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6호] [서평] 도로 위의 배달공장과 ‘공통체’를 전유하는 플랫폼, 박정훈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한겨레출판, 2023) /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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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산업은 공공재인 ‘도로’를 죽음을 생산하는 ‘배달공장’으로 전유하고 있다. 이는 도로교통사고 사망 노동자 77명 중 39명이 배달노동자라는 사실(2022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2023년 2월 발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달 서비스를 둘러싼 여러 행위자들의 속도 경제가 여기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 빠른 배달 서비스를 광고하는 플랫폼 기업의 욕망과 여러 건의 배달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은 라이더들의 욕망 그리고 빠르게 허기를 채우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이 공공의 도로를 죽음이 도사리는 속도 노동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플랫폼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책임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 죽음에 대한 공방에서 비껴나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통해 혁신으로 포장된 K-플랫폼산업의 현실을 폭로했던 배달라이더 박정훈의 이번 책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는 속도 경쟁을 통해 죽음과 위험을 생산하는 플랫폼 산업의 시스템에 어떤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자는 제안이다. 이 제안에 응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소음과 교통위반 등의 불쾌를 생산하는 라이더들을 ‘딸배’라고 비판하며 악플을 다는 불편한 감정은, 사실 플랫폼 노동 구조에 얽혀 있는 우리(소비자)의 욕망에 대해서는 슬쩍 눈감고 있는 기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랫폼 산업의 모순에 대한 배달라이더 박정훈의 예리한 고발장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에게도 송부되는 중이다. 

배달 플랫폼 기업은 소통과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함으로써 배달 서비스의 공급과 소비 주체들이 서로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앱 화면의 귀여운 아이콘을 보면서 라이더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배민1, 요기요익스프레스, 쿠팡이츠는 주문과 배달을 동시에 하는 앱으로서 배달노동자의 위치 정보를 손님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라이더들을 ‘보여짐’의 구조에 노출시키면서 판옵티콘의 수감자로 만들고, 소비자들을 노동자의 작업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 감독하는 매니저 또는 감시자로 만든다. 움직이지 않는 점(오토바이)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의 컴플레인을 접수한 플랫폼 기업은 단지 ‘중개자’로서 라이더에게 빠른 배달을 지시한다. 배달 플랫폼 기업은 노동의 위험과 산재비용을 라이더에게 외주화하는 것을 넘어 이제 노무관리를 소비자에게 외주화하는 데에도 성공한 셈이다. 

따라서 박정훈의 보고서는 라이더들의 속도를 다그치며 그들의 근무태도를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소비자라는 이름의 우리가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공통’의 자산을 독점하면서도 책임은 최소화하는 플랫폼 기업의 혁신 전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지점도 보여준다. 즉 혁신의 진짜 얼굴이 AI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현장을 게임 화면처럼 가상화하고 배달경로를 배달료로 환산함으로써 라이더들의 욕망을 돈으로 변환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새로운 가면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 

2.

언제 어디에나 무엇이든 배달이 가능하다는 대한민국의 배달문화는 한류의 자랑 중 하나로 등극했다. 또 건별로 또는 초단기로 고용되는 플랫폼 노동의 형태[gig economy]는 노동 참여의 자율성과 함께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혁신경제의 사례가 되기도 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른바 ‘특고’)들의 노동은 온라인으로 조직되며 시공간의 한계를 부순다는 점에서 디지털 공유경제의 혁신 사례로 포장되고 있다. 안정적 서버만 존재한다면 온라인상에서 대기 중인 모든 불특정 다수들이 화면 터치만으로 플랫폼 노동에 참여 가능하다. 플랫폼 기업의 이러한 초단기 고용방식은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 가능하게 한다. 

