? . . . And wouldst thou, says he, rather have Money without Fighting, or Fighting without Money?; 153). 싱글튼 일행이 원하는 것은 (혹은 원해야 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돈을 버는 것임을 환기함으로써 윌리엄은 “해적 행위가 적법한 비즈니스와 유사성을 공유하는 방법”을 보여준다(Turley 209).[10]

해적 행위가 적법한 비즈니스와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사실은 브라질 인근에서 표류하는 노예선을 마주쳤을 때 더 분명해진다. 노예선의 노예를 대하는 데에있어 윌리엄은 윤리적인 동기가 아니라 오로지 이윤 동기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싱글튼 무리는 남아메리카 인근에서 백인 노예 상인의 횡포 때문에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 백인들이 살해당하거나 도망가서 노예들만 남은 노예선을 조우한다. 백인들의 피해에 분개한 싱글튼 무리들은 노예들을죽이려 하나, 윌리엄은 노예들의 권리와 정의를 이야기하며 노예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나 윌리엄은 여러 논리로 선원들을 설득하였다. 윌리엄은 선원들이 흑인들의 처지에 있었다면 그들도 그럴 수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고, 흑인들은 동의 없이 노예로 팔렸기에 가장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으며, 자연의 법이 흑인들에게반란을 명했기에, 그들을 죽여서는 안 되며, 죽인다면 그것은 의도적인 살인이 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But William, with many Perswasions prevailed upon them, by telling of them, that it was nothing but what, if they were in the Negroes Condition, they would do, if they could; and that the Negroes had really the highest Injustice done them, to be sold for Slaves without their Consent; and that the Law of Nature dictated it to them; that they ought not to kill them, and that it would be wilful Murder to do it.; 157). 윌리엄은 자연법에 근거하여 자유롭게 살아가고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주장하기에 여기서 그의 근거는 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윌리엄의 행동은 그의 논리와 부합하지 않는다. 윌리엄은 브라질에 상륙해 농장주로 가장하여 그곳 농장주들에게 노예들을 좋은 값을 받고 넘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윌리엄이 노예들을 죽이는 것에 반대한 이유는 그것이 이윤 추구에 반하기 때문으로 드러난다. 인간의 기본 권리를 주장하며 노예들을 살려주었지만 결국 노예를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윌리엄의 사업가 정신은 제어되지 않는 경우 도덕적으로타협된 이윤 추구로 이어진다”(Lee 313). 윌리엄과 싱글튼의 행위들은 폭력적이지도 않고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기에 해적 행위라기보다는 적법한 비즈니스와 유사하다. 싱글튼 무리들의 행위가 적법한 비즈니스와 유사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반대로 적법한 비즈니스도 결국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이기에 해적 행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음이 드러난다. 『싱글튼 선장』 후반부에서 묘하게도 적법한 비즈니스와 본질이 비슷한 싱글튼 무리들의 해적 행위는“무역이 관습적인 도덕과 사회적 범주 밖에 존재한다”(Grasso 28)는 인식으로 이어진다.[11]  

싱글튼이 해적 행위에서 무역으로 사업 항목을 변경하는 것은 궤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며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싱글튼은 상황에 맞추어 가장 이윤이 많은 비즈니스를 택하는데 무역을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싱글튼 무리들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중국 정크선세 척을 노획하고는 정크선에 있던 상당한 양의 향신료들과 그동안 해적 행위로 모은 유럽 물품을 교역으로 처리하기로 한다. 재미있는 점은 싱글튼 일행이 대만(Formosa)으로 가서 노획한 중국 정크선에 있던 중국 상인들 일행과 교역하기로 한다는 사실이다. 이 중국 상인들을 믿고 교역하기로 하는 것은 이들은 싱글튼 무리에게 배와 물품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빼앗긴 물품과 유럽 물품을 대만에서 되사서 중국에 가서 교역하는 것이 현재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윌리엄은이런 결정을 하면서 이익 추구가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분명히 한다. “나는 그의 이익이 나에게 공정하도록 구속하는 사람을 그의 원칙이 구속하는 사람만큼 신뢰합니다”(I would as soon trust a Man whose Interest binds him to be just to me, as a Man whose principle binds himself.; 199). 그리고 이들은 이 중국상인들과 성공적으로 교역한다. 윌리엄은 싱글튼 무리의 대표로 중국 상인들의 본거지로 가고 중국 상인들은 그를 솔직하고 공정하게 대접하면서 물품에 공정한가격을 쳐준 후 큰 배를 가지고 와서 싱글튼 무리와 계속 교역하겠다고 하며, 윌리엄은 이들에게 폭력을 쓰지 않겠으며 교역이 끝난 후 어떤 배도 억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200). 해적 행위 중에 사로잡힌 중국 상인들을 믿는 것은 이전에 싱글튼 무리들이 인도양에서 네덜란드 배를 약탈했을 때 사로잡은 네덜란드인들을의심하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이때 싱글튼 무리들은 네덜란드인들이 네덜란드 주재소로 돌아가면 그들에게 해가 돌아올 것을 의심하여 네덜란드인들을 죽이려다 싱글튼과 윌리엄의 개입으로 영국주재소나 영국배에게 인도하기로 하고 배는 근처 해안에 좌초시킨다(188-89). 서로를 신뢰할 만한 공유하는 이익이 없기에서로를 불신하는 네덜란드인들과의 조우와 달리 “싱글튼과 중국 상인들의 교섭은 서로에게 유익한 교역의 기초이자 산물로서 필수적인 정중함으로 특징지어진다”(Markley, “Imagining the Pacific” 200). 

