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56호] [동향] 여성적 탄식시에서 여성의 탄식시로: 근대 초기 영국 여성 탄식시의 연구동향 / 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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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만과 탄식시, 그리고 여성 화자

중세·르네상스 시대 영문학에서 탄식(complaint)은 영어 단어 complaint가 흔히 우리말로 불만이나 불평으로 번역되듯 상황에 대한 시적 화자의 불만족을 나타내며, 특히 상실의 상황에서 호소하는 시적 화자의 탄식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 『시어 프린스턴 편람』(The Princeton Handbook of Poetic Terms)은 이 용어를 “공적·사적 부당함에 대한 불평자의 구체적 불만을 드러내는 극적이고 매우 감정적 애탄”(a dramatic, highlyemotional lament that reveals the complainant’s specific grievances against a public or private injustice)이라고 정의하며, 그 예를 주로 16~17세기에 출판된 풍자적이고 교훈적인 작품부터 사랑의 아픔을 포함하는 작품까지 다양하게 들고 있다.1) 16세기 중반 영국에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시대에 대한 불만과 처지를 탄식하는 글이 “튜더 탄식”(Tudor complaint) 문학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제시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출판되었으며,2) 사법적 영역의 고소장(complaint) 역시 이 시기를 거치며 불만족을 드러내는 문학과 영향을 주고받았다.3) 이러한 문학과 비문학 영역을 넘나드는 용어 사용이 보여주듯 비평가들은 탄식을 비평에 적용할 때 그 범위와 정의가 가지는 모호함과 유동성을 강조해왔다.4) 당대 작가와 비평가들 역시 탄식, 애탄(lament), 애가(elegy)를 큰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했기에 현대 비평에서 용어의 구분을 적용하는 것에는 일정 부분 어려움이 있다.5) 이 때문에 비평가들은 탄식을 장르가 아닌 화자의 어조와 시의 제재, 양식 등을 포함하는 작품의 모드(mode)으로 보고, 이 모드가 크게 성애・종교・정치 세 가지 주제하에 다양한 장르에서 혼재한다고 보고 있다.6)

이 중 20세기 후반 여성주의적 관심사의 증가와 함께 일인칭 여성 화자를 사용하는 탄식시가 비평가들에게 여성 탄식시(female complaint)로 불리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기존에는 남녀 화자의 구분 없이 탄식시로 통칭되었던 작품들이 1970년대 들어서 화자가 여성인 경우 “여성” 탄식시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당대 증가하기 시작한 여성주의적 담론 내에서 여성 화자의 역할이 논의되어야 할 필요에 따른 것이다.7) 여성 화자가 등장하여 본인의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어떻게 자신의 평판이 추락하게 되는지 서술한다. 청자에게 하소연하는 탄식시가 16세기 중반 이후 크게 유행했다. 이런 일인칭 여성 화자의 사용은 슈미츠(GÖtz Schmitz)에 의해 이 장르의 주요 특징으로 정의된 바 있다.8) 처치야드(Thomas Churchyard)의 「쇼어 부인」(“Shore’s Wife,” 1563)은 에드워드 4세의 정부였던 제인 쇼어(Jane Shore)를 화자로 등장시키며 영국역사 내 여성 인물, 특히 왕의 정부를 화자로 등장시키는 탄식시의 유행을 불러왔다. 이어서 1592년 출판된 다니엘(Samuel Daniel)의 『로자몬드의 탄식』(The Complaint of Rosamond)은 그의 소네트 연작 『딜리아』(Delia)와 함께 출판되어 이후 작가들의 소네트 연작이 여성 탄식시와 함께 출판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여성 탄식시는 이성애적 관계에서 홀로 남겨지거나 사회적 규범이 허락하는 관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불명예 속에 남겨진 여성 인물의 목소리를 담아낸다.9)이러한 성애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 탄식시의 유행에 대해 사우스웰(Robert Southwell)과 같은 성직자는 영국 독자들의 도덕적 타락을 비판하면서, 세속적 욕망을 그리는 탄식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영적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성경 속 인물을 화자로 하는 여성 탄식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10) 사우스웰의 산문 『마리아 막달레나의 장례식 눈물』(Marie Magdalens Funeral Teares, 1591)의 인기를 발판으로 나온 막달레나를 화자로 하는 여러 탄식시는 여성 탄식시의 종교적 주제를 기반으로 한 변주를 보여준다. 

이렇듯 세속적·종교적 상황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여성 화자의 목소리는 현대 비평가들에게 당대 남성 시인들이 여성의 목소리로 상실을 노래하게 한 동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시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해왔다. 립킹(Lawrence Lipking)은 『버려진 여성과 시적 전통』(Abandoned Women and Poetic Tradition)에서 문학사적으로 많은 여성 인물이 남자 주인공에게 버려지는 모습으로 그려져왔다는 점에 주목하여, “남성이 버려졌을 때, 사실상 그는 여성처럼 느끼게 된다”라며 젠더에 따른 사회적 위치와 젠더화된 방식의 감정 표출 방식을 지적한다.11) 그의 논의를 근대 초기 영국 탄식시에 대한 예시로 들여오자면, 소네트에서 남성 화자는 욕망하는 대상을 아직 갖지 못했음을 탄식하며 그 대상을 쟁취하고자 하는 반면, 여성 탄식시의 여성 화자는 가졌던 것의 상실을 노래한다.12) 여성 화자가 잃어버린 것은 한때는 자신과 연인관계였던 남성이며,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비대칭적인 도덕규범으로 여성 화자의 발화는 자신이 상실한 사회적 평판에 대한 탄식의 모드로 이루어진다.13) 특히 대부분의 여성 탄식시는 남성 시인이 신화 및 역사 속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 의인(prosopopoeia)의 수사적 기법으로 여성 화자의 탄식을 전하는 시적 구조를 갖기에, 남성 시인이 여성 목소리를 전유한다는 문제가 젠더화된 탄식의 목소리와 함께 더욱 문제시되어왔다. 이런 문제의식은 남성 작가가 아닌 여성 작가가 사용하는 탄식의 목소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여성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자 하는 요구의 증가는 여성 작가의 탄식시에 대한 비평의 증가와 당대 여성 작가가 탄식의 목소리를 통해 쌓아올린 작가적 권위에 대한 비평으로 이어졌다. 