배달노동자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업노동의 형태도 아니며 지속적 고용을 전제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각종 책임에서 자유롭다. (그럼에도 배달노동자들은 AI 알고리즘의 감시와 통제 아래 놓여 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노동자 개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장소로의 출퇴근 여부, 노동시간, 근속 연수 등의 관습적 기준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을 하는 동안 사용자의 관리와 감독에 종속적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기준으로 ‘노동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과 해지는 무한히 가벼워지며 노동의 형태 또한 단순해진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효율적 노동을 통해 고임금을 얻으려는 숙련노동자들보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초보 라이더들이 더 반갑다. 더구나 자율적 시장 참여(‘로그인’과 ‘로그아웃’)라는 가짜 혁신의 포장과 잘만 하면 수입이 꽤 짭짤하다는 팬데믹 시절의 풍문은 배달노동의 입직 문턱을 낮춤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외부인력(청소년 포함)까지 도로를 질주하게 만든다(2022년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신청 기업 1위가 ‘(주)우아한청년들’이다. 그리고 쿠팡, 쿠팡물류센터, 쿠팡이츠는 각각 2위, 7위, 9위에 해당한다. 나스닥에 상장된 쿠팡에 대한 책임을 따지려면 우리가 서학개미가 되어야 할 판이다). 원시적 형태의 노동력 축적은 무한하게 확장 가능해지고, 그만큼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이들을 산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직접고용하지 않는 방식(동네 배달업체)으로 책임에서 벗어난다. 즉 플랫폼 기업들은 특정 업무를 외주화하고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책임까지 외주화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혁신’을 이룬 셈이다. 

여러 경로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빅데이터는 수요의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AI의 발전은 사용자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 관련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라이더들을 고용하고 통제한다. 요약하자면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으로 포장된 디지털 공유경제의 ‘혁신’은 노동력 사용에 대한 책임에서 해방되고 싶은 자본의 오래된 욕망을 실현시켜준 셈이다. 

3.

플랫폼은 무수히 많은 초보 라이더가 도로 위를 질주해 소비자들의 문앞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플랫폼이 강조하는 것은 안전보다 속도다. 물론 숙련된 배달노동자들은 그곳이 주거지이거나 주된 사업장이어서 지역의 지리를 잘 알고 있다. 익숙한 지리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이동경로를 산출하는 숙련노동자에게 배달의 신이 접신되는 날은 현대판 “운수 좋은 날”(84면)이 된다. 단건 배송 참여자는 이를 꿈꾸는 초보 김첨지에 불과하다. 이들이 질주하는 도로 공간은 “치킨의 상대성 이론”(85면)이 적용되는 양자물리학적 공간이 된다. 라이더의 능력에 따라 저마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에게는 숙련된 라이더들보다 단 한 건의 배달에도 만족할 수 있는 초보 라이더가 더 반갑다. 숙련노동자들의 능력이 ‘단건 배송’을 늘리기 위한 플랫폼 기업의 전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지리에 익숙한 숙련된 라이더들은 배달 동선에 따라 ‘픽-픽-배-픽-픽-배-배-배’(‘픽’은 음식 픽업, ‘배’는 배달 완료)와 같이 여러 건의 배송을 한꺼번에 처리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창조되는 이들의 효율적 공간조직 능력은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다. 먼저 주문했음에도 나중에 배달되는 소수의 소비자들에 의해 플랫폼에 대한 불만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플랫폼 기업이 고안한 것이 바로 한 명의 라이더가 한 건의 배달만을 수행하는 ‘단건 배송’이다. 단건 배송은 소비자의 만족도 증가와 배달 가능 거리의 확장 그리고 플랫폼이 가져가는 광고 수수료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단건 배달 소화를 위한 초보 라이더의 유입은 필수적이다. “플랫폼은 노동자에게 오토바이를 제공할 필요도 없고, 출근시킬 공장을 제공할 필요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앱의 서버만 넉넉하다면 플랫폼은 시공간의 한계 없이 라이더를 축적할 수 있다”(110면). 이들 비숙련 배달노동자들의 시장 진입 문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폼들은 입직 과정을 단순화함으로써 라이더들의 숫자를 무한으로 확보한다(“배달 경험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 “앱에서 등록하고 바로 배달 시작”). 라이더로 접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는다. 쿠팡이츠의 ‘배달파트너’는 특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15세 미만의 청소년도 가능하다. 