싱글튼 무리들이 중국배를 약탈하고 그 배에 있던 물품 등으로 원래 주인이었던 중국 상인들과 만족스럽게 무역하는 것은 “문화 간 상업 거래에서 승리자로 중국인들을 대체하고 싶은 디포의 견고한 욕망”을 드러냄과 동시에(Jenkins 200),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에서 크루소가 목도한 중국의 압도적인 경제력을감안하면 희소성의 세계에서 중국과 대등하게 거래하려면 이렇게 적법과 불법 간의 경계를 아예 무시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싱글튼선장』에서 싱글튼의 이런 해적 행위/무역은 “아프리카와 남해에 항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희소성의 우려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상업적인풍요의 비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Wear 575). 그런데 문제는 싱글튼이 쌓아놓은 엄청난 부를 안정적인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이다.[12] 싱글튼이 아프리카 내부에서 많은 금을 채취했지만 이를 안정적인 재산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에 런던에서 이를 탕진하고 다시 바다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부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싱글튼은 해적 행위와 무역으로 배에 쌓아놓은 부를 안정적인 재산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경제적 통찰(과 자본이 증가하게 하는 칭찬할 만한 능력)과 다른 한 편으로는 소비와 허비로 인해 궁극적으로 빈궁으로 향하는 단순한 축적 사이의 대비”(De Michelis 78)를 지적하면서, 이제 『싱글튼 선장』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싱글튼이 적법과 불법의 경계를 급진적으로 무시하면서 축적한 부를 안정적인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세계로 귀환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싱글튼 선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싱글튼과 윌리엄이 영국으로 귀환하는 일화는 적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축적한부는 안정적 재산으로 제대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즉 싱글튼 방식으로 부를 획득하고 축적하는 비전의 한계를 노정한다.

집으로 귀환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윌리엄의 권유에 대한 싱글튼의 답은 그가 생각하는 집은 정착의 근거지로서 전통적 개념의 집이 아님을 드러낸다. “그런데당신은 나한테 집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 안 해주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과 나는 의견이 다를 것이에요. 나는 지금 집에 있고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에요, 나는 살아오면서 다른 집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but you have not explained what you mean by Home, and there you and I shall differ. Why, Man, I am at Home, here is my Habitation, I never had any other in my Life time; 256). 싱글튼은 집과 지리적 소속의 연계를 거부하면서 그가 현재 있는 곳을 집으로 생각하는 바, “싱글튼이 지리적 소속을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계약이라는 자연화된 담론과 장소와 재산을 근거로 하는 소속의 전제를 의문시하는 탈영토화된 주체의가능성을 수용한다”(Newman 570). 그러나 정착의 대상지이자 부를 안정화하는 근거지로서 집을 거부하는 것은 싱글튼이 모아놓은 부가 사회에서 부로 제대로기능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싱글튼 선장』의 마지막은 참회록의 문법을 충실히 이행하는바, 윌리엄은 싱글튼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영국으로 귀환하게하기 때문이다. 싱글튼과 윌리엄의 귀환은 참회와 귀향이라는 참회록의 정통적인 전개이기도 하지만 또한 적법과 불법의 경계를 급진적으로 무시하고 획득한 부가 기존 사회에 제대로 편입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싱글튼은 해적 행위를 할 때 주로 스페인 선박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영국과 네덜란드 선박도서슴지 않고 공격하였기 때문에 영국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힘든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튼의 이 문제는 그가 제대로 영국 사회에 편입되는 것에 한계를 지운다. 싱글튼과 윌리엄은 이방인으로 행세한다는 조건에서, 즉 윌리엄의 누이 이외에는 윌리엄이 영국에 돌아온 것을 윌리엄의 친척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수염을 길러 그리스인으로 행세하며, 윌리엄의 누이를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 앞에서도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고 영국으로 돌아온다(277). 싱글튼과 윌리엄은 영국으로 돌아오지만 싱글튼과 윌리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영국에서 이방인으로 숨어 사는 싱글튼과 윌리엄의 모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엄청난 부의 획득이 가능하지만 엄청난 부를 제대로 재산으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적시하는바, “싱글튼과 윌리엄의 영국으로의 귀환은 홉스(Hobbes)적인 무역 이데올로기에 동반하는 희소성의 원칙들과 약탈적인 교역은 영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Wear 595). 아프리카 내부에서 채취한 금과 함께 영국에 돌아온 싱글튼의 첫 번째 귀환이나 해적 행위와 무역으로 부를 획득하여 영국으로 돌아온 두 번째 귀환 모두 싱글튼의 “무적(無籍, placelessness)의 문제에 어떤 만족스러운 해결책도 제공해주지 못한다”(Geriguis 194). 첫 번째 귀환 후 싱글튼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부를 급속히 탕진해버리고 두 번째 귀환 후 그는 이방인으로 가장하여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싱글튼 선장』을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 이은 메타 서사의 한 마디로 읽을 때 싱글튼의 실패는 희소성의 세계에서 부를 획득하는 데 있어 많은 점을 시사한다.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내륙을 횡단하든지 오대양의 바다를 항해하든지 움직임의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며, 엄청난 부는 약탈과 유리될 수 없는 것으로드러난다. 서로 다른 가치 체계의 조우에서 한 가치 체계의 물품을 털든, 아프리카 내부에서 흑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금을 채취하든, 바다에서 해적 행위로 남의 재화를 약탈하든, 공정한 무역이라고는 하나 관세를 회피하는 무역을 하든, 부를 엄청나게 획득하기 위해서 희소성의 세계에서 약탈은 불가피한 것으로 밝혀진다. 그렇지만 동시에 부의 약탈적인 획득은 그 부를 사회에 안착시키는 데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서 크루소의 쓰라린 경험을 엄청난 부의 획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크루소의 후예들은 싱글튼의 실패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약탈은 하되 그 약탈을 합법화할 수 있는방법은 무엇인가, 즉 엄청난 부를 약탈을 통해 획득하되 그 부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게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포는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남해로 간다.