이 글은 이와 같이 젠더화된 시적 목소리를 여성 탄식시의 주요 쟁점으로 제시하고 이 쟁점이 근대 초기 영문학에서 어떤 비평적 흐름으로 논의되어왔는지 살펴봄으로써, 탄식의 모드가 어떻게 당대 여성성과 결부되어 제시되고 또 여성의 작가성을 형성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여성 탄식시에 관한 국내 연구는 그 수가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작품 연구에 국한되어 있기에,14) 이 글은 국외 연구서의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영국시의 전통에서 여성 탄식시의 장르와 위치를 정립하려고 시도한 비평들을 소개한 뒤 탄식시에서 특히 여성의 목소리에 집중한 비평들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논의할 것이다. 여성 탄식시 비평의 주요 흐름을 주도해왔던 첫 번째 갈래는 여성의 전유된 목소리와 그 수사적 효용에 집중한 비평이다. 비평가들은 오비디우스(Ovidius)의 『여인들의 편지』(Heroides)를 남성 화자에 의해 전유되어 묘사되는 여성 탄식의 전형으로 꼽으며, 이 작품의 영향을 중심으로 남성 작가와 여성 화자의 목소리의 관계를 분석해왔다. 두 번째 갈래는 남성 작가와의 관계를 떠나 여성 탄식시에서 여성 화자의 목소리가 가지는 권위에 집중한 비평이며, 이는 주로 종교적 주제를 다루는 탄식시의 전통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왔다. 여성 탄식시는 그 장르적 모호성만큼이나 어떤 비평적 맥락에 따라 논의되어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곧 탄식시의 주요 두 요소인 탄식과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여성 탄식시가 근대 초기 영문학에서 탄식문학의 하위 장르로서 젠더와 수사, 그리고 젠더화된 수사에 대해 가지는 비평적 의의를 찾는다. 

2. 중세·르네상스 문학에서 찾는 여성 탄식시의 전통

20세기~21세기 초 여성 탄식시에 대한 연구는 16세기에 출판된 도덕적 주제의 여성 탄식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작품들의 장르를 구분하고 그 전통을 추적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스미스(Hallett Smith)는 1952년에 출판된 『엘리자베스조 영시: 관습, 의미, 표현 연구』(Elizabethan PoetryA Study in ConventionsMeaningand Expression)에서 다니엘의 『로자몬드의 탄식』에서 시작해서 로지(Thomas Lodge)의 『엘스트레드의 탄식』(The Complaint of Elstred, 1593),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루크리스』(Lucrece, 1594)로 이어지는 16세기 말 작품을 예시로 들며 이들을 엘리자베스 시대에 “여성을 비극적 탄식의 화자로 내세우는 새로운 유행”으로 언급하고 이 작품들을 탄식시로 읽기를 주장한다.15) 스미스에 따르면 이 새로운 여성 화자의 탄식시는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의 『유명 인물들의 몰락에 대하여』(De Casibus Virorum Illustrium, 1373)가 제시하는 주제인 “군주의 추락”(Fall of Princes)을 다루며 탄식시 선집인 『군주의 귀감』(A Mirror for Magistrates, 1559)에 그 전통을 두지만, 『군주의 귀감』에서 강조되는 도덕적인 교훈보다는 로자몬드가 헨리 2세의 정부가 되고 목숨을 잃는 과정에서 표현되는 감정적 묘사에 초점을 둔다.16) 이후 1986년 출판된 『르네상스 장르: 이론, 역사 그리고 해석에 대한 논문』(Renaissance GenresEssays on TheoryHistoryandInterpretation)에서 더브로(Heather Dubrow)는 마찬가지로 여성 탄식시를 이 전통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장르로 설명하지만, 스미스와는 다르게 여성 탄식시에서 묘사되는 군주의 힘에 굴복한 또는 굴복하기를 강요받는 여성 인물의 탄식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를 강조한다.17) 그러나 더브로는 이후 여성의 정절 문제에 논의를 제기하는 셰익스피어의 『연인의 탄식』에 비해 1590년대의 여성 탄식시는 결국 여성에게 몰락을 가져오는 유명세의 위험함과 헛됨을 강조하면서 문제를 단순화시킨다고 평했다.18) 이와 같이 “몰락의 비극”(de casibus tragedy) 전통을 따르는 여성 화자는 남성이 가진 권력에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국 타락한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들에게 교훈을 주는 도덕적 대상으로 본인의 서사를 제한하게 된다. 

비평가들은 보카치오의 “몰락의 비극” 전통과 함께 초서(Geoffrey Chaucer)를 통해 정립된 또 다른 탄식시의 중세적 전통에 주목해왔다. 대븐포트(William Anthony Davenport)는 『초서: 탄식과 서사』(ChaucerComplaint and Narrative)에서 탄식을 초서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요소로 제시하며 「비너스의 탄식」(“Complaints of Venus”), 「마스의 탄식」(“Complaints of Mars”), 「아넬리다와 아시테」(“Anelida and Arcite”)와 같은 단독 작품뿐만 아니라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Troilus and Criseyde)와 같이 서사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는 화자의 토로 역시 탄식의 개념으로 분석한다.19) 초서는 14세기 프랑스 사랑시를 바탕으로 ‘탄식’(complaint)을 프랑스어에서 차용해 문학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20) 탄식을 단지 정서가 아닌 문학적 장르로 다루기도 하며, 당대 일반화된 탄식시의 유행에 반대하여 인물의 탄식에 구체적 원인과 맥락을 제시한 작가로 꼽힌다.21) 그러나 여성 탄식시 비평에서 초서가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이 16세기 여성 탄식시의 유행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비평가들은 1526년 핀슨(Richard Pynson)에 의해 출판된 『영예의 집』(The House of Fame)을 비롯해 초서 선집이 초서의 작품이 아닌 작자 미상의 탄식시, 「디도가 아에네이스에게 쓴 편지」(“Letter of Dido to Aeneas”)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비탄」(“Lamentation of MaryMagdalene”)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자 미상의 탄식시들을 초서 선집에 함께 포함시켜 핀슨을 포함한 이후 출판가들은 초서의 작품들을 16세기 당대 다른 여성 탄식시와 같은 맥락에서 읽기를 제안했으며, 이는 초서가 여성 탄식시의 전통에서 수용되어온 정황을 보여준다.22) 초서의 탄식이 여성 인물에게만 주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여성 탄식시의 작가”(author of women’s complaints)로 불린 데는 그의 여성 인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런 수용의 역사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23)