또한 플랫폼은 AI가 배차와 동네별 배달료를 실시간으로 결정하면서 원시적으로 축적된 노동력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알고리즘 프로그램은 기업이 중간관리자를 고용해서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아껴준다. “AI 알고리즘이 노동을 통제하는 분야는 배달료, 배차, 배달 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보너스), 평점, 페널티 등 크게 6가지다”(117면). 배차 수락률, 배달 완료율, 고객 만족도로 측정되는 ‘평점’은 배달노동자를 평가하고 징계를 주는 기준이 된다. AI 배차는 일반 배차에 비해 일감의 획득과 소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라이더들이 자발적 감시체제로 유입되도록 유도한다. 라이더의 ‘과도한 거절’은 이후 배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는 ‘일시 해고’와 같다. 거절이 반복되면 며칠 동안 앱 접속이 차단된다. 영구 정지는 해고와 같다. 라이더들은 ‘등급’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1등급 라이더들에게는 좋은 배차와 프로모션들이 제공된다. 황금시간대에 스케줄 조정도 가능하다. AI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AI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은 임금 삭감, (일시) 해고, 대기발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배달노동자들은 AI의 지시에 종속되면서 디지털노동자로 전환된다. 따라서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이 제시하는 ‘AI에 순응하고 임금 적게 받기 vs AI에 저항하고 잘리기’라는 벨런스 게임에 강제로 참여해야만 한다. 

자율적인 시장 참여와 퇴출은 사실 노동시장 유연화의 다른 이름이다. AI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배차를 100% 수락할 경우, 자율적인 선택에 비해 주행거리는 증가하지만 시간당 배달 건수는 감소한다. 그리고 당연히 수익도 감소한다. 노동강도와 피로도는 증가하지만 AI 사장님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AI 알고리즘은 라이더들에게 ‘족쇄’로 불린다. 교통신호를 모두 지키며 배달하는 이른바 ‘신호 데이’에는 배달 건수와 수익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요약하면 배민, 요기요,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시스템은 “교통법규 위반을 전제로 설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도로 위 다양한 변수(날씨, 도로 환경, 앱지도상의 거리와 실제 거리의 차이, 지형 등)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다음의 인용문은 이와 같은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산업화가 낳은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비판한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인간이 마치 기계 부품처럼 쉼 없이 돌아갔다면, 라이더들은 스마트폰 앱 속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손님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인간이 아닌 귀여운 캐릭터가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공장은 인간을 기계처럼 대했고, 앱은 노동자를 인간이 아니라 데이터로 대한다.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은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 같다. 디지털 일터에 AI라는 새로운 기계, 새로운 컨베이어벨트가 도입됐다. AI에 대한 규제와 통제 없이는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안전 대책도 없다. (195~96면)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배달노동자들은 “동네 길거리가 돈처럼”(119면) 보이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소비자들은 그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속도가 승리하는 게임의 공간에서 안전과 노동자성은 상실되고, 플랫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4.

박정훈의 보고는 일상 공간인 도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시민들에게 도로는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는 공공재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들에게 도로는 ‘일터’이며 “산재사고의 현장”(39면)이다. 플랫폼 기업에게 도로는 혁신의 ‘공장’이다. 3차원의 현실공간은 스마트폰의 앱에서 2차원의 가상공간으로 변환된다. 앱의 화면은 AI의 배차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배차 지시 문자인 “전투콜”(82면)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배달료’라는 아이템들이 둥둥 떠다니는 새로운 공간 이미지를 제공한다. 무수한 경쟁자들보다 빨리 ‘득템’하기 위해 라이더들은 1초의 쟁탈전에 참전한다. 도로는 생존게임의 현장이자 일상 전투의 공간으로 재배치된다. 하루 100킬로미터 정도를 달린 한 배달노동자의 동선을 구글 타임라인 사진으로 변환시켜보면, 도시 위에 그려진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보인다. 사고로 인해 어느 배달노동자가 ‘로그아웃’ 되더라도, 눈과 비가 오더라도, 감염병의 재난이 사회를 고립시키더라도, 이 혁신적 시스템의 벨트는 멈추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서비스 주문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달료의 유혹이 새로운 배달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로그인’시키기 때문이다. 