IV. 남해와 경쟁에서 자유로운 무역의 소망

엄청난 이익을 얻는 교역/무역은 근본적으로 약탈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싱글튼의 경우는 이런 교역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했을 때의 문제를 노정한다. 약탈은 다른 사람의 (잠재적이건 현재적이건) 부를 탈취하는 것이기에 피해자를 만들며 그 피해자가 같은 사회에 소속하는 경우 가해자는 사회로부터 비판/단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계일주』는 개인이 무계획하게 행하는 약탈적 교역이 아니라 (국가까지 포함한) 집단이 조직적으로 약탈적 교역을할 때 엄청난 부를 획득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새로운 세계일주』의 화자는 항해를 발주한 상인들로부터 기존의 동에서 서가 아니라 서에서 동으로 남해지역을 거쳐 세계일주를 하고 남아메리카에서는 파타고니아 지역의 식민화 가능성을 모색하라는 비밀 미션을 받는데, 선장과 선원을 구성하는 데서부터 이 항해가 조직화된 약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 배는 화자와 영국인 선장, 선원 이외에 프랑스인 선장, 선원과 플랑드르인 선원, 상인을 태우고, 멕시코 등 뉴스페인 지역에서는 스페인과 동맹인 프랑스 선박으로 위장해 무역을 하고 바다에서 스페인 선박을 만나면 사략 허가(Letters of Mart)에 근거해 영국 배로서 스페인 선박을 약탈하고 동인도 제도의 영국이나 네덜란드 정착지에서는 플랑드르 선박으로 무역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31-32). 두 명의 선장과 다양한 국적의 선원을 태우고 필요에 따라 배의 국적을 바꾸면서 지리상의 발견, 사략(privateering)과 무역을 오가려는 이 배는 기본적으로 모험을 하는 배이지만 모험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의 창출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배이다. 그래서 화자는 마닐라를 떠난 후 어느 방향으로 항해를 할지 고민하다 “항해의 모든 것은 무역 항해의 이익과 편의에 복종하도록 되어 있었다”(yet it was all to be so directed, as to be subservient to the Profits and Advantages of a trading and cruising Voyage.; 95)는 항해의 주목적을 상기하고는 남해로 항로를 튼다. 이 배의 항해는 모든 행위의 궁극적 목적이 부의 획득이라는 점에서 싱글튼의 해적 행위/무역과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중요한 차이 하나에 주목해야 하는바,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스페인 배에 대한 사략은 국가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지는 것이며 배의 국적을바꾸어 프랑스, 네덜란드, 뉴스페인에서 무역을 하는 것은 이미 출발 때부터 영국 상인들에 의해 발주되었다는 사실이다. 『싱글튼 선장』과는 달리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모험과 약탈적 사략/무역은 집단의 조직화된 행위이고 이런 차이를 통해 디포는 ‘합법적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할 방안을 모색한다.