이와 같이 탄식시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16세기에도 주요한 요소로 여겨져왔고, 이에 대한 현대 비평가들의 관심 역시 꾸준히 증가해왔다. 앞서 스미스와 대븐포트가 여성 탄식시를 탄식시 비평의 일부 예시로 다루었다면, 슈미츠와 케리건(John Kerrigan)의 비평서는 각각 서사에서 여성의 위치와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주요 쟁점으로 하여 탄식시의 장르와 그 구체적인 작품의 예시들을 정리한다. 슈미츠의 『초기 영국 설화시에서 여성의 추락』(The Fall of Women in Early English Narrative Verse)은 여성 탄식시의 전통과 예시를 분석한 연구서로 1984년 독일어로 출판된 후 1990년 영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슈미츠는 16세기 후반 “표준적인 형식”(standard form)으로 발전한 장르로서의 탄식시가 가지는 특징을 역사나 신화 속의 남겨진 여성이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것으로 꼽고, 이 여성 화자를 『군주의 귀감』의 남성 화자에 대응되는 탄식시 전통의 결정적 요소로 구분한다.24)그의 연구서가 제공하는 베르길리우스(Vergilius)과 오비디우스를 비롯한 라틴 작품의 여성 인물들과 이 인물들의 중세·르네상스 영문학에서의 변주, 그리고 영국역사와 기독교 전통에서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을 다룬 작품에 대한 분석은 여성 화자의 서사를 다룬 작품들의 유용한 목록과 함께 포괄적인 분석을 제공한다. 슈미츠는 오비디우스의 『여인들의 편지』에서 디도가 『아에네이드』(The Aeneid)에 비해 제한된 시각을 가지고 영웅적 서사를 사적 영역으로 축소시켰듯이, 바깥으로 향하지 못하고 탄식하는 여성 인물들의 목소리가 가진 “무력함”(helplessness)를 강조하며 여성 탄식시의 수사적 효용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25) 슈미츠 이후 출판된 주목할 만한 여성 탄식시 연구서로는 케리건의 『비애의 모티브: 셰익스피어와 여성 탄식시: 비평적 선집』(Motives of WoeShakespeare and Female ComplaintA Critical Anthology)이 있다. 케리건은 이 선집의 서론 격 에세이에서 셰익스피어의 『연인의 탄식』을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영국문학사에서 탄식시 전통을 정리하고, 특히 “몰락의 비극” 전통을 따르며 본인의 잘못을 털어놓는 여성 탄식시 유행의 원인을 기독교적 고백과 참회의 정서에서 찾는다.26) 탄식의 무력함을 강조했던 슈미츠와는 달리 케리건은 탄식이 가질 수 있는 힘을 제시하는데, 『로자몬드의 탄식』에서 로자몬드가 헨리 2세의 정부였다는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입장을 피력하듯, 여성의 탄식은 독자들이 그녀의 잘못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게끔 한다.27) 그러나 케리건은 또한 남성 서술자의 시각으로 소개되어 타자화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갖는 서사구조의 문제를 지적한다.28)

3. 오비디우스적 복화술의 수사적 효용과 목소리의 전유

위에서 슈미츠와 케리건이 언급한 바와 같이 탄식시에서 화자가 갖는 수사적 효용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왔지만, 이전 비평이 여성 탄식시의 기원과 전통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면 여성주의적 관심사를 따르는 비평가들은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 서술자/작가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오비디우스의 『여인들의 편지』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여인들의 편지』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서사시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 특히 남성 인물에게 버림받거나 남겨진 여인들이 남성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신화 속 인물을 통해 발화하는 (오비디우스적) 방식은 특히 오비디우스의 해당 작품이 르네상스 라틴어 교육에 활용되고 1567년 터버빌(George Turberville)의 번역본이 출판되면서 더 다양한 식자층 사이에 크게 유행했고, 이후 영국 여성 탄식시에서 여성 화자라는 가상의 입장을 상정해 탄식을 표현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29) 이 남성 작가의 여성 목소리 사용이 가지는 효과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본격적으로 오비디우스적 수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비평가는 하비(Elizabeth Harvey)와 클라크(Danielle Clarke)다. 1992년 출판된 『복화된 목소리: 여성주의 이론과 영국 르네상스 작품』(Ventriloquized VoicesFeminist Theory and English Renaissance Texts)에서 하비는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취하거나 여성 작가가 남성 화자의 목소리로 발화하는 것을 “이성의 옷을 입은 복화술”(transvestiteventriloquism)이라 칭하며 이 수사가 젠더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드러내지만 남성 우월 사회의 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30) 특히 하비는 탄식시를 다루는 마지막 장에서 여성 탄식시가 여성이 순결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도덕적 경고로 사용되는 점을 지적하며, 특히나 이 교훈이 남성 작가의 복화술을 통해 여성의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으로 “강력한 입막음의 전략”(powerful strategy of silencing)으로 기능한다고 비판한다.31)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 특히 타락한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 기존 가부장적 규율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클라크 역시 동일하게 가져간다. 그는 남성 작가로서의 오비디우스의 자아와 여성 화자의 타자화를 대비하며 여성 화자가 남성의 매개를 통해서만 발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를 비판한다.32) 또한 클라크는 영국 여성 탄식시에서도 결국 여성은 지워지고 남는 것은 “남성에 의해 부가된 수사적 도식화”라고 주장한다.33) 남성 작가의 여성 탄식시가 공고히 하는 가부장적 규범의 문제는 월(Wendy Wall)의 『젠더의 각인: 영국 르네상스에서 작가성과 출판』(The Imprint of GenderAuthorship and Publication in the English Renaissance)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특히 다니엘의 소네트 연작 『딜리아』와 여성 탄식시 『로자몬드의 탄식』 그리고 로지의 소네트 『필리스』와 여성 탄식시 『엘스트레드의 탄식』의 관계처럼 여성 탄식시의 화자가 소네트의 이상적인 여성과 대비되며 도덕적 타락이 강조될 때, 남성 소네트 시인은 단지 여성을 유혹하는 입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여성에게 참회의 기회를 제공하는 도덕적 권위를 획득하게 된다.34)