‘도로’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시선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이 특정 자본에 독점되면서 부의 축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한다. 네그리(Antonio Negri)와 하트(Michael Hardt)는 우리가 생산하고 누리는 모든 것을 ‘공통적인 것’이라고 부른다. ‘공통적인 것’은 어디서든 생산되고 소비된다. 그것은 공기, 땅, 물과 같이 자연적 산물만이 아니라 지식, 언어, 정보, 정서, 소비 등 사회적 생산물을 포괄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의 행위정보(여가, 소비, 이익활동 등을 포괄하는 모든 인지적 요소)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본래적으로 이미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인식과 비물질적 형태로 존재하는 이 공통 자산의 특성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소유’의 대상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땅(자연적)과 노동력(비물질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국민국가와 자본주의는 이 ‘공통적인 것’을 생산하는 다중을 이용하고 배제하고 선점하고 독점하는 방식으로 소유의 공화국을 유지했다. 플랫폼 기업은 민첩하게 도로와 빅데이터라는 공통적인 것을 새로운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그리와 하트의 연구는 ‘다중’의 소통과 협력이 생산한 공동의 자본을 ‘소유’에 정초하여 사유화하거나 통제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 논리를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전 지구적 자본권력의 등장으로 인한 파국을 예견하고 경고(『제국』)했다. 신자유주의의 등장이 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이어서 이들은 제국적 자본의 매개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가 오히려 대항적 ‘다중’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통찰(『다중』)을 제시했다. 거대담론의 시대 이후 한국사회에 등장했던 새로운 운동세력들의 게릴라적인 형태들이 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들의 기획은 자본의 사적 지배와 국가의 공적 통제에 맞서 모두에게 개방된 ‘공통적인 것’의 구성을 옹호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역설하는 전망(『공통체』)으로 마무리되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수많은 다중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을까. 여하튼 이러한 주장은 우리 사회가 물질노동에 기반한 산업자본주의에서 비물질적인 것의 생산과 소비에 기반한 인지자본주의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과 기민하고 예리해진 다중들의 등장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네그리와 하트가 제시한 미래사회에 대한 대안적 사고에 만족해하는 사이, 그 착각의 대열을 뚫고 플랫폼 기업(자본)은 정보, 혁신, AI, 자율 등의 가면을 쓰고 개인들로부터 생산된 빅데이터를 이용해 엄청난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라는 혁신 모델을 통해 배달노동자들의 육체적이고 일차원적 노동을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노동 참여로 착각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박정훈의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우리의 착각을 통렬하게 비웃으면서, 공통적인 것을 독점하는 새로운 자본의 등장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징후를 보여준다. 플랫폼 기업은 공통체의 공유자산을 독점하고 있다. ‘공유’와 ‘혁신’은 공통체의 이익과 데이터를 독점하는 현실을 은폐하는 장막이다.

5. 

물론 박정훈은 “혁신과 첨단의 상징인 플랫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먹물들의 이론 대신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언어로 제안한다. “도로와 앱이라는 2개의 공장을 점검하지 않고서는 도로 위의 교통사고이자, 배달이라는 상품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13면). 이전에도 그의 행동은 현실적이고 즉각적이었다. 그는 2018년 서울시청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통해 배달노동의 현실을 알렸고, 이후 2019년 5월 1일 노동절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을 발족하면서 라이더들이 부딪히는 환경이 노동자들의 문제라는 점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 그는 공통의 데이터를 통해 이익을 독점하는 플랫폼이 말하지 않는 사실들을 고발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은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산재 등 사회보험 적용, 사용자의 책임 부과 그리고 데이터의 공적 활용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생각하게 한다. 도로 위에서 ‘지워지는 데이터’로 생을 마감하는 목숨들이 어떤 길잡이나 대비책도 없이 도로에 투입된 초보 노동자들이라는 사실, 배달 앱의 지도에서 움직이는 아이콘이 캐릭터나 음식이 아니라 입김 가득한 헬멧 안에 감춰진 노동자의 얼굴이라는 사실, 우리의 배고픔을 채우기 전에 가속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는 배달노동자들의 제도적 배고픔을 먼저 예리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로그아웃’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도로도 안전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로 위의 배달공장과
‘공통체’를 전유하는 플랫폼

박정훈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한겨레출판, 2023)

│김영삼│

金永三 문학평론가, 전남대 국문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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