『새로운 세계일주』가 『싱글튼 선장』과 다른 점은 권력과 적대적 관계를 맺는 싱글튼과는 달리, 화자의 배는 허가를 받아 사략을 하고 밀무역을 하더라도 권력과 공모하여 한다는 사실이다. 스페인령 마닐라에서의 무역은 이런 권력과의 공모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마닐라에 프랑스 선박으로 위장하고 기항한 화자의 선단은 환영을 받지만 공식적으로 무역을 할 수 없는 바 스페인 선박 이외 선박과의 무역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닐라에서 무역은 선물 교환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마닐라 총독은 처음에는 이런 형식의 무역에 눈감아주다 나중에는 참여까지 한다(90). 『새로운 세계일주』는 적법과 불법을 넘나들며권력과 함께 하는 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할 가능성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화자는 이후 남반구에서 남아메리카를 향해 다른 유럽 선박들이 가지 않은 항로를 가면서 섬들을 발견하는데, 이 섬들에서 무한한 부의 가능성을 본다. 이 미지의 섬들에는 금이 있고, 이 섬들과의 교역은 영국의 물품을 팔고 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영국 산업에 해가 되지 않으며,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 섬들의 존재를모르기 때문에 영국이 교역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섬들은 남아메리카로 가는 항로에서 훌륭한 중간 기착지이자 이상적인 무역대상지인 셈이다. 화자는중국과의 무역은 영국이 은을 주고 영국에 불필요하거나 영국 산업에 해가 되는 물품을 사는 무역인 반면(130-31), 이 섬들과의 무역은 영국의 물품을 팔고 금이나 향료를 받는 중상주의적 관점에서 이상적인 무역임을 강조한다. “남쪽의 잘 안 알려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우선 수가 매우 많고, 의복이 필요한 온화한 기후에 살며, 의복을 만들기 위한 재료나 제조업이 없기 때문에, 영국 모직을 많이 수입할 것이다. 특히 영국인들이 그들과 섞여 살며 그들을 문명화하고 그들에게 편안과 편리를 위해 의복을 입도록 가르쳤을 때는. 그리고 우리는 영국 모직물의 대가로 분명히 세상에 알려진 가장 좋은 제품이자 수익인 정금(正金)을 받고 향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the People in the Southern unknown Countries, being first of all very numerous, and living in a temperate Climate, which requires clothing, and having no Manufactures, or Materials for Manufacture of their own, wou’d consequently take off a very great Quantity of English Woollen-Manufactures, especially when Civiliz’d by our dwelling among them, and taught the Manner of Clothing themselves for their Ease and Convenience; and in Return for these Manufactures, ’tis Evident, we shou’d have Gold in Specie, and perhaps Spices; the best Merchandize and Return in the World.; 131). 식민화된 이 섬들과의 무역은 금을 획득하는 것이기에, 디포는 “영국의 아시아 지역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답은 이 발견되지 않은 태평양 섬들에 있다”고 제안하는 셈이다(Markely, “Romance of the South Seas” 163). 앞에서 지적한 바 화자가 이 지역을 “새로운 세계들, 새로운 국가들, 그리고 새로운 부와 교역의 소진되지 않은 자원”(new Worlds, new Nations, and new inexhaustible Funds of Wealth and Commerce, such as never were yet known to the Merchants of Europe; 131)으로 강조하는 것은 영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지역을 자신이 찾아냈다는 성취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소진되지 않는”이라는 희소성의 원칙에 반하는 표현이 의미하는 것처럼 크루소와 싱글튼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이 해야 하는 무역의 성격도 분명히 한다. 이 무역은 영국 제품, 특히 직물을 팔고 대가로 금이나 은을 받는 무역이라야 하며, 다른 국가가 개입하여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배타적 무역이어야만 한다. 이 무역은 희소성의 현실이 강요하는 경쟁을 극복하여 영국이 정한 조건으로 영국의 제품을 팔고 영국에 금이나 은이 유입되는 영국인들의 소망을 충족하는 무역이어야 하는것이다.

이런 희소성의 원칙을 극복하는 무한한 부를 획득하는 무역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기에 『싱글튼 선장』에서 엄청난 금을 채취하는 아프리카 내부가 추상적인 공간으로 남듯이 이 섬들도 미지의 공간에 존재한다. 무한한 부가 획득되는 장소는 상상의 공간이기에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동시에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무한한 부의 획득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의 발행과 거래에서 알 수 있다시피 자본주의의 본질은 부에 대해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의 실현을 연기하면서 약속을 물적 가치(주식)로 전환하여 약속을 거래하는 것이듯이,[13] 이 섬들을 미지의 공간에 위치시키는 것은 약속을 하고 약속 실현을 연기하는 것이지결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와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마닐라를 떠난 지 8개월 만에 화자의 선단은 남아메리카 칠레 서쪽의 후안 페르난데즈(Juan Fernandez) 섬에 도착하고 이후 선단은 페루의 리마(Lima)까지해안을 따라가며 북상했다 다시 남하하면서 무역과 사략을 병행하면서 (당연히) 많은 이득을 얻는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화자가 무역이나 사략을 하면서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지배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모은다는 사실이다. 화자는 스페인인들과 거래를 하면서 그 지역의 원주민을 통해 스페인 지배에 대한원주민의 태도를 파악하고 사략으로 포로가 되었다가 친구가 된 스페인인 농장주(소설에서는 계속 스페인인으로만 불린다)로부터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지배에대해 스페인 식민자 관점의 정보를 얻는다. 물론 화자가 남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스페인인으로부터 얻은 것으로 해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정보는 영국이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 지역 경략을 통해 희소성의 원칙을 초월해 무한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디포가 구성하는 선전으로서의 정보이다.

이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 지역이 매력적인 경략/투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나올 부가 많아야 하고, 스페인의 지배가 느슨해서 영국의 개발/식민화가 용이해야 하는바, 화자는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화자는 원주민들이 대대손손 스페인 지배를 증오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가 스페인에 대항하는 것을 도와준다면곧 온 나라에서 스페인인을 몰아낼 것이라는 정보를 전한다(152).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인이 전하는 스페인 통치에 대한 정보이다. 스페인인은 남아메리카에 있는 스페인인들은 대부분 멕시코시티에 있고 칠레에는 화자의 추정과 달리 오로지 2,500명 정도의 스페인인밖에 없다고 한탄한다(171). 이 스페인인은 남아메리카에는 알려진 것보다 무한히 더 많은 부가 있으며 페루의 몇몇 산에는 은이 풍부히 있고, 칠레에는 세상의 나머지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금이 있으며 매년 안데스산맥에서 칠레로 씻겨 내려가 바다에 사라지는 금이 뉴스페인에서 유럽으로 20년 동안 가는 금보다 더 많은데, 그런데 이런 부를 스페인인들은 “자존심과 나태”(Pride and Sloth)때문에 개발을 안 한다고 한탄한다(173).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영국인이 아니라 이 스페인인이 주장하는 소유권의 의미이다. “저는 들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군주나 사람이 살면서 개발하지 않은 어떤 장소도 그들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금언이라지요. 그리고 실제로 저는 말이 된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군주도 사람들을 이주시키거나 소유하기에 적합하다 생각지 않는 지역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요. 왜냐하면 그런 군주는 그 땅을 비소유의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고 다른 국가가 와서 그 지역을 소유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I have heard, that it has always passed for a Maxim in Europe, that no Country, which is not planted by any Prince or People, can be said to belong to them; and, indeed, I cannot say, but it seems to be rational, that no Prince should pretend to any Title to a Country where he does not think fit to Plant, and to keep Possession; for if he leaves the Country unpossessed, he leaves it free for any other Nation to come and possess; 211). 소유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며 개발하는 것이고 따라서 사람을 이주시켜 개발하지 않는다면 소유권이 없는 것이라는 이 스페인인의 주장은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 지역은 스페인 국왕의 소유가 아니고 투자하고개발할 국가에 소유가 열려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스페인인은 이 논리에 근거해 스페인이 미시시피나 캐나다에 대해 프랑스와 권리를 다투지 않는 것도 카리브 제도나 버지니아나 뉴잉글랜드에 대해 영국과 소유를 다투지 않은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라고 말한다(211). 이 스페인인의 논리에 따르면 스페인은 이전에그랬던 것처럼 파타고니아를 개발하는 국가와 권리를 다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파타고니아는 영국의 경략에 문이 활짝 열려있는 셈이다.