이러한 시적 구조에서 생기는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 화자의 탄식을 듣는 청자를 남성 연인으로 상정했을 때 생기는 수사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 역시 제기되어왔다. 여성 화자의 탄식은 청자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신화와 역사 속에서 정해진 결말에 대해 그들의 탄식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오비디우스적 남성 작가의 수사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가지는 효용에 관련되어 논의되어왔다. 『르네상스 연구』(Renaissance Studies)의 2008년 특별호 『한탄의 수사: 르네상스와 왕정복고기 오비디우스의 「여인들의 편지」』(The Rhetoric of ComplaintOvids Heroides in the Renaissance and Restoration)는 오비디우스적 수사가 16~17세기 영문학에 끼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이 중 가이브레이(Stephen Guy-Bray)의 논문은 수사의 목적이 청자를 설득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비디우스의 편지글에 등장하는 화자가 사용하는 수사는 시작부터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인이 복화술을 사용할 때 오히려 복화된 인물의 목소리에 자리를 내어줄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한다.35) 또한 같은 회지에서 손(Alison Thorne)은 드레이튼(Michael Drayton)의 『영국의 영웅적 서간들』(Englands Heroicall Epistles)을 분석하며, 오비디우스와는 달리 처음부터 남녀가 주고받는 편지로 이루어진 드레이튼 작품의 구성이 양쪽의 시각을 모두 제공하며 탄식시가 가진 “무능력한 비탄”(impotent lamentation)에서 벗어나 “도덕적·정치사회적 항의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도록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36) 이런 비평은 엔터라인(Lynn Enterline)이 주장한 오비디우스적 수사와도 일맥상통한다. 엔터라인은 이 수사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르네상스 시대 학생들이 훈련한 다른 인물의 목소리로 주장하는 오비디우스적 수사가 오히려 규정적이고 목적중심적 서사에 반대하는 시각을 상정하는 연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37)

다른 한편으로 이 수사의 효용에 대한 의문은 청자가 아닌 작품 내부와 작품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성 화자의 의의에 대한 비평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풀커슨(Laurel Fulkerson)의 연구는 오비디우스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는 여성 인물의 탄식이 가진 효용을 그 수사의 성공 자체에 의미를 두는 비판에 반박하며, 오비디우스의 『여인들의 편지』를 여성 화자들이 작품 간 그리고 작품 내에서 서로 교류하는 여성 작가들의 공동체로 본다.38) 풀커슨의 주장은 이후 여성 작가의 오비디우스적 탄식시에 대한 비평에도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리드(Lindsay Ann Reid)는 드레이튼의 마틸다가 이전 탄식시 여성 화자들을 언급하는 장면을 풀커슨의 오비디우스에 대한 상호텍스트성 논의를 가져와 분석하며 그들 사이의 “가공의 시적 공동체”를 상정한다.39) 그리고 이와 같은 탄식시를 교류하는 여성 화자의 작가로서의 공동체는 로스(Mary Wroth)와 같은 실제 여성 작가의 탄식시에서 더욱 강조된다. 1621년에 출판된 로스의 산문 로맨스 『몽고메리 백작부인의 유라니아』(The Countess of Montgomerys Urania)에는 다양한 여성 인물의 탄식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작품 안에서 고통을 공유하며 탄식시를 생산하는 여성 시인들의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왔다.40)

이와 같이 여성 탄식시에서 드러나는 여성 목소리 전유에 대한 문제는 결국 여성 작가가 탄식시를 쓸 때 어떻게 본인의 목소리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클라크는 여성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재-전유”(re-appropriation)하며 기존 남성 작가들의 여성 탄식시의 관습과 형식을 다시 쓴다고 주장했는데,41) 기존 남성 작가들이 창작한 여성 탄식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쓴 대표적 여성 작가로는 로스와 위트니(Isabella Whitney)가 있다. 1573년 존스(Richard Jones)에 의해 출판된 『편지의 사본』(The Copy of a Letter)은 위트니가 쓴 두 개의 탄식시를 포함한 탄식시 선집이며, 1567년 역시 존스에 의해 출판된 『향기로운 꽃다발』(A Sweet Nosgay)은 위트니의 단독 저서다. 비평가들은 위트니가 어떻게 이 남성 출판업자의 출판 의도와 기존 남성 시인의 탄식시 전통 사이에서 여성 시인으로서 목소리를 냈는지를 당대 영국에서 확대되기 시작한 출판시장의 사회적 맥락과 관련하여 다뤄왔다. 맥그라스(Lynette McGrath)와 오캘러핸(Michelle O’Callaghan)은 존스가 증가하는 탄식시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전략으로 여성 작가인 위트니의 저작물을 들여온 것에 주목하면서, 각각 위트니와 존스의 협업과 위트니를 출판시장에 탄식시 작가로 등장시킨 존스의 출판 기획에 주목한다.42) 또한 위트니는 기존 남성 작가의 여성 탄식시와 차별을 두기 위해 디도와 같은 오비디우스적 여성 인물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그는 영국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통용되었던 딸에게 주는 어머니의 조언이나 유언 전통, 또는 욥(Job)의 탄식 전통을 따르고 있다.43) 이와 같이 여성 작가의 탄식시에 대한 비평은 그들이 어떻게 기존의 남성 작가의 탄식시 전통에 참여하면서도 이와는 다른 여성 목소리의 권위를 확립하고자 했는지에 집중되어왔다. 이 중 하나는 성경에 등장하는 기독교 여성 인물의 목소리에 대한 연구다. 