이 파타고니아 지역은 영국 물품이 런던에서보다 열 배는 비싸게 팔리는 곳이자(188) 영국에서는 하인도 안 입을 조야한 직물이 군주에게 어울리는 옷감이 되는 곳이기에(189), 영국 산업의 근간인 직물업의 천국이다. 그리고 싱글튼의 아프리카 내부 횡단에서처럼 이 화자의 탐색과 이후 선발대가 안데스산맥을 넘어 남아메리카 동해안으로 향하는 횡단에서 ‘무한한’ 금을 발견하고 채취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일주』의 문법상 당연한 귀결이겠다. 그리고 화자와 그의 선단은 무사히영국으로 돌아오면서 이들의 세계일주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남해에 진입한 이후의 『새로운 세계일주』는 영국이 남해에서 희소성의 원칙을 극복해 무한한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제안서로 변모한다. 화자는 이 지역이 영국이 조직화된 투자와 경략을 하면 중상주의적 횡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세계일주』는 스페인령 남아메리카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으니 “남아메리카의 동해안을 식민화하자는 디포 제안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허구적인 탐색”(Tack 325)이자“엷게 가장된 식민 선전”(Rummell 16)이라 할 수 있으니, 화자는 영국이 부를 무한히 획득하기 위해서는 남해의 식민화를 통해 자유무역이 아닌 경쟁에서 자유로운 무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해와 중국에서 크루소가 경험한 좌절에서 시작된 세계무역에서 승자로서 무한한 부를 긁어 담고 싶다는 소망은 싱글튼을 거쳐 『새로운 세계일주』의 화자에 이르러 드디어 실현 방법을 찾는다. 그 방법은 무역의 호혜적 성격을 믿는 순진한 자유무역도 아니고 개인적 차원의약탈과 약탈적 무역도 아닌 국가 차원의 기획과 투자에 기반한 식민지 개발을 통한 독점적 무역, 하나의 보호무역(남아메리카와 스페인의 무역)을 다른 보호무역(남아메리카 영국 식민지와 영국의 무역)으로 대체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V. 장소로서의 남해와 약속으로서의 남해

『새로운 세계일주』의 화자는 싱글튼의 문제를 극복한 듯이 보인다. 그는 약탈행위를 하더라도 허가받은 사략을 통해 부를 획득하며, 약탈적인 무역을 하더라도 국가 차원으로 조직된 식민화와 동반된 무역을 주장함으로써 희소성의 원칙을 극복하여 부를 획득하고 획득한 부를 문제없이 안정적인 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싱글튼은 희소성의 원칙이 강요하는 경쟁에서 적법과 불법의 경계를 급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사회에 제대로 편입되는 것에 실패하지만, 『새로운 세계일주』의 화자는 적법과 무법의 구별이 작용하지 않는 국가 차원의 식민을 주장함으로써 무한한 부를 ‘쉽게’ ‘문제없이’ 획득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러나 화자가 제안하는 남해는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와 영국인들의 소망이 투영된 상상의 장소로서만 소망 충족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화자는 실재하는 공간인 남해에서 작동할 계획을 제안하기에 현실 세계에서 희소성의 원칙을 극복하는 묘안을 제시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가 형상화한 남해는 실재하는 것으로 가장된 상상의 공간이다. 화자는 남해의 섬들을 미지의 섬으로 남겨놓으며 선발대가 안데스산맥을 넘어 횡단한 파타고니아도 싱글튼의 아프리카 내부처럼 피상적으로 구성된 추상적인 공간으로 남겨둔다. 영국이 남해에 투자하여 이 지역을 식민화하고 무역을 하면 무한한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이 ‘새로운 세계들’에 대한 약속은, 디포에게는, 허구와 사실, 투기와 투자 사이의 구분을 흐리면서 태평양 무역과 탐험에 대한 계획을 이성적인 기획으로 만드”는것은 사실이지만(Markley, “Imagining the Pacific” 204), 화자의 제안은 실현이 연기된 약속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화자가 제안한 이 상상 속의 남해가 실제화되는 순간 남해는 현실의 희소성의 원칙으로 소환된다. 현실의 희소성의 원칙으로 소환된 남해는 스페인이 영국의 남해 경략을 묵인할 것인가, (당연히) 묵인하지 않는다면 남해의 항구들을 점령하고 식민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인가, 남해에 금이 있고 중간 기착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섬들은 실제로 있는가, 남아메리카에 정말 많은 금이 있는가, 그리고 투입할 재원은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인가 등의 냉정한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이 모든 현실적인 질문에 남해가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엄청난 이익을 내는 남아메리카와의 독점적 무역은 현실화되는 순간 이 무역을 탐내는 다른국가와의 경쟁에 소환되어 버리고 그 순간 경쟁에서 자유로운 무역은 사라지고 만다. 애초 디포가 남해 경략을 주장한 것은 네덜란드와의 그리고 세계무역의 패자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떠나 영국이 경쟁 없이 부를 ‘줍는’ 무역을 꿈꾸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환기한다면 경쟁으로 소환된 남해는 더 이상 남해가 아니다.