4. 기독교 전통에서 찾는 여성 화자의 권위

앞서 다룬 사랑의 실패나 사회적 평판의 추락과 같은 세속적 문제를 토로하는 여성 탄식시 속 여성 화자들과 함께 성경적 전통에서 비탄에 잠긴 여성 인물들 역시 주목받아왔다. 특히 교회와 신자가 그리스도와 가지는 관계를 신부와 신랑으로 그리는 전통이 종교적 탄식시에서 여성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44) 성경 속에서 탄식의 언어를 내뱉는 여성 인물은 성모로부터 시작하여 수잔나까지 다양하지만, 막달레나가 구교와 신교 모두에서 종교적 주제를 다룬 탄식시의 핵심으로 자리했다.45) 요한복음에서 막달레나가 예수의 빈 무덤 앞에서 보이는 비탄은 당대 유행하던 세속적인 탄식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독교적 모티프를 찾던 이들에게 유용한 기독교적 여성의 탄식에 대한 예시를 제공해주었다. 사우스웰이 라틴어 설교문을 바탕으로 산문으로 번역 출판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장례식 눈물』이나 막달레나의 운문 탄식시를 포함한 『베드로 성인의 탄식』(Saint PetersComplaint, 1595), 그리고 마컴(Gervase Markham)의 『주인되신 예수님을 잃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비탄』(Marie Magdalens Lamentations for the Losse of Her Master Jesus, 1601)과 같이 막달레나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탄식시가 세속적 탄식시와 함께 유행했다.46)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평가들은 막달레나의 탄식시가 핀슨의 1526년 초서 선집에서 초서의 작품과 함께 독자들에게 수용된 정황을 분석해왔다. 예수의 죽음을 마주한 막달레나의 이미지는 아에네이스에게 버림받은 디도와 동일선상에서 제시되었으며, 이는 막달레나가 부재한 연인에게 탄식을 쏟아내는 오비디우스적 여성의 전통에서 수용되고 또한 막달레나의 기독교적 비탄이 여성 탄식시의 맥락에서 소비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47)

비평가들은 막달레나의 여성적 비탄이 여성 작가의 탄식의 행위에 그리고 여성 화자에게 도덕적 권위를 부여해주었다는 점에 주목했는데, 이는 특히 레니어(Aemelia Lanyer)가 예수의 수난을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쓴 『환영하라, 유다의 왕이신 하나님을』(Salve Deus Rex Judaeorum, 1611)에 대한 비평적 관심과 궤를 같이한다. 르왈스키(Barbara Lewalski)는 『환영하라, 유다의 왕이신 하나님을』에서 본디오 빌라도의 아내와 막달레나 같은 여성 인물들이 유다나 헤브루 남성들과는 달리 예수의 고난에 공감함으로써 고통을 받는 예수와 동일시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레니어는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도덕적·영적 우월성”을 주장하며 기존 남성중심적 기독교적 논리를 반박한다고 분석한다.48) 레니어는 예루살렘 여성들과 성모의 눈물을 묘사하는데, 이는 한탄과 호소의 탄식시 장르 관습에 기대고 있다.49) 또한 필리피(Patricia Phillippy)는 레니어의 책에 사용된 막달레나의 탄식의 의미를 집중해서 분석한다. 여러 탄식시에서 막달레나는 애도하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일원으로 묘사되는데, 레니어는 작품 내에서뿐만 아니라 당대의 귀족 여성들에게 바쳐진 여러 헌정사를 통해 이들을 막달레나의 애도 과정에 초대하면서 이 탄식시를 “애도하는 여성들과 그리스도 사이의 특권적 관계를 정립하는 수단”으로 만든다.50) 이를 바탕으로 레니어는 여성으로서 작가적 권위 역시 획득하게 된다. 

이렇듯 여성 작가의 종교적 여성 탄식시 비평에서 레니어가 주 관심 작가가 되어왔지만, 로스(Sarah C. E. Ross)와 스미스(Rosalind Smith)는 여성 탄식시 장르에서 성경을 기반으로 하는 탄식시가 오비디우스적 주제의 탄식시에 비해 비교적 관심을 적게 받아왔음을 지적하고 더 다양한 여성 작가의 종교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탄식시로 읽기를 제안한다.51) 2020년 출판된 로스와 스미스가 편집한 여성 작가가 쓴 탄식시 비평 선집인 『근대 초기 여성의 탄식시: 젠더, 형식, 그리고 정치』(Early Modern Womens Complaint PoetryGenderForm and Politics)는 그 한 예로 「참회하는 죄인의 묵상」(“A Meditation of a Penitent Sinner,” 1560)의 저자인 로크(Anne Lock)가 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예언적 탄식(prophetic complaint)을 통해 독자에게 권위적인 위치를 점한다는 펠치(Susan M. Felch)의 논문을 소개한다.52) 펠치는 또한 헨리 8세 치하의 영국 종교혁명 초기 사회적 맥락에서 예언적 탄식이 정치적 불만의 표현과 궤를 같이했다고 설명하며, 애스큐(Anne Askew)의 심문 기록을 예로 든다.53) 런던탑에서 이루어진 고문과 심문의 기록은 애스큐가 화형당한 이후 베일(John Bale)에 의해 『앤 애스큐의 심문』(The First Examinacyon of Anne Askewe, 1546; The Lattre Examinacyon of Anne Askewe, 1547)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다. 리처즈(Jennifer Richards)는 첫 번째 책 마지막에 수록된 시편 54편에서 애스큐가 다시 쓰기를 통해 다윗의 목소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기존 탄식시에서 문제시된 남성 작가의 여성 목소리의 전유를 뒤집는다고 주장한다.54) 16세기 후반에 세속적 탄식시와 함께 시편 다시 쓰기가 남녀 작가 사이에서 유행했지만,55) 시편의 탄식이 여성 작가가 유용하기에 더욱 매력적일 수 있었던 것은 시편에서 드러나는 화자의 목소리가 당대 독자들에게 다윗의 것일 뿐만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의 것일 수도 있는 “성이 특정되지 않은”(non-gendered) 목소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56) 여성 저자의 시편 사용은 헨리 8세의 마지막 왕비였던 파(Katherine Parr)가 피셔(John Fisher)의 라틴어 시편을 영어로 번역한 『시편 또는 기도문』(Psalms or Prayers, 1544)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화이트(Micheline White)는 이 작품을 탄식시의 맥락, 특히 스코틀랜드와 전쟁 중이던 당시 영국 상황에 대한 정치적 탄식의 맥락에서 분석하면서, 파가 헨리 8세의 목소리를 내는 “왕의 복화술”(royal ventriloquism)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57) 화이트의 분석은 여성의 종교적인 탄식이 가지는 정치적 맥락의 예를 보여준다.

영국의 종교혁명이 보여주듯 종교적 탄식과 정치적 탄식은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17세기 중반 영국 내전을 전후로 더욱 증가했는데, 스미스 등은 마블(Andrew Marvell)의 「사슴의 죽음에 탄식하는 님프」(“The Nymph Complaining for the Death of Her Fawn”), 퀄스(John Quarles)의 「영국의 탄식」(“Englands Complaint,” 1648) 그리고 풀터(Hester Pulter)의 「탬스강의 탄식, 1647」(“The Complaint of Thames, 1647”)을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사용하여 영국 정치상황에 대해 은유한 탄식시로 제시한다.58) 이와 같이 최근 여성 탄식시에 대한 비평은 남성 시인에 의해 전유된 여성 화자의 목소리와 젠더에 집중되어 있던 기존의 비평에서 벗어나 여성 시인의 탄식시를 정치와 종교적 맥락을 포함하여 다각도로 논의하도록 요구하며, 탄식시 비평의 외연을 주제・시기・형식 등의 면에서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오고 있다.59)

5. 여성 탄식시, 그 이후

여성 탄식시 비평에서 여성 작가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경향 속에서 최근의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수요와 발맞추어 탄식시 전통에서 여성 작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하는 디지털 프로젝트가 있어, 이를 가장 최근의 여성 탄식시 연구의 동향으로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산하 근대 초기 연구센터(Center for Early Modern Studies)는 2021년 8월 『근대 초기 여성의 탄식시 색인』(Early Modern Womens Complaint Poetry Index)이라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남성 시인에 의해 전달된 여성 화자의 여성 탄식시에 집중되어 있던 탄식시 비평의 대상을 확대할 것을 요청한다.60) 이 데이터베이스는 1530~1680년 사이에 영국과 스코틀랜드 여성 작가가 쓴 시들 중 탄식의 모드를 중심으로 쓰인 500여 개의 작품을 작가, 탄식의 유형(사랑・종교・정치・건강・사법 등), 시적 형식(서정시・소네트・노래 등), 탄식의 특징(권위에의 호소・탄원・구제의 추구 등), 시적 장치(일인칭 화자・감탄・수사적 질문 등), 탄식의 원인(정신적 고통・상사병・죄악 등), 화자의 젠더(명확한/암시된 남/여・다수・알 수 없음)라는 일곱 개의 색인으로 분류해놓음으로써,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학자들이 다양한 기준으로 작품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다양한 색인은 검색을 용이하게 함과 동시에, 기존의 오비디우스적 성애 중심의 탄식시에 대한 비평에서 나아가 다양한 주제와 시적 상황을 포함하는 연구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데이터베이스 설립에 참여한 아서(Jake Arthur)와 스미스(Rosalind Smith)는 여성 작가의 탄식시 비평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탄식시의 정의, 탄식시에서 여성의 역할, 그리고 화자의 젠더에 대한 의문들이 어떻게 데이터베이스의 색인에 반영되어 있는지 설명한다.61) 데이터베이스가 이 기준에 따라 여성의 탄식시를 분류할 때 기존 여성 작가의 탄식시에 대한 비평에서 더욱 확대되는 지점은 여성의 참여 범위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여성의 탄식시에서 여성의 역할을 전통적인 저자의 역할에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필사가・번역가의 역할로 확대하며 문학작품의 생산에서 협동 과정을 강조하고, 이에 따라 여성의 탄식시 범위 역시 더욱 확장한다.62) 예를 들어 앞서 논의한 바 있는 존스의 탄식시 선집 『편지의 사본』에서 남성 작가가 쓴 남성 화자의 탄식시 「충실한 연인으로부터 변덕스러운 처녀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A Love Letter, Sent from a Faithful Lover to anUnconstant Maiden”)에서 위트니가 편집자로 등록되며 이 시가 여성 탄식시의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되어 있다. 『편지의 사본』에 실린 두 탄식시의 저자인 위트니가 작품 선택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또 다른 문헌학적 또는 전기적 연구의 역할일 것이나, 위트니를 이 선집의 편집자로서 가정하고 남성 작가의 탄식시를 여성 탄식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때 이 프로젝트는 기존 여성 탄식시에서 사용되던 범주를 극적으로 확대한다. 이처럼 가장 최근 비평의 예시인 『근대 초기 여성의 탄식시 색인』 프로젝트는 젠더화된 여성적 탄식의 제한에서 벗어나는 여성의 탄식시로의 비평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글은 버려진 상태를 곧 여성적인 것으로 규정해온 사회적 흐름 안에서 어떻게 남성 작가가 제시하는 여성 화자의 탄식시가 유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립킹의 논의로 시작했으나, 최근 비평의 동향은 남성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탄식시의 전통을 조명한다. 또한 기존에 여성 탄식시가 논의되어왔던 좁은 범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종교적·정치적 작품들의 관계를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탄식의 모드에 주목할 필요성이 대두된다.63) 탄식의 유동적인 개념은 최근 여성 탄식시에 대한 비평에서 더욱 유용하게 다루어지며, 이는 근대 초기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 중심의 사회에 들어오는 방식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보기를 요청한다. 