그래서 남해는 긁지 않은 복권처럼 실현이 연기된 약속으로만 기능해야 영국인의 소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 복권을 긁는 순간 약속은 (극히 드물게) 실현되거나 (대부분) 실현되지 않으면서 복권의 실제 가치가 드러나고 소망/신기루는 깨어지듯이, 남해 역시 무한한 부를 약속하는 추상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어야 비장의한 수로 주머니에 넣어둔 긁지 않은 복권처럼 소망/신기루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해는 지구상에 실재하는 구체적 공간이지만 동시에 희소성의원칙을 벗어나 무한한 부를 꿈꾸는 영국인들에게는 지구본 위에만 존재하는 약속을 하고 약속 실현을 연기하는 그래서 한편으로 애를 태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약속 실현의 희망을 가지게 하는 그런 상상 속의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크루소의 후예들은 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하지만 윤리적인 요구도 충족시키는 부의 축적도 그리고 실제 세계에서 무한한 부의 획득도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엄청난 부를 획득하려면 윤리적 문제를 무시하고 부의 약탈적 성격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 그리고 엄청난 부를 넘어선 무한한 부는 소망이 투영된추상적 공간에서 약속으로만 기능한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크루소의 후예들은 약속하고 약속의 실현은 연기하면서 약속의 실현이라는 신기루는 믿게 하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모험과 모험에서 파생하는 부의 축적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셈이다.

인용 문헌

전인한. 「남해로 가는 길: 로빈슨 크루소 삼부작에서 읽는 자본주의의 거품기 작동 이야기」. 『안과밖』 51호 (2021): 39-64.

Anderson, Hans T. “The Paradox of Trade and Morality in Defoe.” Modern Philology 39.1 (1941): 23-46.

Aravamudan, Srinivas. “Defoe, Commerce, and Empire.” The Cambridge Companion to Daniel Defoe. Ed. John Richetti. Cambridge: Cambridge UP, 2008. 45-63.

Blackburn, Timothy C. “The Coherence of Defoe’s ‘Captain Singleton’.” Huntington Library Quarterly 41.2 (1978): 119-36.

Brown, Laura. “Defoe’s ‘Black Prince’: Elitism, Capitalism, and Cultural Difference.” Defoe’s Footprints: Essays in Honour of Maximillian E. Novak. Ed. Robert M. Maniquis and Carl Fisher. Toronto: U of Toronto P, 2009. 153-69.

Defoe, Daniel. The Life and Strange Surprizing Adventures of Captain Singleton, Ed. Shiv K. Kumar. New York: Oxford UP, 1990.

—.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Ed. John McVeagh. Vol. 10 of The Novels of Daniel Defoe. London: Pickering & Chatto, 2009.

Review of the State of the British Nations (1706-13). Ed. Arthur W. Secord. 22 vols. New York: Columbia UP, 1938.

—. The Trade to India Critically and Calmly Considered. London, 1720.

De Michelis, Lidia. “‘A Tale-Gathering in Those Idle Desarts’: Movement as Improvement in Defoe’s Captain Singleton.” Quaderni di Acme 30 (1997): 45-90.

Dharwadker, Aparna. “Nation, Race and the Ideology of Commerce in Defoe.” The Eighteenth Century 39.1 (1998): 63-84.

Downie, J. A. “Defoe, Imperialism, and the Travel Books Reconsidered.” The Year Book of English Studies 13 (1983): 66-83.

Fisher, Carl. “‘The Project and the People’: Defoe on the South Sea Bubble and the Public Good.” Defoe’s Footprints: Essays in Honour of Maximillian E. Novak. Ed. Robert M. Maniquis and Carl Fisher. Toronto: U of Toronto P, 2009. 177-88.

Geriguis, Lora E. “‘A Vast Howling Wilderness’: The Persistence of Space and Placelessness in Daniel Defoe’s Captain Singleton.” Topographies of the Imagination: New Approaches to Daniel Defoe. Ed. Katherine Ellison et ali. New York: AMS, 2014. 185-207.

Grasso, Joshua. “The Providence of Pirates: Defoe and the ‘True-Bred Merchant’.” Digital Defoe: Studies in Defoe & His Contemporaries 2.1 (2010): 21-40. 

Jenkins, Eugenia Zuroski. “Defoe’s Trinkets: Figuring Global Commerce in the Early Eighteenth Century.” Global Economies, Cultural Currencies of the Eighteenth Century. Ed. Michael Rotenberg-Schwart and Tara Czechowski. New York: AMS, 2012. 197-214.

Lee, Sungho. “Mercantile Gentility out of Reach: Moral Cartography and Rhetorical Guidance in Defoe’s Captain Singleton.” Modern Language Review 112.2 (2017): 299-319.

Markley, Robert. “‘So Inexhaustible a Treasure of Gold’: Defoe, Capitalism, and the Romance of the South Seas.” Eighteenth-Century Life 18 (1995): 148-67.

—. “‘The Southern Unknown Countries’: Imagining the Pacific in the Eighteenth-Century Novel.” The Cambridge History of the English Novel. Ed. Robert L. Caserio and Clement Hawes. Cambridge: Cambridge UP, 2012. 196-212. 

Newman, Ian. “Property, History, and Identity in Defoe’s Captain Singleton.” SEL 51.3 (2011): 565-83. 

Rummell, Kathryn. “Defoe and the Black Legend: The Spanish Stereotype in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Rocky Mountain Review of Language and Literature 52.2 (1998): 13-28.

Scrimgeour, Gary J. “The Problem of Realism in Defoe’s Captain Singleton.”  Huntington Library Quarterly 27 (1963): 21-37. 

Tack, Jane H.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Defoe’s Roman à Thèse.” Huntington Library Quarterly 24.4 (1961): 323-36.

Turley, Hans. “Piracy, Identity, and Desire in Captain Singleton.” Eighteenth-Century Studies 31.2 (1997/98): 199-214.

Walmsley, Peter. “The African Artisan Meets the English Sailor: Technology and the Savage for Defoe.” Eighteenth Century: Theory and Interpretation 59.3 (2018): 347-68. 

Wear, Jeremy. “No Dishonour to Be a Pirate: The Problem of Infinite Advantage in Defoe’s Captain Singleton.” Eighteenth-Century Fiction 24.4 (2012): 569-96.

Williams, Glyndwr. “‘The Inexhaustible Fountain of Gold’: English Projects and Ventures in the South Seas, 1670-1750.” Perspectives of Empire: Essays Presented to Gerald S. Graham. Ed. John B. Flint and Glyndwr Williams. London: Longman, 1973. 27-53.

The Explorer-cum-merchant-cum-pirate in the South Seas: The Mirage of Infinite Wealth Revealed in Captain Singleton and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examine the desire to obtain infinite wealth in Daniel Defoe’s Captain Singleton and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First, this paper examines Defoe’s mercantile protectionism in trade thinly disguised as the advocacy for free trade. Then, this paper analyzes how Singleton amasses considerable wealth through his journey across the African interior and his subsequent engagement in piracy and trade on the high seas. Captain Singleton reveals, this paper argues, that there is only a vague line between legitimate trade and piracy; the amassment of wealth cannot but be predatory in the world governed by the scarcity principle; the accumulation of wealth by predatory means exacts the price. Third, this paper investigates how, in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Defoe attempts to overcome Singleton’s failure through the narrator’s scheme of developing the South Seas where, he believes, Britain can acquire infinite wealth through the colonization of the southern part of South America. This paper points out that, though attractive as colonial propaganda, the narrator’s scheme is only viable in the imaginary South Seas where the scarcity principle is absent. This paper concludes that Defoe’s dream of infinite wealth turns out to be a mirage that only reveals the insatiable pursuit of wealth in the wake of modern capitalism.

Key words

Daniel Defoe, Captain SingletonA New Voyage Round the World, the scarcity principle, competition, infinite wealth, trade, commerce, piracy  

논문 투고 일자: 2024. 4. 19.

심사 완료 일자: 2024. 5. 31.

게재 확정 일자: 2024. 6.  2.

전인한

서울시립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1] 디포에 대한 기존 연구 중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부의 획득 욕망에 주목한 연구는 『새로운 세계일주』에 대한 마클리(Robert Markley)의 두 연구(“Romance of the South Seas”, “Imagining the Pacific”)가 유일하다. 마클리의 연구가 『새로운 세계일주』에 등장하는 남해에서의 ‘가늠할 수 없는’ 부 획득의 욕망 분석에 집중하는 반면 이 글은 『싱글튼 선장』과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가늠할 수 없는’ 부 획득 욕망의 기원을 그의 이전 모험소설인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서 찾으면서 디포가 왜 하필이면 남해에서 ‘가늠할 수 없는’ 부의 획득을 욕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심문한다.

[2] 이 글은 『싱글튼 선장』의 텍스트로 Daniel Defoe, The Life and Strange Surprizing Adventures of Captain Singleton, ed. Shiv K. Kumar (New York: Oxford UP, 1990)을, 『새로운 세계일주』의 텍스트로 Daniel Defoe, A New Voyage Round the World, ed. John McVeagh, vol 10 of The Novels of Daniel Defoe (London: Pickering & Chatto, 2009)를 사용하였다.

[3] 로빈슨 크루소 연작과 『싱글튼 선장』, 『새로운 세계일주』을 하나의 메타 서사로 분석하는 프로젝트는 두 편의 논문으로 기획되었다. 로빈슨 크루소 연작에서 크루소의 모험과 무역을 통하여 18세기 세계무역에서 영국의 지위와 한계를 절감하는 디포에게는 ‘남해’라는 실제로 존재하면서도 상상으로 구성된 소망 충족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졸고 『남해로 가는 길: 로빈슨 크루소 삼부작에서 읽는 자본주의의 거품기 작동 이야기』 참조. 이 글은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글로서 『싱글튼 선장』과 『새로운 세계일주』를 분석 대상으로 하여 디포가 제시하는 소망 충족의 논리와 그 허상을 밝힌다.