1)柳知姸 서울시립대 교양교육부 강사. 최근 논문으로 “Shamed Women and Praised Women: Establishing Male Authorial Voices in the Female Complaints of 1590s England” (2023)가 있다.1) W. H. Race and J. Diaz, “Complaint,” The Princeton Handbook of Poetic TermsThird Edition, ed. Roland Greene and Stephen Cushman (Princeton: Princeton UP, 2016) 49~50면.

2) Lawrence Manley, “London and the Languages of Tudor Complaint,” Literature and Culture in Early Modern London (Cambridge: Cambridge UP, 1995) 63~122면.

3) Wendy Scase, Literature and Complaint in England 1272~1553 (Oxford: Oxford UP, 2007).

4)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Beyond Ovid: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5면; Heather Dubrow, “A Mirror for Complaints: Shakespeare’s Lucrece and Generic Tradition,” Renaissance GenresEssays on TheoryHistoryand Interpretation, ed. Barbara Kiefer Lewalski (Cambridge: Harvard UP, 1986) 400면.

5) Jake Arthur and Rosalind Smith, “Women’s Complaint, 1530~1680: Taxonomy, Voice, and the Index in the Digital Age,”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293면.

6) John Kerrigan, Motives of WoeShakespeare and “Female Complaint”: A Critical Anthology (Oxford: Oxford UP, 2002) 52면; Rosalind Smith et al., “Complaint,” A Companion to Renaissance Poetry, ed. Catherine Bates (Hoboken: Wiley Blackwell, 2018) 339면.

7) Mike Pincombe, “George Gascoigne and Female Complaint,” Selected Essays on George Gascoigne, ed. Gillian Austen (Abingdon: Routledge, 2023) 48면.

8) GÖtz Schmitz, The Fall of Women in Early English Narrative Verse (Cambridge: Cambridge UP, 1990) 6~10면.

9) “버림받은”(abandoned)의 두 가지 의미에 대한 다음의 비평 참조. Lawrence Lipking, Abandoned Women and Poetic Tradition (Chicago: U of Chicago P, 1988) xii면.

10) Schmitz, 앞의 책 182면; Smith et al., 앞의 글 347면.

11) Lipking, 앞의 책 xix면.

12) 같은 책 xviii면; Kerrigan, 앞의 책 8면.

13) Lipking, 앞의 책 xvii면; 여성 화자가 본인의 평판을 이야기할 때 탄식의 목소리를 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에 관해서는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인 Female Voices in Complaints and Pursuit of Fame in English Renaissance Literature (Florida State University, 2023) 첫 번째 장 1~2면에서 다룬 바 있다.

14) 16세기 여성 탄식시 중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연인의 탄식』(A Lovers Complaint)이 거의 유일하게 국내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를 탄식시의 범주에서 다룬 국내 연구로는 박우수의 「「연인의 탄식」과 글 읽기의 유혹」이 있다. 박우수는 이 논문에서 셰익스피어가 여성의 욕망을 여성 화자의 글읽기 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을 분석한다. 박우수 「「연인의 탄식」과 글 읽기의 유혹」, 『셰익스피어 비평』 50.3 (2014) 473~90면.

15) Hallett Smith, Elizabethan PoetryA Study in ConventionsMeaningand Expression (Cambridge: Harvard UP, 2014) 104면.

16) 같은 책 103~107면.

17) Heather Dubrow, “A Mirror for Complaints: Shakespeare’s Lucrece and Generic Tradition,” Renaissance GenresEssays on TheoryHistoryand Interpretation, ed. Barbara Kiefer Lewalski (Cambridge: Harvard UP, 1986) 401~403면.

18) 같은 책 404~405면; 또한 벨(Ilona Bell)은 『연인의 탄식』이 교훈적이고 전통적인 여성 탄식시의 문법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한다. Ilona Bell, “Shakespeare’s Exculpatory Complaint,” Critical Essays on Shakespeares A Lovers ComplaintSuffering Ecstasy, ed. Shirley Sharon-Zisser (Abingdon: Routledge, 2017) 91~107면.

19) W. A. Davenport, ChaucerComplaint and Narrative (Cambridge: D.S. Brewer, 1988).

20) Kerrigan, 앞의 책 5~6면.

21) Nancy Dean, “Chaucer’s Complaint, a Genre Descended from the Heroides,” Comparative Literature 19.1 (1967) 24면,

22) Karen Elizabeth Gross, “Chaucer, Mary Magdalene, and the Consolation of Love,” The Chaucer Review 41.1 (2006) 3면~8면; Schmitz, 앞의 책 174면.

23) Gross, 앞의 글 8, 11면.

24) Schmitz, 앞의 책 3~10면.

25) 같은 책 26~27, 229~37면.

26) Kerrigan, 앞의 책 25~26면.

27) 같은 책 27~29면. 

28) 같은 책 36~39면.

29) Smith et al., 앞의 글 340면.

30) Elizabeth D. Harvey, Ventriloquized VoicesFeminist Theory and English Renaissance Texts (London; Routledge, 2002) 53면.

31) 같은 책 142면.

32) Danielle Clarke,“‘Formd into Words by Your Divided Lips’: Women, Rhetoric and the Ovidian Tradition,” This Double Voice’: Gendered Writing in Early Modern England (London: Palgrave Macmillan, 2000) 62면,

33) 같은 책 77면.

34) Wendy Wall, The Imprint of GenderAuthorship and Publication in the English Renaissance (Ithaca: Cornell UP, 1993) 252~60면.