[4] “남해”(South Sea)는 엄밀히 말하면 태평양에서 적도 이남의 대양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18세기 영국에서 남해는 남아메리카(이중 특히 스페인 국왕령이지만 스페인이 운영에 관심이 없다고 믿는 남아메리카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와 남중국해와 남아메리카 서해안 사이의 바다 그리고 그 바다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할 것으로 기대하는 섬 및 대륙을 지칭한다. 남해 경략에 대한 당대의 여러 제안과 『새로운 세계일주』에서 볼 수 있듯이 18세기 영국인들에게 남해는 경략이 현실화되면 무한한 부가 창출될 희망 공간이었다. 

[5] 이 글은 『리뷰』의 텍스트로 Daniel Defoe, Review of the State of the British Nations (1706-13), ed. Arthur W. Secord, 22 vols. (New York: Columbia UP, 1938)을 사용하였다. 이후에는 권과 페이지만 제공하기로 한다. 

[6] 영국은 스페인왕위 계승전쟁(The War of Spanish Succession, 1701-1714)을 끝내는 유트레히트 조약(The Treaty of Utrecht, 1713)을 통해 30년 동안 남아메리카에 연 4800유닛의 노예를 공급할 권리와 500톤 이하의 무역선을 연 1회 보내 무관세로 무역할 수 있는 권리(Asiento)를 얻는다. 이전에 프랑스가 독점했던 노예무역권을 영국이 가져온 것과 영국 무역선에 남아메리카의 스페인령이 항구를 열어준 것은 남해와의 무역에 있어서 진전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은 노예무역에서 큰 이익을 얻지 못했고 무역선은 이익을 남기기는 했으나 총 6회밖에 보내지 않았으며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와 스페인 정부 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가장 큰 이익은 이런 공식 무역이 아니라 노예무역선이나 연 1회 무역선을 통한 불법 무역에서 나온다.

[7] 남해 거품이 터지고 난 뒤 대중의 광기를 잠재우면서 남해 경략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유지하기 위한 디포의 노력에 대해서는 Fisher 참고. 남해회사 계획의 성취 가능성에 대한 디포의 회의와 남해 개발에 대한 디포의 대안 제시에 대해서는 Williams 39-42 참고.

[8] 디포의 모험소설에서는 이동하는 즉 모험하고 무역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유럽인들이고 정주하면서 유럽인들과의 무역에서 유럽식 가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원주민들이라는 점에서, “움직임은 디포에게는 근대성의 표식이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Walmsley 351).

[9] 디포는 일찍이 『리뷰』 1711년 5월 5일호에서 유럽식 교환가치 체계에 대한 아프리카인의 무지와 그 무지를 이용한 횡재의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은(아프리카인들은) 다른 국가들이 그들이 가진 그 적은 것들을 가져가게 하고 구슬이나 노리개를 받는다. 우리는 이 금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을 속이기 딱 좋고 나머지 세상에 노예가 되는 쓸모없는 무리라는 것 외에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They let other Nations fetch that little they find from them, and pay them in Beads and Baubles; and how do we esteem the People of Afric with all their Gold, but as a poor heap of Useless Creatures, fit to be Bubbl’d, and made Slaves to the rest of the World.; 8: 71).

[10] 싱글튼 무리들의 해적 행위에서 폭력적인 장면 묘사가 없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력에 대한 묘사의 결여에서 이후 폭력 자체의 결여로 넘어가는 것은“싱글튼이 전쟁의 상태를 거쳐 평화롭고 문명화된 사회로 지속적으로 진보하는 것을 강조”(Blackburn 130)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11] 디포는 『메르카토르』(Mercator) 155호에서 무역의 목적은 오로지 이윤 추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교역에 있어 파당도 우군도 적도 없다. 다른 면에서는 우리를 증오하고 또 우리가 증오한다 하더라도, 이익을 보며 무역을 할 수 있으면 그들은 우리의 친구이다. 우리는 무역에 있어서 휘그도 없고 토리도 없다. . . . 교역에 있어서는 가톨릭교도 없으니 그들이 어떤 신을 숭배하든 우리는 상관할 바 아니다. . . . 우리는 무역에 있어서 이익이라는 하나의 우상만 숭배한다”(We know no Parties in Commerce, no Alliances, no Enemies; they are our Friends we can Trade with to Advantage, tho’ otherwise hating us and hated by us . . . we know no Whig or TORY in Trade: There is no Popery in Commerce; it matters not to us what God they worship . . . our Commerce worships but one Idol, viz. GAIN.; Anderson 32에서 재인용)”.

[12] 여기에서 안정적인 재산은 사회에서 적법성을 인정받으며 문서로 소유가 인정되는 부동산 및 동산을 의미한다. 배 안에 쌓아놓은 금은 언제든 탕진할 수 있고 또한 약탈될 수 있기에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어디서 어떻게 부를 모아 쌓아놓든 그 부가 안정적인 재산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부의 축적은 완성되지 않는 셈이다.

[13]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빚이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자본이 되고 빚으로부터 전환된 주식이 그 자체로 부의 창출 수단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졸고 「남해로 가는 길」 44-45페이지 참고.

영미문학연구

Journal of English Studies in Korea

46 (2024): 24-60

http://doi.org/10.46562/jesk.46.2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