35) Stephen Guy-Bray, “Rosamond’s Complaint: Daniel and the Purpose of Poetry,” Renaissance Studies 22.3 (2008) 338~50면.

36) Alison Thorne, “‘Large Complaints in Little Papers’: Negotiating Ovidian Genealogies of Complaint in Drayton’s Englands Heroicall Epistles,” Renaissance Studies 22.3 (2008) 68~84면.

37) Lynn Enterline, “Drama, Pedagogy, and the Female Complaint: Or, What’s Troy Got to Do with It?,” Drama and Pedagogy in Medieval and Early Modern England, SPELL: Swiss Papers in 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 31, ed. Elisabeth Dutton and James McBain (TÜbingen: Narr, 2015) 188면.

38) Laurel Fulkerson, The Ovidian Heroine as AuthorReadingWritingand Community in the Heroides (Cambrdige: Cambridge UP, 2005).

39) Lindsay Ann Reid, Ovidian Bibliofictions and the Tudor BookMetamorphosing Classical Heroines in Late Medieval and Renaissance England (Surrey: Ashgate, 2014) 170면.

40) Clare R. Kinney, “Mary Wroth Romances Ovid: Refiguring Metamorphosis and Complaint in The Countess of Montgomerys Urania,” A History of Early Modern Womens Writing, ed. Patricia Phillippy (Cambridge: Cambridge UP, 2018) 241~56면; Rosalind Smith, “‘Woman-like Complaints’: Lost Love in the First Part of The Countess of Montgomerys Urania,” Textual Practice 33.8 (2019) 1341~62면.

41) Clarke, 앞의 글 78면.

42) Lynette McGrath, “Isabella Whitney. The Printed Subject: Print, Power, and Abjection in The Copy of a Letter and A Sweet Nosgay,” Subjectivity and Womens Poetry in Early Modern EnglandWhy on the Ridge Should She Desire to Go? (Aldershot: Ashgate, 2002) 123~34면; Michelle O’Callaghan, “‘My Printer Must, Haue Somwhat to His Share’: Isabella Whitney, Richard Jones, and Crafting Books,” Womens Writing 26.1 (2019) 15~34면.

43) Wall, 앞의 책 283~310면; Laurie Ellinghausen, “Literary Property and the Single Woman in Isabella Whitney’s A Sweet Nosgay,” Studies in English Literature 1500~1900 45.1 (2005) 10~11면.

44)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Beyond Ovid: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9면.

45) Kerrigan, 앞의 책 30~32면.

46) Schmitz, 앞의 책 181~92면.

47) 같은 책 174~77면; Debora Kuller Shuger, “Saints and Lovers: Mary Magdalene and the Ovidian Evangel,” The Bucknell Review 35.2 (1992) 150~71면; Gross, 앞의 글 3~11면.

48) Barbara Lewalski, “Seizing Discourses and Reinventing Genres,” Aemilia LanyerGenderGenreand the Canon, ed. Marshall Grossman (Lexington: The UP of Kentucky, 1998) 50면.

49) 같은 글 52면; Danielle Clarke, “Animating Eve: Gender, Authority, and Complaint,”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161면.

50) Patricia Phillippy, “Sisters of Magdalen: Women’s Mourning in Aemilia Lanyer’s Salve Deus Rex Judaeorum,” English Literary Renaissance 31.1 (2001) 98면.

51) Ross and Smith, 앞의 글.

52) Susan M. Felch, “Anne Lock and the Instructive Complaint,”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29~46면.

53) 같은 글 30면.

54) Jennifer Richards, “The Voice of Anne Askew,” Journal of the Northern Renaissance 9 (2017).

55) Smith et al., 앞의 글 347~48면.

56) Micheline White, “Katherine Parr and Royal Religious Complaint: Complaining For and About Henry VIII,”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53면; 탄식시에서 사용된 시편과 종교적 전통에 주목하도록 도움을 주신 김보식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57) 같은 글 52면.

58) Smith et al., 앞의 글 348~49면; 마블의 시를 오비디우스적 탄식시 전통에서 읽은 비평은 Sidney Gottlieb, “‘The Nymph Complaining for the Death of Her Faun’: Marvell’s Ovidian Study in Hysteria,” Huntington Library Quarterly 62.3/4 (1999) 273~94면 참조. 퀄스의 시를 성서의 애가와 시편의 맥락에서 분석한 비평은 Hannibal Hamlin, “Strangers in Strange Lands: Biblical Models of Exile in Early Modern England,” Reformation 15.1 (2010) 63~81면 참조. 그리고 풀터의 시는 다음의 박사논문에서 여성 탄식시로 논의된 바 있다. Katherine Jo Smith, Ovidian FemaleVoiced Complaint Poetry in Early Modern England (University of Warwick, 2016).

59) 특히 형식면에서 애스큐의 『앤 애스큐의 심문』이나 트랩넬(Anna Trapnel)의 『애나 트랩넬의 기록과 청원』(Anna Trapnels Report and Plea, 1654)과 같은 산문 기록 역시 와이즈먼(Susan Wiseman)이 언급한 바와 같이 정치·종교적 탄식의 맥락에서 연구될 수 있을 것이다. Susan Wiseman, “Complaint in the Wilderness: Mary Rowlandson Speaks With Job,”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241면. 여성 저작의 정치적 탄식 작품을 지적해준 『안과밖』 심사위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60) https://cems.anu.edu.au/complaintindex/#/ .

61) Jake Arthur and Rosalind Smith, “Women’s Complaint, 1530~1680: Taxonomy, Voice, and the Index in the Digital Age,” Early Modern Womens ComplaintGenderFormand Politics, ed. Sarah C. E. Ross and Rosalind Smith (Cham: Palgrave Macmillan, 2020) 291~312면.

62) 같은 글 300면. 

63) Wiseman, 앞의 글 241면 참조.

│유지연│

柳知姸 서울시립대 교양교육부 강사. 최근 논문으로 “Shamed Women and Praised Women:

Establishing Male Authorial Voices in the Female Complaints of 1590s England”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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